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오창영·김재훈 기자]외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국 출발 여행객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전체 185개국이다. 한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는 중국을 포함한 150개국에 달한다. 격리 조치는 12개국, 검역 강화는 23개국이다. 국민의 높은 시민 의식과 의료진의 헌신으로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고립돼 있는 꼴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한국인 입국금지·입국절차 강화 등은 현 정부 외교력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평소 세계 주요 국가와의 관계를 돈독히 했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보인 외교 행보도 새삼 재평가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과도한 ‘북한 챙기기’로 세계 각국의 질타를 받아왔다. ‘한반도 평화’에만 몰두한 나머지 다른 나라에 대한 배려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다소 수위 높은 제재는 그 연장선상에 놓인 결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평소 과도한 북한 챙기기로 다른 국가들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6·25 전쟁 당시 함께 피흘려준 동맹국 미국 대신 주적 북한 챙기기 급급한 문재인정부
문 대통령은 올해 3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에 따른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방역뿐만 아니라 지난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WFP(세계식량계획)를 통해 편성해 둔 쌀 5만톤 규모의 지원 방안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하기로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 방역에 협조하고 냉각된 북미 관계를 풀어나가자고 의견을 전달했다. 이보다 앞선 3월 4일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위로를 전하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 감사의 뜻을 담은 답신을 전했다.
그동안 북·미 관계 개선의 중재자를 자처했던 문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 사태 때도 같은 행보를 보인 셈이다. 문 대통령의 북미 관계 개선 중재자 역할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2018년 2월 10일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청와대를 찾았을 당시 김여정 노동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후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 통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고 그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5월 26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9월 18일에는 문 대통령이 평양에 방문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동안 화두는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이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처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이끌어냈지만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졌을 때도 만남의 궁극적인 목적인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선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문 대통령과 3차례, 트럼프 대통령과 2차례 각각 만난 이후 남한에 대한 북한의 도발 수위만 높아졌을 뿐이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국제지역학)는 “지나치게 북한을 위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다 보니 오히려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보다 아래로 전락했다”며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한반도의 평화는 절대 보장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북한을 세계 무대로 불러내는 것과 미국과의 대화 자리 마련에만 분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정부가 먼저 나서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 한국의 국제 공신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적에게 더욱 얕잡혀 보이고 아군과의 관계는 멀어지는 고립무원 외교를 자처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은 올해를 대미 전면대결의 해로 선포했다”며 “새로운 전략 무기를 시험하는 등 군사적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비핵화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북핵을 용인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 우리나라는 동맹국인 미국이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하며 이미 결정을 내렸음에도 오히려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엔의 대북 제재 범위 내에서 금강산 개별 관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 범위 내에서도 남북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금강산 개별 관광은 국제 대북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이틀 뒤인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대북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서 사안을 다루는 게 낫다. 남북협력에 대해 한·미 실무진 협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며 미국과의 우선 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해리스 미국대사가 사실상 내정간섭이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미국대사가 결례를 무릅쓰고 목소리를 높인 데에는 문 대통령에게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찾아볼 수 없자 한국의 우방으로서 옳은 소리를 하고자 했을 뿐이다”며 “금강산 개별 관광 같은 친북 외교로 정부만의 상상의 날개를 마구잡이로 펼치다 보면 북한에 ‘한국은 늘 자기 편을 들어준다’는 그릇된 인식을 키워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제라도 문재인정부는 일방적인 북한 퍼주기식 외교를 지양하고 비핵화 의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에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라는 입장을 고수해 이제는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응할 때까지 기다리고 침묵하는 전략을 펼칠 때다”고 강조했다.
중국·러시아·인도 등 북한 우방과 신뢰 쌓는 문재인정부… 한·미 동맹 균열 우려
한·미 관계가 삐걱대는 동안 북·중 관계는 훨씬 견고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북한과 중국이 서로 혈맹이라는 점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있다. 중국에 열과 성을 다해온 문재인정부가 김 위원장의 외교력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로 인한 보복 조치로 국가 경제가 심각한 피해를 입자 문재인정부는 친중국 노선으로 전환했다. 코로나 위기가 도래했을 때마저 대한의사협회의 중국인 입국 금지 권고를 묵살하고 중국인의 입국을 허가하다 코로나 사태가 손쓸 수 없게 퍼진 뒤에야 여론을 의식해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정부는 미·중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미 관계 증진이 아닌 친중국 외교 정책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중국을 이용하겠다는 계산을 했었는지 모르겠으나 실제론 중국에 능욕만 당하고 북·중 관계만 더욱 공고히 만들어 준 꼴이 됐다”고 말했다.
2016년 북한 4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화물 검색 의무화 △육·해·공 운송 통제 △북한 광물거래 금지·차단을 골자로 하는 역대 최고 수위의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했다. 이후 미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강력한 대북 제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반기를 든 몇몇 국가는 유엔 제재를 무시한 채 북한과 거래를 일삼고 있다. 일례로 러시아는 지난달 14일 2만5000톤 규모의 밀을 북한에 보냈으며 그간 매달 2000~3000톤 규모의 석유 제품을 꾸준히 보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 역시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한 100만달러어치의 의약품과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100만달러어치의 밀을 북한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미국을 이용해 우방 국가와의 관계를 견고히 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북한 퍼주기 뜻은 굽히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인프라 분야에 걸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코로나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이른바 ‘한반도 뉴딜’ 계획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편향된 외교로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유 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이 이행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문재인정부는 북한 눈치만 보고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 정작 비핵화뿐만 아니라 우리의 실익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를 이행해야 하는 순간에 되레 국제 공조에 역행하는 것은 북한이 말하는 민족 공조를 따르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제대로 된 외교 원칙을 지녀야 미국 및 세계와 공조해 북한을 계도해 나갈 수 있다”며 “문재인정부는 잘못했을 땐 잘못했다고 강하게 지적하는 등 북한과 동등 혹은 우위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국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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