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내란죄 논란의 핵심 쟁점이 된 ‘정치인 체포 지시설’의 진위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의 메모와 그의 증언이 있다.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정 8차 변론기일에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조 원장은 CCTV 기록을 확인한 결과, 홍 씨의 통화기록과 메모 작성 장소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원장의 증언과 통화기록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홍 씨는 지난해 12월3일 계엄령이 선포된 후인 밤 10시53분 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대통령과 통화했으며(대통령의 발언: 방첩사를 도우라), 10시58분 국정원 본청 현관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두 번째 통화를 했다. 그러나 CCTV 화면에는 홍 씨가 메모를 작성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홍 씨가 여 사령관과 세 번째 통화를 한 시각은 11시6분으로, 당시 그는 국정원 본청 사무실에 있었다. 이는 헌재에서의 홍 씨 증언과 모순된다. 이러한 대통령 측의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지면서, 홍 씨는 10차 변론기일에 다시 증인으로 채택됐다.
홍 씨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CCTV를 초 단위로 검증하자”며 적극 반박하고 있다. 국정원은 헌재가 요구하면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맞섰다. 또한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메모 원본이라며 한 장의 메모를 공개했다. 그러나 해당 문서는 수사기관이 이미지 파일로 복사한 후 돌려준 것이며, 원본은 이미 폐기된 상태다. 홍 씨는 “휘갈겨 쓴 원본은 버렸다”고 이미 밝혔다. 때문에, 증거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포스트잇 메모’와 보좌관 이 씨의 역할
조 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홍 씨의 보좌관이 홍 씨로부터 건네받은 메모지는 ‘포스트잇’이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이 메모를 실제로 작성한 인물은 홍 씨의 보좌관 중 한 명인 육사 출신 이모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씨가 단순한 메모 대필자였는지, 아니면 공범이었는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탄핵 심판의 핵심 증거라 여겨지는 이 메모가 조작되었거나, 공모하여 작성된 정황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에서 헌재가 이 씨의 증언을 듣지 않는 것은 ‘정의와 진실’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메모 작성 경위와 신뢰성 논란
통화기록과 증언, 국정원이 밝힌 CCTV 영상자료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정황이 추론된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인 12월3일 밤 10시25분 이후, 홍 씨는 대통령과 두 번째 통화를 했다. 당시 대통령은 홍 씨에게 “국정원장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왜 보고하지 않았느냐”며 질책했다고 한다. 이 순간 홍 씨는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은 12월6일 용산 집무실에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배석한 자리에서 홍 씨의 사직서를 결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체포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밝히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대통령이 홍 씨에게 약점 잡힐 발언(체포 지시)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씨는 원장 공관으로 향하며 여 방첩사령관과 통화했으나 뚜렷한 답을 듣지 못했다. 대통령이 “방첩사를 도우라”고 했다는 점에 주목한 그는, 방첩사의 동향을 파악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추가적인 정보가 확보되지 않자, 홍 씨는 국정원 본청 사무실로 돌아갔다. 본청 입구에서 다시 여 사령관과 통화했지만, 유의미한 정보를 얻지 못했고, 사무실에서의 세 번째 통화를 통해 방첩사가 주요 정치인의 위치를 파악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홍 씨는 ‘내가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주요 정치인 중 누구를 추적 대상으로 삼을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고, 떠오르는 인물들의 이름을 포스트잇에 메모했을 것이다. 여 사령관은 홍 씨와의 통화에서 체포조란 말조차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 후 홍 씨는 보좌관 이 씨를 불러 이 내용을 정리해 다시 메모지에 적도록 지시했다. 이 시점에서 이 씨가 통화 내용을 직접 들었는지는 중요한 쟁점이 된다.
다음 날인 12월 4일, 홍 씨는 이 씨에게 전날의 내용을 떠올려 다시 메모를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추가적인 내용을 가필했다. 사용된 우크라이나 정보국 메모장의 출처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메모장이 원외로 반출된 경위 역시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모가 12월11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공개된, 이른바 ‘체포조 명단’이 담긴 그 메모다. 이 메모는 야당의 내란죄 여론몰이에서 “윤석열 정부의 계엄이 내란이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물증으로 작동했다.
그런데 이 씨의 증언 없이 결론 내려도 될까? 이 같은 의혹을 검증하려면 메모 작성자인 이 씨의 증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가 단순한 대필자였는지, 아니면 홍 씨와 공모한 것인지, 당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의혹을 포함해 메모의 외부 반출 경위 등을 감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 홍 씨와 여 사령관의 세 번째 통화 당시 보좌관이 동석했는지 △ 메모 작성 지시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내려졌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 심판이 결론 난다면, 국민은 헌재 심판 결과를 공정성 논란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심각한 정치적 혼란과 국민적 저항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국정원이 감찰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스카이데일리는 보좌관 이 씨의 실명을 공개할 방침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고려할 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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