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국내여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번 기회에 불친절, 바가지 요금 등으로 외면받았던 국내여행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강화도다.
강화도는 지역 특성상 수도권에 가까워 관광객 유치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강화군은 지리적 이점을 살리고 방역활동을 강화해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여행지로 발돋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해외입국자 1명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강화도는 단 한명의 확진자도 없는 ‘코로나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호국영령들이 지킨 강화도…곳곳에 순국선열들의 흔적 고스란히
사람들은 보통 강화도 하면 ‘서울에서 가까운 바다와 면한 섬’으로 생각한다. 크게 틀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거기서 끝은 아니다. 강화도는 우리역사의 굴곡의 순간들을 묵묵히 지켜본, 남다른 의미를 지닌 섬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김포한강로를 달리면 강화도를 마주보고 있는 대명항이 나온다. 항구 옆길을 따라 강화초지대교를 건너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초지진이다. 초지진은 1871년에 일어난 신미양요에서 미국 로저스제독의 함대를 상대로 격전을 벌인 곳이다. 4년 뒤인 1875년에는 일본의 운양호(운요호)를 상대로 일전을 벌였다.
초지진에 가면 바로 볼 수 있는 것이 성벽 바로 옆에 서있는 큰 소나무다. 수령 400년 정도 된 이 소나무는 효종7년(1656년)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나무에는 격전 중 날아온 포탄 파편에 의한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다. 열강의 침입에 맞서 장렬하게 싸운 선조들의 기상을 간직한 채로 오늘도 초지진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소나무 옆 성벽에도 포탄의 흔적은 남아있다.
초지진을 떠나 북쪽으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덕진진이 있고 여기서 2km 가량 위로 더 가면 광성보가 있다. 신미양요 때의 격전지로 유명한 이곳에서 당시 어재연 장군을 비롯해 350여명이 순국했다. 바로 옆에는 이들을 기리는 신미순의총이 자리잡고 있다.
템플스테이로 힐링 여행 가능한 전등사…그동안 걸어온 삶을 되돌아보는 곳
다시 발걸음을 서쪽으로 돌려 차로 20여분 정도 가면 정족산을 낀 정족산성이 나온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이야기가 내려와 ‘삼랑성’이라고도 부른다.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성으로 추측되는 이곳은 1259년 고려가 삼랑성 안에 궁궐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영조 15년(1739년)에 성을 다시 쌓으면서 남문에 문루를 만들고 ‘종해루’라고 이름 붙였다.
고종 3년(1866)의 병인양요 때 양헌수 장군이 정족산성 동문과 남문으로 공격을 해오던 160여 명의 프랑스군을 무찌른 곳으로도 유명하다. 조선 현종 1년(1660) 마니산의 사고에 보관돼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성 안에 있는 정족산사고로 옮기고 왕실의 족보를 보관하는 선원보각을 함께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둘 다 없어지고 전등사(傳燈寺)만 남아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인 서기 381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는 17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창건 당시에는 진종사로 불렸다. 대몽항쟁기인 고려 고종 시절에는 경내에 임시 궁궐을 짓고 나라와 왕실의 안위를 빌기도 했다.
이후 고려 충렬왕의 왕비인 정화공주가 송나라의 대장경을 간행해 여기에 보관토록하고 옥으로 만든 등잔을 시주한데서 전등사로 부르게 됐다. 전등사 경내로 들어가면 한 가운데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있다. 조선 광해군때 화재로 인해 소실된 전등사는 1615년 재건했는데 그때 심은 나무로 추정된다.
전등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템플스테이’다. 전등사는 템플스테이를 적극적으로 시행중인 사찰로 유명하다. 힐링형·문화체험형·휴식형·당일형의 4종류로 나뉜 프로그램을 통해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의 도량을 선사하고 있다. 예불과 타종, 명상, 108배와 스님과의 차담 등을 통해 마음의 여유로움과 정신적 풍요를 얻을 수 있다.
전등사 경내 입구에서 올라오다 보면 다원이 있어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고단한 심신을 잠시 쉬었다 가라고 유혹한다. 이곳에서는 차와 함께 주변 친한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본인이 간직할 만한 다기나 다양한 장식품도 판매하고 있다.
수도권 가까운 이점 살린 레트로 감성 명품 카페, 이색 보양식 맛집 즐비
수도권에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강화도에는 인상적인 곳들도 많다. 여러 방송사 프로그램에 등장해 가장 널리 알려진 조양방직 카페도 그 중 하나다. 원래 이곳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강화 갑부였던 홍재묵·홍재용 형제가 민족자본으로 세운 최초의 방직공장이었다.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 최고 품질의 인조직물을 생산해 강화가 섬유산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하다.
경쟁에 밀린 공장이 문을 닫고 방치됐던 곳을 원래의 물건에 예술성을 더해 멋진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2013년 한 TV 드라마에서 이곳 사무실이 옛날 국수집으로 나오면서 많이 알려지게 됐다.
카페 입구로 들어가면 최근 유행인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옛 물건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4~50년 전에 사람들을 태우고 다녔던 버스와 오래된 광고판들이 마치 1960~70년대 한 가운데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옛 공장 마당 한 구석에는 거대한 금고 건물도 있다. 공장이 한창일 때는 일꾼이 돈을 지게로 져서 은행까지 날랐다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들을 지나가면 조양방직 본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입구를 지나 음료 등을 주문받는 곳을 지나면 카페 내부가 보인다. 들어가는 순간 절로 탄성이 나왔다. 영화나 화보의 한 장면과 같은 카페 내부는 최대한 옛 모습을 살리면서도 밝은 조명과 아기자기한 장식품으로 묘한 조화로운 느낌을 준다.
조양방직 카페를 나와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한 식당을 찾았다. 약 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바다에 면한 강화도의 특성을 반영하듯 장어구이와 랍스터, 전복 등 각종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강화도에는 이 밖에도 수많은 문화 유적과 박물관들이 즐비하다. 마니산 참성단을 비롯해 고인돌과 고려궁지, 대한성공회 강화 성당 등의 유적 등이 여행객의 발길을 이끈다. 박물관으로는 강화전쟁박물관, 강화역사박물관, 주말에 여는 화문석문화관, 소창체험관 등이 있다. 또한 강화도 북단에 위치해 북한을 볼 수 있는 평화전망대는 분단의 현실을 일깨워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디론가 가고 싶어도 선뜻 내키지 않는 이 때, 그동안 잃었던 생활의 여유로움을 전등사 템플스테이로 되찾으면서 식도락과 역사탐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애국여행을 추천한다. 이번 여름휴가는 ‘코로나 청정구역’ 강화도로 한 번 떠나보자.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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