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고소장을 검사에게 보내도 소용이 없다. 검사는 기소와 공소를 담당할 뿐 직접 수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고소와 고발은 수사기관인 경찰과 새로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접수해야 한다. 경찰은 폭행과 절도, 사기 등 일반 민생범죄를 수사하고, 중수청은 부패와 마약, 안보 등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다.
검찰청 폐지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검찰개혁을 위해서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공소청법, 중수청법 등이 10월2일부터 시행된다. 검찰청은 78년 만에 사라지고 기소권을 가진 공소청과 중대범죄를 수사할 중수청으로 나뉜다. 공소청 수장은 헌법에 명시된 검찰총장 직함을 유지한다. 중수청으로 자리를 옮길 검사들은 수사관이 된다.
검찰청 폐지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숙원이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 권력이란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 아들까지 구속했던 검찰은 전직 대통령 죽음과 검사 출신 대통령 등장을 겪으면서 정치검사의 권한남용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개혁이 실행되면서 형사사법체계도 바뀌게 됐다.
국회는 형사소송법에서 제196조(검사의 수사)를 삭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법무부 장관이었던 정성호 의원도 대안 없는 보완수사 폐지에 반대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는 보완수사 전면폐지를 주장했다. 보완수사 폐지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에도 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를 없애자 정성호 의원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사건처리 3⋅3⋅1 원칙
만약 검사에게 고소⋅고발하면 어떻게 될까? 공소청 검사는 수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고소장과 고발장을 수사기관에 넘긴다. 어차피 검사가 처리하지도 못할 고소장과 고발장은 시간을 허비한 뒤 결국 경찰청과 중수청으로 전달된다.
고소와 고발 사건은 10월 2일부터 3⋅3⋅1 원칙이 적용된다. 국회는 수사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 수사(3개월)와 처결(3개월)을 6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만약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사법경찰관은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 다만 사유가 있을 경우 보완수사 기간을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사법경찰관은 형사소송법 제238조에 따라서 고소와 고발을 접수하면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고소인과 고발인은 수사가 끝난 뒤 7일 이내에 서면통지를 받게 된다. 고소인과 고발인은 통지를 받은 뒤 3개월까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고소인과 고발인은 불송치 사건의 수사기록을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수사기록을 확인한 뒤 이의를 제기하는 게 좋다.
공소청 검사도 형사소송법 제257조에 따라서 3개월 이내에 기소 또는 불기소를 결정해야 한다. 고소인과 피해자는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면담에서 확인된 자료와 진술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고소인과 피해자는 범죄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와 증거를 오로지 사법경찰관에게 제시해야만 한다. 검사가 면담에서 얻은 자료와 진술은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서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를 통해서 획득해야만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초기수사에 집중해야
경찰은 수사하고 검사는 기소한다. 수사권을 잃은 검사는 수사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경찰의 수사 기록에 대한 의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고소인과 피해자는 경찰 초기 수사에 집중해야만 한다. 사실 관계를 다투고 유죄와 무죄를 가늠하는 무대가 검찰청에서 수사기관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뒤집기가 어려워졌다.
펜을 쥔 검사에겐 칼이 없다. 경찰과 중수청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하면(불송치 결정) 검사에게 호소해도 칼을 휘두를 수 없다. 경찰 수사가 미흡하더라도 검사가 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사실관계와 법리를 오인하면 재판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형사소송법은 경찰에 고소하고 기다릴 게 아니라 정해진 기간 안에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제도에 가깝다.
검경 수사권 분리는 법조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앤장 등 대형 법무법인은 경찰 출신 인력을 보강했다. 지방경찰청장 출신을 고문으로 두면서 경찰대 출신 경제범죄와 지능범죄, 사이버수사 간부를 영입하고 있다. 특히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경찰은 수사 흐름과 법리 해석을 잘 안다는 이유로 몸값이 치솟고 있다.
만약 사법경찰관이 수사권을 남용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소인은 인권침해와 법령위반이 의심되면 공소청 검사에게 신고할 수 있다.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경찰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검사는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송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고발인이 범죄피해자에 준하면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이의신청할 수 있다.
제사보다 젯밥?
보완수사 폐지반대 여론도 여전하다. 경찰이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를 위해서 증거를 없앴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이 밉다고 보완수사마저 못하게 하면 피해자들은 누구에게 호소하냐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는 국민 여론과 동떨어져서 검수완박만 외쳤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김지용 변호사가 지명되자 민주당에선 일제히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형사사법 체계는 바뀌지만 지휘부가 없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했던 정성호 의원이 물러난 뒤 법무부 장관이 공석이다. 김승원 후보자가 사퇴한 까닭에 법무부 장관이 공석인 채로 검찰청은 폐지될 수밖에 없다. 경찰청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21개월째 공석이다. 새로 출범하는 공소청과 중수청도 수장이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기소와 수사를 담당할 새로운 정부기관이 지휘부 없이 출범하게 됐다.
검경 수사권 분리에 다른 사건 적체와 수사 지연을 막을 대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형사사법 체계를 뜯어서 고치는데 검찰 폐지라는 정치적 과제만 두드러졌다. 검찰이 처리하지 못한 수사 약 20만 건은 결국 경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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