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게임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각 국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여파로 비대면 산업의 지속 성장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어서다. 게임산업은 전도유망한 비대면 산업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문제는 국내 게임업계가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 규제에 가로 막혀 수익 창출에 애를 먹다 보니 경쟁력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과거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주요 시장을 석권했지만 이제는 현지 게임사에 밀리는 분위기다. 수출 판로도 좁아지고 있다.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나 이마저도 요원하다.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류전파 선봉장으로 인식되는 영화, 음악 산업 수출액도 게임 산업에 미치지 못한다.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게임 산업이야말로 한류열풍을 불러올 수 있는 산업이라 강조한다. 아울러 민관이 합심해 국내 게임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가 불러온 비대면 게임산업 특수…황금알 눈앞에 두고도 규제에 속앓이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사태는 게임업계에 기회로 다가왔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출을 꺼리게 된 시민들은 가급적 가정에 머물렀고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개학이 연기된 학생들도 가정 내에서 수업을 받았다. 자연스레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을 ‘사회적 거리두기’의 해법으로 지목하고 게임 이용을 권장하면서 게임업계는 더욱 활기를 띄었다. 게임업계가 성장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덕분에 글로벌 게임업체들은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일례로 코로나 사태 이후 일본 게임사 닌텐도는 코로나 사태 확산에 자체 콘솔 ‘스위치’ 전용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닌텐도의 2020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영업이익 규모는 3523억엔(약 4조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특히 닌텐도는 회계연도 4분기(2020년 1~3월)에만 스위치 329만대를 판매했다. 출시 4년차에 접어든 콘솔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괄목할만한 판매량이다.
글로벌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올해 1분기 게임 관련 매출액 15억2000만달러(약 1조86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반면 국내 게임사들은 특별한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사고 있다. 게임·증권 업계 등은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이 실적은 코로나 특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충성고객’으로 분류되는 기존 유저(소비자)들의 소비가 실적 상승을 견인한 것이지 신규 유저 창출의 영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게임업체들과 국내 게임업체들의 온도차는 환경적 영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 보니 국내 게임업체들은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자연스레 신작개발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글로벌 게임업체들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신작개발 등에 활발한 투자를 해왔다고 강조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학교 교수)는 “닌텐도 등 글로벌 게임사들은 게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수익 확대에 성공했다”며 “일례로 닌텐도 동물의 숲은 단순한 게임이나 유저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고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게임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국내 게임사는 ‘리니지’ 등 기존 게임 IP를 소모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렇다보니 게임의 다변화 및 게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 세월 한국 게임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잃었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될 것이다”고 밝혔다.
“1500조 황금알 게임산업, 장기적·대승적 안목으로 경쟁력 마련 힘써야”
게임산업이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95억5078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63억9161만달러로 전체 중 66.9%의 비중을 차지했다. 게임산업의 경쟁력 하락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K-pop 등을 앞세워 한류문화 전파에 힘썼던 음악 산업 수출액은 5632만달러로 5.9%의 비중을 차지했다. 방송과 영화의 수출액도 각각 3998만달러(4.2%), 416만달러(0.4%) 등으로 비중이 한참 낮았다.
전문가들은 게임 산업의 해외진출이 단순한 금전적 이익 그 이상의 효과를 안겨다준다고 강조한다. 게임을 바탕으로 한국 문화를 전파하고 국가 인지도를 높이는 등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설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게임 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타 산업과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정현 학회장은 “게임 산업은 매출액 등 유형적 가치도 크지만 거기에 10배, 100배의 무형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게임 산업 매출규모는 약 15조원이 될 것으로 분석되는데 150조원, 1500조원 규모 무형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바 있는데 해외 유저들이 한국 게임에 친숙해지면 그만큼 한국 문화에도 친숙해진다”며 “게임이 한국의 인지도와 국격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는 단순히 매출규모로 계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은 유저의 습관, 소비, 성향 등 개개인의 빅데이터를 축적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소비태도, 행동양식 등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를 타 산업과 연계하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마케팅에 실시할 경우 보다 효과적으로 소비심리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위 학회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우리나라 게임산업 위상으 위축된 데는 정부의 지원 부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산 게임은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며 “당시엔 우리나라가 게임을 통해 디지털 제국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정부는 게임 산업 육성에 게을렀고 주요 게임사들도 경쟁력 확보보다는 당장의 이윤 창출에만 급급했다”며 “한국 게임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우수한 개발자들이 다수 등장했던 덕분인데 이제는 그 강점이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임 산업의 발전으로 e스포츠가 탄생했는데 e스포츠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경기 방식, 경기장 형태, 중계 방식 등을 전부 만들어냈음에도 중국, 미국 등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다”며 “미국은 글로벌 e스포츠 중계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중국은 시장과 관객 등에서 압도적이다”고 설명했다.
위 학회장은 “현재 한국이 가진 강점은 우수한 선수를 다수 배출한다는 점인데 이마저도 언제 해외에 뺏길지 모르는 상황이다”며 “정부는 게임 산업, e스포츠 육성을 위한 장기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국내 게임산업이 과거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선 최소 10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는 의견을 전했다. 위 학회장은 “이 기간 동안 게임 산업 육성과 e스포츠 전용경기장 건설 등 투자에 힘쓰며 해외에 빼앗긴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며 “셧다운제 등 규제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나마 늦게라도 정부가 게임 산업 육성 의지를 내비치는 건 반가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새로운 게임 유통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신기술 기반 게임의 특성을 고려한 게임 등급분류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중장기 과제로 기재부와 협의 후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신기술 육성을 위한 제작 지원도 추진한다. 초저지연·고품질 클라우드 게임 제작을 위해 5G 통신 관련 기술 연계한 게임 제작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초·응용기술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도 강화한다.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게임개발(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성과 사례 전시 및 게임업체 투자유치를 위한 설명회 등을 개최하기로 했다. 신기술 기반의 게임 활용 여건도 조성하는데 개인, 스타트업, 중소게임기업 등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의 신기술 장비 이용 및 테스트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전문성 중심 신기술 게임콘텐츠가치평가 모델 개발 및 가치평가 기반 투·융자 지원 확대에 나선다. 자본력이 필요한 신기술 기반 게임은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상생 협력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e스포츠 육성에도 힘쓰기로 했다. e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 상설경기장을 거점으로 PC방을 e스포츠 시설로 지정해 관련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e스포츠 아마추어 대회개최와 아마추어팀 육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e스포츠 선수 인권 보호에 나서며 올해 국제 e스포츠 대회도 개최하겠다는 의지도 전달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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