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집값이 폭등한 원인은 시장에 부동자금이 과잉 돼 있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에요.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주택 시장에 몰려 있는 과잉 유동성을 분산시키는 것이 그 첫 번째 단추지요. 하지만 여전히 주택 시장에 유입된 유동자금은 분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올해 서울 주택 시장은 전반적으로 보합세, 지역에 따라 울퉁불퉁한 장세가 예상돼요.”
박원갑(55)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스피드뱅크와 부동산1번지에서 부동산연구소장을 거친 뒤, 2011년부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매스컴이 주목하는 부동산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실무와 학문을 두루 겸비한 박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대해 현실적이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인물로 꼽힌다. 스카이데일리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등 지역에서 집값 불안 현상이 나타나며 실수요자들과 유주택자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박 전문위원을 직접 만나 집값 급등 요인과 전망 등을 들어봤다.
일반인들 사이에 서울 주택은 안전자산…유동자금 많아 수요 더 몰려
박 전문위원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아비규환’이라고 표현했다.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이를 잡기 위해 정부는 각종 규제를 비롯해 자금 출처조사, 담합 단속 등의 전방위적인 사격을 가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은 게릴라식으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문위원은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시중에 넘치는 부동자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실물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움직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실물경기에 아주 둔감하게 반응해요. 경제 관련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서울 주택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서울과 지방, 서울 안에서는 강남과 강북 등 지역에 따라 계급 갈등 우려까지 나오면서 아파트는 이제 단순히 주거 목적 이외에 사회적인 목적, 성취의 상징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이유로 강남 등의 지역에 수요가 더 많이 쏠리게 됐고, 가격은 좀처럼 하락하지 않게 됐죠. 가격이 하락하지 않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서울 주택은 안전자산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지방 사람들까지 상경 투자에 나서 결국 급등세로 이어졌어요. 설상가상으로 시중에 부동자금까지 넘쳐흘러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됐어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죠.”
박 전문위원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부동산시장에 팽배한 과잉 유동성을 분산시키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서울 및 수도권 주택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심리가 깔려 있어 더욱 주택 시장에 자금을 유입시키는데, 이러한 불안 심리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주택이 안전자산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1946~65년 출생한 사람들)에 가장 팽배하다고 봐요. 이들이 부동산을 사적 복지의 일환으로 간주하면서 초과수요를 일으키고 있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점차적으로 공공복지를 강화시킬 필요성이 있어요. ‘위험한 부동산 올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또 지난해 시장에서 핵심세력으로 떠오른 30대들에게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희망에 메시지를 보내야 해요.”
시장에 팽배한 공급 불안감…규제에도 올해 풍선효과 이어질 것
박 전문위원은 부동산시장에 공급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고 봤다. 정부가 내놓는 강력한 규제를 보며 시장에서는 공급불안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이 고조되면서 정부도 이에 따른 정책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어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집값 불안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에는 즉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어요. 공급불안 심리를 해소해 줘야 하는데 규제 강화가 무조건 옳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렇다고 규제 완화 논리로 연결지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에요. 시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죠.”
“정부의 역할은 부동산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거예요. 거래량과 가격이 안정적으로 물 흐르듯 움직일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하죠. 정부는 이 역할에 충실하면 돼요. 가격과 거래를 억지로 만들려고 하면 부작용이 일수 있죠. 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과열로 치닫지 않도록 조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하지만 그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봤을 때 단기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정부가 12·16대책을 통해 서울 고가 주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올해 주택 시장은 중·저가 아파트의 선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난해에는 다주택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나타났어요. 하지만 12·16대책을 통해 초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이 전면적으로 막히고, 자금 출처 조사도 강화 돼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죠. 그 충격 여파로 당분간 후유증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 봐요.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자들이 이동하는 등 풍선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요.”
“다만 풍선효과는 무차별적이기보다는 게릴라식으로, 면보다 점단위로, 즉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여러 요인들을 주목해서 주택을 매입해야 하지요. 올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총선 이슈 등 향후 시장의 변동요인이 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이럴수록 소비자들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하죠.”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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