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누구도 다치지 않은 상태를 안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집안에 어르신이 있으면 혹시나 다치실까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죠. 조선의 세번째 왕이었던 태종에게 책사로 하륜이라는 신하가 있었던 것처럼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협회가 사회에서 하륜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1964년 설립된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우리나라 최고의 산업안전 전문가가 소속돼 전국에 7개 지역본부와 21개 지회가 있는 안전분야대표 비영리단체이다. 채수현 대한산업안전협회 교육문화이사(63)는 협회가 각종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태동과 함께 출범해 안전한 사회를 지키는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안전기술·기법 개발뿐 아니라 국민 안전의식 제고에도 선도적 역할
초여름의 더위가 느껴지던 6월의 어느 날, 채수현 이사를 비롯해 김석진 안전진단 본부장과 배치우 안전지원본부장은 대한산업안전협회 대회의실에서 기자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기자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안전협회활동경력만 평균 30년이 넘는 베테랑 안전 전문가들의 안전에 대한 지식과 상세한 설명에 매료됐다. 또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 사회의 안전이 많은 이의 노력으로 지켜지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
협회에서 가장 긴 경력을 자랑하는 채 이사는 협회에서만 36년 이상 활동한 국내 최고의 안전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협회의 여러 가지 활동에 대해서 설명했다.
“우리 협회는 안전진단과 안전검사, 안전인증, 안전교육을 비롯해 안전문화, PSM, 장외영향평가 등 각종 안전컨설팅, 안전관리업무 수탁, 건설안전 및 시설진단, 어린이 놀이시설 검사 등 다양한 사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며 재해예방에 앞장 섰죠. 특히 협회의 안전관리업무 수탁사업의 재해율을 살펴보면 협회의 재해예방사업이 매우 효과적으로 전개됐음을 알 수 있어요.”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평균 재해율은 0.58%이지만 저희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사업장의 재해율은 0.35%에 불과하죠. 이 같은 안전관련 사업 외에도 우리 협회는 안전기술 및 기법의 개발과 선진 외국기술의 도입에도 선도적으로 나섬으로써 우리나라 산업안전분야의 발전에 공헌하고 있어요. 또한 산업재해 예방 캠페인, 안전사진‧그림 공모전, 안전관리 우수사례 발표대회 등 다양한 안전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 제고에도 앞장서고 있어요.”
최근 4차 산업혁명 등 우리를 둘러싼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행동과 습관을 답습해서는 안 되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만약의 사태에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채 이사는 말했다. 산업안전분야에서도 AI, IoT,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등의 등장으로 네트워크가 확장되며 산업현장의 통제 범위도 사업장 단위를 넘어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대됐다. 이는 사고 발생 시 위험 영역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재해예방 활동만을 계속 추진한다면 노동자의 안전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협회도 대응전략이 필요했다.
“우리 협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세부 이행계획을 담은 ‘VISION 2030’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먼저 협회 관계사의 재해율이 0.25% 이하가 되도록 지도‧관리하고 있어요. 여기에 더해 안전관리업무수탁 및 컨설팅 등의 보고서를 디지털 전산화한 ‘스마트 보고서’를 통해 한층 더 체계적인 관리에 나설 계획이죠.”
“최근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신설된 제도의 안착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임할 거예요. 도급 승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보건평가제도’가 서류상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수행 인력의 배치 및 교육훈련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죠. 또한 건설 발주자의 책무 중 하나인 안전보건대장과 관련해서는 자체적으로 표준모델을 개발해 보급하려 해요.”
협회는 국내 최고의 재해예방기관으로서 교육과 워크숍 등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KOSHA-MS 및 ISO45001 컨설팅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역별로 안전진단 컨설팅 수행 인력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개최해 직무능력을 향상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은 누군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 실천 습관 필요”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관리의 근간이 되는 역할을 했어요. 그동안 여러 차례 일부 개정을 통해 보완을 해왔지만, 전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공감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됐죠. 2018년 12월 김용균 씨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입법 과정이 급물살을 타게 됐어요.”
개정된 산업안전관리법 시행에 맞춰 협회는 안전보건의 보호 대상이 된 이들이 체계적으로 안전 활동에 나서고 높은 안전의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관련 맞춤형 교육과정과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방침이라고 채 이사는 밝혔다.
“우리 협회는 ‘산업안전보건법’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환통법) 등 다양한 건강·안전·환경(HSE, Health·Safety·Environment) 관련 법·제도에 기반한 컨설팅을 더욱 강화해 실시하고자 해요. 이를 통해 산업현장의 안전을 지키고 화학물질의 안전한 관리 및 사용을 지원하며 환경오염 예방에 기여해 국민이 더욱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죠.”
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배치우 안전본부장은 협회에서만 3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이다. 그는 안전관리자 선임의무가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관리업무를 위탁받아 전문기술인력의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업무 지원으로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특히 고도화된 산업안전기술‧연구‧조사 분석을 통해 근본적인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협회에서 맡고 있다고 배 본부장은 설명했다.
“저희 협회는 재해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많은 사업장의 안전 관리업무를 책임지고 있죠. 안전은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예요. 인간존중 이념을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죠.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연령, 신분, 성별에 차이가 없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전은 개개인의 안전 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저희 협회의 역할이 효과를 발휘하죠. 나의 안전은 누군가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안전을 위해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해요.”
협회 경력 31년 차인 김석진 안전진단 본부장은 다양한 사업장의 진단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화학사고가 많아져서 공정안전관리(PSM)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SM은 유해 위험설비를 보유한 사업장의 위험 물질 누출, 화재, 폭발 등의 사고 발생으로 인한 사업장 내 근로자와 인근 지역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비 진단 및 위험성 평가 등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첨단 정밀 측정 장비와 전문 기술 인력의 축적된 경험을 활용해서 안전점검을 실시해 각종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검사라든지 건설안전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 시설안전 점검이나 체육시설‧레저스포츠시설 안전점검, 공연장 안전진단을 저희 협회에서 실시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안전정책, 법령 등의 제도적 기반은 여느 안전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결코 뒤처지지 않죠. 안전장치·설비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어요. 하지만 산업현장의 공정이 점차 대형·복잡화되고 신기술에 수반되는 새로운 위험이 출현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법적 규제에 의한 안전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대형 화재참사… 사업장 안전문화 절실해
채 이사는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는 사고방식과 모든 업무 활동에서 안전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행동양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경기도 이천에서 2008년에 2건의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했는데 올해 4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했다면서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업장 전반에 안전문화가 뿌리 깊게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안전보다는 빠르게 작업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최우선이었던 급속한 고도성장기의 ‘빨리빨리 문화’가 안전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지금이라도 뿌리부터 안전체질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법적 규제와 위험기반에 의한 안전관리를 실시하면서, 안전문화 확산을 통한 인식의 변화까지 이뤄낸다면 우리나라는 안전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확신하죠.”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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