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출범할 독일 새 연방정부에 기업인이 다수 합류했다. 경제침체 극복이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과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라 귀추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기독민주당(CDU)은 장관 17명 중 사회민주당(SPD)과의 연립정부 협약에 의거한 CDU몫 7명을 발표했다. 신설된 디지털·국가현대화부 장관에 세코노미 최고경영자(CEO)인 카르스텐 빌트베르거가 지명됐다. 세코노미는 유럽 전역에 1000곳 이상의 전자제품 매장 메디아마르크트와 자투른을 거느린 회사다. 물리학 박사인 빌트베르거가 그동안 CDU에 디지털 정책을 조언해 왔다.
경제·에너지부 장관에 지명된 카테리나 라이헤의 경우 베스트에네르기 CEO 출신이다. 1998∼2015년 CDU 소속으로 연방의회 의원을 지낸 뒤 2019년 독일 4대 에너지 공급업체 에온(E.ON)의 자회사 베스트에네르기에 영입됐으며, 같은 CDU 소속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탈원전 결정 전 연방의원으로서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CDU는 원전 복원 검토 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실현된다면 획기적인 일이다.
외무장관엔 요한 바데풀 CDU·CSU(기독사회당) 원내부대표가 등용됐다. 예비역 중령이며 안보정책 전문가이자 대(對)러시아 강경파다. CDU에서 외무장관을 내는 게 1966년 이후 59년 만이라고 현지 매체들이 짚었다. 흔히 중도우파 정당으로 통하는 CDU지만 좌편향된 서유럽 주류 사회의 기본 구도를 생각하면 일반적 이미지보다 더 왼쪽에 있다고 봐야 한다. 바데풀 역시 우크라이나 지원 지지자라 향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과 엇나갈 가능성이 높다.
특임장관 겸 총리실장엔 메르츠의 최측근 토르스텐 프라이 CDU·CSU 원내대표가 지명됐다. 그외 파트리크 슈니더(교통), 카린 프리엔(교육·가족·여성·노인·청소년), 니나 바르켄(보건) 등이 CDU 소속이다. CDU 자매정당이자 바이에른주 지역정당인 CSU 또한 이날 알렉산더 도브린트(내무), 도로테 베어(연구·기술·우주), 알로이스 라이너(농업) 등 장관 명단을 내놨다.
2월 총선에서 3위를 기록한 SPD는 재무·법무·국방 등 7개 장관직을 차지한다. 최고 요직인 부총리 겸 재무장관에 라르스 클링바일 SPD 공동대표가 유력하며, 국방장관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의 연임이 예상된다. CDU와 CSU 각각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연정 협약을 승인한 반면, SPD는 연정 참여 여부를 35만7000명 전체 당원 투표에 부쳤다.
CDU가 강경 이민정책을 내걸고 제1당이 된 이래 메르츠는 총리 취임하자마자 광범위한 ‘국경 송환’ ‘범죄력 보유자 추방’ 등 이민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것을 시사해 왔으며 28일 임시 전당대회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난민범죄 증가로 몸삼을 앓는 가운데 작년 9월부터 독일의 주변 9개국 육상 국경 통제와 검문이 강화됐다. 전문직 종사자에 한해 국적 취득에 필요한 거주기간을 기존 8년에서 3년으로 줄인 귀화제도도 예전 상태로 복원될 전망이다.
메르츠가 예고한 외교 행보 기조는 “독일이 돌아왔다” 구호로 대표된다. 총리 취임 다음 날일 내달 7일 프랑스 방문을 시작으로 폴란드·우크라이나를 연이어 방문한다. “강한 유럽을 만들어 미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나토가 향후 얼마나 존속할지 아무도 모른다”며 유럽 안보를 이끌 ‘강한 독일’ 구상을 강조해 왔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을 “자유와 유럽의 가치를 지키는 일”로 보고 있어 현 미국 정부와 합이 맞을 것 같지 않다. 심지어 메르츠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미사일 지원 의사를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사거리 500㎞의 독일산 타우러스는 이미 우크라 전장에 투입된 미 에이태큼스(약 300㎞)나 영국·프랑스 스톰섀도(약 250㎞)보다 작전 반경이 넓다. 러시아 본토 더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고 전파 교란 영향 없이 480㎏ 탄두로 교량·지하벙커 등 구조물을 적중시켜 러시아 우세가 굳어진 현 전황을 바꿀 수도 있다. 러시아에선 강력 반발했다. 당시 소식이 전해지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메르츠가 히틀러 국방군에서 복무했던 아버지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다시 생각하라, 나치”라며 독일의 우크라 지원을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소련 침공에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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