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우순 의약전문 칼럼니스트
여기 A제약회사가 개발한 비뇨생식기관용약 B가 있다. 그런데 B약제는 ‘입마름(구강건조)’ 이상반응이 있다. A제약회사는 고심 끝에 동일효능의 비뇨생식기관용약 B'를 개발했다. B'는 B약제와 작용기전이 전혀 다른 신약이며 ‘입마름’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외국계인 A제약회사는 미국, 일본, 대만, 그리고 유럽의 몇 개 국가에서 B'약제를 기존 B약제 대비 10~20% 높은 가격으로 보험에 등재시켰다. 소위 기술혁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게 A제약회사의 주장이다.
현행 우리나라 약가등재제도에 의하면, 신약 B'의 보험약가는 기존 약제 B의 보험약가를 넘을 수 없다. B‘가 B보다 보험약가를 높게 받으려면 경제성평가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B'는 B와 효능효과가 유사하기 때문에 경제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결국 B'는 B를 포함한 B'의 대체가능약제들의 가중평균가(통상 B가격의 85% 내외)에서 보험약가가 잠정 평가된 후 최종 약가협상에 넘겨진다.
약가협상을 거치면 B'의 보험약가는 기존약제 B보다 훨씬 낮은 가격(85% 이하)에서 결정될 것이다. 기존 약제의 부작용을 개선한 신약이 기존 약제보다 못한 가격을 받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A제약회사는 신약 B'의 건강보험 등재를 아예 포기하겠지만 말이다.
이번 보험약가제도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했다. B'처럼 기존 약제(B, 비교약제)와 효능효과는 유사하지만 부작용을 개선했거나 편의성을 개선했을 경우, B'의 평가가격을 비교약제 B의 약가수준까지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B'는 최종 약가 협상에 넘겨진다. 최종 약가협상 과정에서 B'의 가격은 B약제(100%)와 가중평균가격(85%) 사이에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 역시 부작용을 개선한 신약임에도 기존약제의 가격을 넘지 못하도록 설계됐음을 알 수 있다.
현행과 개정안을 다시 비교해 보자. 우선, 개정안으로 인해 B'약제의 등재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B약제가 특허만료 약가인하가 임박했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둘째, 그럼에도 개정안으로 인해 발생할 보험재정영향은 마이너스 아니면 제로에 가깝다. 신약 B'의 등재가격이 기존 약제 B보다 낮기 때문이다. 경제성평가를 할 수 없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대체평가방식을 도입한 것은 이해관계자 모두가 인정해온 바다. 가중평균가 통과 약제의 약가협상 면제조치 역시 10% 약가인하 수용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재정영향은 마이너스다.
그러니 적어도 ‘보험재정 퍼주기’니 ‘약값인상 특혜정책’이니 하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표현이다. 수십년간 진행한 연구개발 결과물의 보험약가가 시중 최고가격이 아닌 가중평균가격의 90%로 책정되는 사례가 실제로 나타날지 오히려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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