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인공지능(AI) 기업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나 미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 약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방준비제도(Fed)와 외국 중앙은행의 국채 보유가 줄고 민간 투자자가 그 자리를 채우면서 장기금리가 충격에 더 민감해졌다는 진단이다.
윤원태 SK증권 자산전략부 부서장은 8일 본지에 “단기적으로는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다시 높인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재정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 국채 발행 부담, 국채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금리 흐름도 단기 통화정책 기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미 국채 장기금리 상승의 구조적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8월 4.7% 안팎까지 올라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은 한때 5.31%까지 상승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금리 상승의 성격도 달라졌다. 자본시장연구원의 2026년 분석에서 2월 말부터 6월 말까지 10년물 금리는 47bp 올랐고 기대 단기금리가 56bp 상승하며 오름세를 주도했다.
반면 6월 말 이후에는 기대 단기금리가 6bp 떨어졌는데도 장기금리가 추가 상승했다. 기간프리미엄은 38bp 올라 금리 상승분 대부분을 설명했고, 기대인플레이션은 4bp 오른 데 비해 실질금리는 24bp 뛰었다. 투자자가 장기채에 더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AI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도 원인으로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2026년 집계에 따르면 AI 관련 기업의 공모 달러채 발행액은 2023년 290억 달러에서 2026년 8월까지 2300억 달러로 급증했다.
다만 연구원은 AI 채권 공급만으로 최근 금리 급등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2022년부터 2026년 8월까지 56건을 분석한 결과 발행 전후 기간프리미엄의 평균 변화는 0.4bp에 그쳤고, 전체 발행 규모를 반영한 상승 효과도 약 6bp로 추정했다.
핵심 변화는 국채를 사들이는 주체다. 연준은 2022~2025년 양적긴축 과정에서 보유 국채를 1조7000억 달러 줄였고 외국 공적기관의 보유도 감소했다. 공적부문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은 2016년 46%에서 2025년 말 27%로 내려갔다.
반면 가격 변화에 민감한 민간부문의 보유 규모는 2021년 말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3.9%에서 2025년 말 72.4%로 늘었다. 2026년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서는 2022년 하반기 이후 가격에 민감한 투자자의 국채 보유가 GDP 대비 1%포인트 증가할 때 기간프리미엄이 약 8.7bp 상승하는 관계가 나타났다.
헤지펀드 등 레버리지 투자자의 비중 확대도 변수다. 헤지펀드의 미 국채 매수 포지션은 2022년 말 9000억 달러에서 2025년 말 2조5000억 달러로 늘었고 환매조건부채권(Repo) 차입도 같은 기간 1조2000억 달러에서 3조4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시장이 흔들리면 이들이 포지션을 줄여 금리 변동을 키울 수 있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국내 채권시장에도 부담이다. 윤 부서장은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국고채 금리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 금리 상승이 결국 한국 금리 상승으로 연결되는 구조인 만큼 특히 장기물 중심으로 약세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금리의 절대 수준은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도 “미 국채 금리의 영향은 장단기 스프레드 측면에서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국내 장기금리가 초장기물 공급 확대와 보험사 매수 기반 약화 등 자체 상승 요인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미 국채 기간프리미엄까지 오르면 국고채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은행채·회사채를 거쳐 기업과 가계의 조달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높아진 금리는 채권 투자자에게 이자수익 측면에서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 부서장은 “지금 사고 나서 가격만 보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국고채 10년물이 4.3%대, 미 국채 10년물이 4.8%대라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나쁘지 않은 수익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의 기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채권의 절대금리는 매력이 돋보이는 구간”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미 국채시장의 위험은 금리 수준뿐 아니라 국채를 흡수하는 주체가 달라졌다는 데 있다. 공적 수요가 줄고 가격에 민감한 민간 자금 비중이 커지는 흐름이 이어지면 미국의 재정이나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국내 채권·주식시장과 기업 조달비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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