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다방(카페·커피숍)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시기는 1920년 일제강점기 당시 명동에 멕시코라는 다방이 생기면서 부터다.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는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다방은 서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모던보이로 대표되는 당대의 지성인들이 모여 지식의 담론을 펼치던 공간으로 활성화 됐다. 해방 후에는 음악감상실 등으로 통용되며 문화적 기능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방은 언제부턴가 여성접객원들이 성을 파는 등 본연의 성격을 점차 잃기 시작했다. 성매매에 대한 단속 강화와 함께 커피전문점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서울 등 주요 도심에 있던 다방은 하나 둘 자취를 감췄으나 지방 소도시에는 여전히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성매매 등 불법영업 또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의 이슈포커스 키워드로 ‘불법 티켓다방’을 선정하고 현재 영업 실태와, 영업방식, 부작용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특별취재팀|전국 현지=김도현 부장, 이성은·길해성·이슬비 기자]도시지역에서 자취를 감춘 불법 티켓다방이 지방에서 활발한 영업을 이어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대적으로 여성의 숫자가 적은 농촌마을과 젊은 남성노동자들 비중이 높은 공장단지를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퍼져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티켓다방’이란 접객원들이 커피·차 등을 배달하며 성매매를 병행하는 다방을 일컫는다. ‘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것을 일컬어 ‘티켓을 끊는다’고 표현하는 데서 착안해 이 같이 명명됐다. ‘티켓을 끊는다’는 의미는 약속된 가격에 일정 시간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성매매가 병행된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가량 거리에 위치한 경기도 화성·평택, 충남 당진 등을 중심으로 티켓다방의 실체를 추적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읍·면단위 시외버스터미널과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티켓다방이 성업 중이다.
차만 마실 땐 2~3만원, 성매매 여부와 가격은 여성접객원 내키는 대로
경기도 수원·화성·안산을 근거지로 불법 택시영업 속칭 ‘나라시’ 일을 하고 있는 박성철(38·남·가명) 씨는 불과 몇 년 전까지 화성소재 한 다방에서 기사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화성지역을 중심으로 수십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까지도 커피 배달이 가능했다고 증언했다.
화성시 향남읍 소재 다방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박 씨는 “일반적으로 다방의 이미지는 속칭 ‘레지’라 불리는 여성 접객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화성 향남의 경우 배달 범위가 광범위하다”면서 “남북으로 길게 뻗은 39번 지방도로를 따라 남쪽으로는 평택항 인근, 북쪽으로는 안산시 초입 등까지가 배달 범위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통상적으로 주 고객은 원룸을 얻어놓고 홀로 사는 공장 남성 직원들 또는 모텔에 달방을 잡아놓고 생활하는 일용직 남성 노동자들이 대다수였다”며 “당시 가게 홍보를 위해 명함 등 전단지를 뿌리거나 다방 상호가 박힌 위생용품 세트와 갑티슈 등을 주기적으로 공급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만난 다방접객원 박초롱(34·여·가명) 씨로부터 티켓다방이 운영 방식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박 씨는 “일반적으로 커피배달을 나가게 되면 최소 2~3만원을 받게 된다”며 “일종의 기본요금인 셈인데 일반 커피의 경우 최대 4잔, 칡차·율무차 등은 2잔을 제공한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사각형 페트병 한 쪽 모퉁이에 홈을 내 커피잔을 보관하고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배달을 가는데 일반적으로 차만 마실 경우 15분을 넘기지 않는다”며 “차를 마시면서 티켓을 끊을 것인지, 아니면 성매매를 할 것인지 여부를 묻게 되고 단순 차만 마신다면 지체 없이 다 마신 잔을 담아 자리를 뜬다”고 부연했다.
박 씨의 설명에 따르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비용은 1시간 당 3만원이다. 보통 이 경우 함께 밥을 먹거나 노래방 가는 식이다. ‘연애’라 불리는 성매매의 경우 1회성과 함께 밤을 지새우는 이른바 ‘긴밤’이 있는데 이는 정해진 가격이 없다. 서로 합의 하에 가격을 결정, 소위 ‘부르는 게 값’이라고 박 씨는 설명했다.
또 다른 다방접객원 김미영(37·여·가명) 씨는 “벌어들인 수익금을 가게와 나누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며 “하나는 찻값·티켓·성매매 등 벌어들인 모든 돈을 업주와 절반씩 나누는 방식, 다른 하나는 가게와 매일 일정금액의 돈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대신 그날그날 벌어들인 돈을 접객원이 가져가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안마방·룸살롱·집창촌 등과 같이 정찰제로 성을 파는 것이 아닌 접객원 스스로가 손님과 흥정을 통해 값을 치르게 된다”며 “나 같은 경우는 20~25만원을 부르는데 수요가 적은 만큼 다른 곳보다 비싼 값을 불러도 대개 손님들이 오케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녀는 “술을 먹지 않아도 되고 내키지 않을 땐 손님을 가려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티켓다방에서 일 하는 장점이다”고 덧붙였다.
유모차 좌석에 놓인 출장다방 전단지…모텔에는 다방 직통 전화기도 설치
스카이데일리의 조사 결과, 현재 티켓다방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지역은 경기 화성·평택, 충남 당진 등이다. 이곳 지역 티켓다방 숫자는 평균 10여곳에 달한다. ▲화성시 송산면(사강)·남양읍·팔탄면·향남읍(발안) ▲평택시 안중·포승 ▲당진시 당진동·송악면 등이 대표적인 집결지다. 이곳을 거점으로 인근의 리(里)단위까지 배달이 이뤄진다.
이들 중 영업반경이 가장 넓은 곳으로 알려진 향남읍 소재 티켓다방 밀집 지역을 찾았다. 이곳은 차로 10~20분 거리에 신도시 아파트단지와 주거밀집지, 그리고 크고 작은 공장과 농경지 등이 혼재 돼 있어 일대에서 다방이 가장 성업 중인 곳이다.
한 원룸·빌라단지를 방문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공장에서 근무하는 남성 거주 비율이 높은 곳이다. 일부 평형대가 넓은 호실의 경우 신혼부부 또는 갓난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대부분이었다. 입구에 접이식유모차가 세워진 현관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단지 곳곳에는 ‘불법광고물을 부착하지 말라’는 경고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수시로 치운다는 이곳 주민들의 설명이 무색하게도 인터넷·IPTV, 각종 음식점 등의 전단지가 나뒹굴었다. 불법광고물 중에서도 주민들이 가장 볼썽사납게 여기는 것은 불법 다방·성매매 전단지들이었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결혼해 2년 전부터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최정미(27·여) 씨는 “승용차·경차 할 것 없이 다방 접객원을 태운 차들이 주말이면 쉴 새 없이 오간다”며 “공장 근로자들의 경우 대개 2교대·3교대 체제로 근무해 낮에 집에 있는 경우도 잦은데 이 때문인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커피배달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민 박선희(26·여·가명) 씨는 “우체통에만 전단지를 넣어도 소원이 없겠다”면서 “가가호호 명함형 전단지 또는 병따개 등을 붙여놓거나 빌라 입구 주변에 무더기로 전단지를 뿌려 놓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 유모차 좌석에 다방명함이 올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근의 한 모텔을 찾았다. 모텔 1개 방에서만 상호가 다른 세 곳의 다방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티슈, 재떨이, 라이터 등 곳곳에 다방 상호와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티슈에는 2곳의 전화번호가 함께 적혀있었지만 일반적으로 한 가게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홍보방식은 모텔 입장에서도 소모품 비용이 절감돼 서로에게 유익하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았다.
충남 당진의 한 모텔에서는 다소 생소한 전화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유선수화기가 달린 이 전화기는 0~9까지의 숫자 키패드 옆으로 인근 다방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단축버튼이 마련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전직 티켓다방 종사자 박성철 씨는 “보통 규모가 큰 다방 1~2곳이 주도적으로 일대 식당들을 섭외해 전화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 가장 효과적인 광고인 탓에 일반적으로 지역 내에서 힘 좀 쓰는 사람 아니면 비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뉴스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