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스마트폰을 넘어 인간의 눈과 귀로 들어오고 있다. AI 기반 스마트안경은 단순한 시력 보조 도구가 아니라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지능형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편리함의 이면에는 상대방 모르게 촬영하거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AI 안경의 장점은 다양하다. 음성 명령으로 길을 찾고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실시간 통역을 통해 언어 장벽을 낮춘다. 시각장애인과 고령자에게 사물과 위험 상황을 알려주는 보조 기술로도 활용된다. 산업현장에서는 작업자의 시야에 정비 절차와 안전 정보를 표시하고, 드론·로봇과 연계해 원격 점검과 구조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 역량을 결합하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촬영 사실을 주변 사람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얼굴과 음성, 위치정보가 동의 없이 수집될 수 있고, 얼굴인식 기술과 결합하면 개인의 신원과 이동 경로까지 추적할 위험이 있다. 해킹과 영상 유출, 높은 가격과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화장실·탈의실 등 민감한 공간에서는 불법 촬영 피해를 막기 위한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AI 안경의 개발과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해서는 안 된다. 기술을 육성하면서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균형 잡힌 제도가 해법이다. 필자는 가칭 ‘AI 스마트안경 안전·활성화 기본법’ 제정을 제안한다.
첫째, 촬영·녹음 중임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표시등과 알림 기능을 의무화하고, 표시 기능을 무력화하면 촬영이 중단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화장실·탈의실 등 사생활 보호 공간의 촬영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셋째, 얼굴인식과 생체정보 처리에는 명확한 동의와 최소 수집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넷째, 제조사에 보안 설계와 개인정보 보호책임을 부과하고 불법 촬영 피해자의 신고·삭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중소기업 연구개발과 실증사업, 장애인 지원 및 산업안전 분야의 공공 활용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미 개인정보보호법과 성폭력처벌법 등이 존재하지만 AI 안경 특유의 상시 촬영 가능성과 실시간 분석 기능을 포괄하는 기준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새 기본법은 기존 법과 중복을 줄이면서 제품 설계부터 유통·사용까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AI 안경은 앞으로 스마트폰처럼 일상화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혁신을 막는 규제가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규칙이다. 대한민국은 AI 안경을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가장 안전하게 활용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기술 경쟁력과 시민의 권리를 함께 지킬 때 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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