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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깨달음의 저장고” 미술관경비원 10년 만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저자 브링리 내한
말기암 형 세상 떠나자 직장 그만두고 ‘메트’ 경비로 취업
임요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09 10:12:58
 
▲ 생애 처음 한국을 방문해 독자들을 만난 패트릭 브링리. 연합뉴스
 
국내에서만 25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의 저자 패트릭 브링리가 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북토크를 진행했다.
 
그는 생애 처음 한국을 방문해 새로운 공기 속에서 색다른 문화를 만끽했다. 그는 서울을 병풍처럼 감싼 북한산을 걷고 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서울은 흥미로운 곳이다. 시간의 지층이 도시 곳곳에 쌓여 있다. 전통과 현대가 혼재된 모습이 색다르다. 뉴욕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브링리도 그렇지만 서울을 찾은 모든 외국인은 동서고금이 혼재된 서울에 깊은 인상을 받곤 한다. 주말을 맞아 펼쳐진 광화문 시위 현장에도 그는 흥미를 느꼈다고.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운을 뗀 그는, 사람들이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던 22살에 미국 잡지 ‘뉴요커’에 입사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라는 직장에서 그는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쌓으며 승승장구했다. 미디어에서만 보던 스티븐 킹 같은 거물 작가들과 백스테이지에서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도 느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이 만만해 보였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날이 반복되면서 그에게도 권태라는 복병이 찾아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형이 말기암 판정을 받게 되었다.
 
“매일매일의 반복이었다. 이메일을 열고 답장을 써 보내고…. 그런 일상적인 날들이 계속됐다. 4년을 그렇게 살았는데 갑자기 형이 아팠다. 형이 아픈 후부터 다른 모든 일이 무의미해졌다. 형의 병실과 사무실을 왕복하며 일을 하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형이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하자 그는 2008년 가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에 취업했다. 평소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봤고 예술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를 하려면 예술사 석사는 물론 박사학위까지 있어야 했기에 진입장벽이 낮은 일부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예술을 사랑하지만 주석을 달고 해석하는 데 에너지를 쏟기보다 예술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싶었다. 경비원은 큐레이터에 견줘 예술 작품과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작품을 보면서 아름다움·단순함·솔직함 등 예술이 주는 미덕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미술관 경비원의 생은 어찌 보면 귀족 같은 삶이었다. 그는 박물관 개장 전 30분 전에 입실해 예술 작품을 홀로 즐겼다. 개장 후에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나는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경비원의 삶은 귀족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경비를 서며 내 삶의 리듬은 프레스토(아주 빠르게)에서 안단테(느리게)로 변해갔다.”
 
미술관에서 예술 작품을 찬찬히 뜯어보며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인생에선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다는 것, 그저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 국내에서만 25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웅진지식하우스
 
그는 미술관 경비로 일하는 10년간, 수많은 예술 작품으로부터 ‘인생의 비밀 이야기’를 엿들었다고 한다.
 
“인생에서 이피파니(epiphany·갑작스러운 깨달음)를 느끼는 순간은 무수히 많다. 장례식장에 참석하면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하잘것없는 것에 전력투구하고 작은 일에 연연하게 된다.”
 
그는 그런 깨달음을 간직하기 위해 예술 작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술은 삶의 의미를 곱씹게 해 주기 때문이다. 예술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매일매일을 깨달아가며 살아야 한다는 게 브링리의 주된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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