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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약 494조원)를 “선불(up front)”로 요구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현금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로 인해 한미 관세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외환시장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채널A 인터뷰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3500억 달러를 우리가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며 “객관적·현실적으로 대한민국 누구라도 인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안을 갖고 논의 중이며, 협상 타결의 목표 시점은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3500억 달러를 받는다. 그것은 선불”이라고 발언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친명계 모임 ‘더민주혁신회의’ 논평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두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며 “무도한 관세 협상으로 국민 주권을 훼손하는 미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미국 요구대로 현금으로 투자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바닥나 IMF 구제금융 사태와 같은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해 앞서 22일, 로이터·BBC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통화스와프 없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에 논라이 가중하자 전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외환시장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안전장치 없이는 합의할 수 없다”며 “통화스와프는 협상 타결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24일(현지시각) 뉴욕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베센트 장관에게 우리 외환 사정을 설명했고, 그는 워싱턴으로 돌아가 내부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 측에 기존 3500억 달러보다 더 큰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날 채널A 인터뷰에서 위성락 실장은 야권의 ‘비핵화 포기론’ 공세에 대해 “비핵화를 포기한 적도 없고 포기할 생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급선무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이고, 중단이 곧 비핵화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자주국방론 발언과 관련해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한국이 재래식 전력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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