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자 300명 중 여성은 57명으로 전체 19%를 차지했다. 역대 선거 사상 최고 수치지만 그럼에도 한계점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대 총선에서 여성 의원은 19대 47명(15.7%), 20대 51명(17.3%), 21대 57명(19.0%)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고 이번 선거에선 각 정당들의 의욕적으로 여성 인재 발굴을 내걸었지만 여전히 20%의 벽을 돌파하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 여성 의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여성 국회의원 평균 비율인 27.8% 보다 10%p 가량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비례대표 28명을 제외하면 지역구 여성 당선자는 29명으로 11.5%에 불과하다.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국제의원연맹(IPU)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도 뒤처진다. 전체 179개국인 IPU가입국의 여성의원 평균 비율은 25%였다. 제20대 국회를 기준으로 한국은 125위에 해당한다.
공천 30% 공언한 거대양당 실상은 10%대 그쳐…여성 신인들 저력 과시
21대 총선에서 여성 당선인 비율은 당초 예상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 포함)과 미래통합당(비례정당 미래한국당 포함)의 여성 의원은 각각 180명 중 30명(16.7%), 103명 중 18명(17.8%) 등이었다. 여성 당선자 수가 적은 이유는 공천 비율 자체가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두 당은 여성 공천 비율을 30%를 공언했으나 민주당 32명(12.6%), 통합당 26명(10.2%) 등에 그쳤다.
그나마 21대 당선자 중 여성의 비율은 역대 총선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국회에서 여성 의원이 설 곳은 매우 협소했다. 제헌 국회에선 임영신(1, 2대), 박순천(2,4,5,6,7대), 박현숙(3,6대), 김옥선(7, 9대), 김윤덕(9, 10대) 의원 등의 여성 의원들이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 14대 국회까지는 지역구 당선자가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5대부터 여성 지역구 의원들이 하나 둘 늘어났지만 남성 의원에 비해서는 턱 없이 적은 수준이었다.
각 정당에선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여성인재 발굴을 약속했지만 결국 기대했던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 바늘구멍 확률에 가까운 지역구 공천을 받은 여성 후보들은 이번 총선에서 맹활약했다. 덕분에 총선 이후 여성인재 발굴 요구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광진 을에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민주당 당선인이 대권 잠룡인 오세훈 통합당 의원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통합당 당선인 역시 송파을에서 2년 만에 다시 맞붙은 4선 중진 최재성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구에 나선 MBC 기자 출신 김은혜 당선인도 지역 현역인 김병관 민주당 의원과의 접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수진 민주당 당선인은 서울 동작구을에서 4선의 나경원 통합당 의원과 벌인 ‘판사출신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현역의원 3명이 맞붙은 경기 안양 동안구을에서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이재정 민주당 후보가 5선의 심재철 통합당 후보를 꺾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임오경 민주당 후보는 광명갑에서 승리하며 의원직을 거머쥐었다. 부산 중·영도에서는 황보승희 통합당 당선인이 해당 지역구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 타이틀을 얻게 됐다.
여성 의원들의 지역구 사수도 곳곳에서 이뤄졌다. 영등포을에서는 김영주 민주당 당선인이 4선 고지에 올랐고, 경기 고양갑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당선인이 이경환 통합당 후보와 1%p 안팎의 박빙 승부를 벌인 끝에 지역구를 사수했다.
이외에도 비례대표의 경우 미래한국당에서는 윤주경, 한무경, 조수진, 장경희, 조명희, 김예지, 이영, 전주혜, 서정숙, 허은아 후보 등 10명의 여성이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더불어시민당에서는 신현영, 권인숙, 용혜인, 윤미향, 영원영, 유정주, 최혜영, 이수진, 양정숙, 양경숙 의원 등 10명이 당선권에 들었다. 정의당의 경우 류호정, 장혜영, 강은미, 이은주 의원 등 4명이 당선됐으며 국민의당에서는 최연숙, 권은희 등이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열린민주당에서는 김진애, 강민정 등 2명이 당선권에 들었다.
전문가들 “여성 정치 대표성 강화 필요…강제적 방식 보단 자발적인 노력 급선무”
전문가들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여성들의 활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29명의 당선자 배출로 역대 최다 여성 지역구 의원이 탄생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땐 여전히 국회 내에서 여성의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다. 다만 ‘공직 선거법’에 규정된 30% 여성할당제 등과 같은 강제적인 요소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수현 잰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300석 중에 여성 당선자의 비율이 19%였다”며 “사실 상 대한민국의 정치적, 경제적 위상 등을 감안했을 때 19%는 너무 낮은 수치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2018년 미투 운동부터 시작해서 성폭력 등 잰더 문제는 사회적으로 항상 부각되고 있지만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인을 많이 공천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지역구 여성 의원 비율이 낮은 이유는 각 정당이 여성 공천 비율 30% 이상 권고 조항을 잘 지키지 않는 탓이 크다”며 “심지어 거대정당들도 여성 공천 비율이 19% 밖에 안 되는 게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각 정당이 나서서 노력하지 않으면 여성들의 정치 대표성은 더욱 약해질 것이다”며 “이를 위해 많은 여성들이 정치 진입을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사회는 여성들이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많이 낮은 편이었다”며 “결국 김대중 정부 때 전국 위원회에서 여성 인재를 활용하라는 취지에서 ‘여성할당제’가 도입됐지만 역차별 우려 때문에 실제로 잘 지켜지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여성의원 비율로는 아직까지 대표성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점진적인 여성의 정치 진출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지만 강제적인 방법으론 한계가 명확하니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영 기자/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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