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재확산 원인을 두고 정치권에서 치열한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특정단체를 지목하며 기본권 제한까지 거론한 반면 야권과 대다수 국민은 섣불리 코로나 종식 전망을 내놓고 방역에 느슨한 태도를 보인 정부·여당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소비쿠폰 뿌리고 임시공휴일 지정까지… “‘잘못된 시그널’이 방역 경각심 대폭 낮춰”
올해 2월 13일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다”고 장담한 문재인 대통령은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 무섭게 후속대책을 내놨다. 4월 23일에는 감염병 전담병원 일부를 지정해제 했고 5월 27일에는 해양수산부가 전국 267개 해수욕장 개장을 발표했다.
6월 1일에는 소비쿠폰 지급계획을 확정했으며 7월 21일에는 소비활성화를 위해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7월 22일에는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도 해제했다. 8월 22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시민들에게 6월부터 배포된 영화할인권 194만장 중 50만장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섣부른 축배라며 우려를 쏟아냈다. 지난달 24일 강기윤 국민의힘(前미래통합당) 의원은 “코로나 재확산이 가속화되자 문체부는 20일부터 숙박할인권 발급을 일시중단 했지만 이미 배포된 할인권으로 예약이 완료된 13만건의 숙박상품은 일단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며 “내수경제를 나라 예산으로 살리려 한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시그널’이 방역 경각심을 대폭 낮췄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소비활성화 조치에 대다수 국민은 코로나 완전 종식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즐기기 시작했다. 서울 시내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손님들로 만원을 이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으로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같은 집회, 다른 결과…코로나 확진자 민노총은 1명, 광화문은 수백명
정부의 각종 조치로 코로나 이전과 다름없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던 상황에서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정부·여당은 광화문집회와 특정 교회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광화문집회 참석자와 교회 신도 등을 상대로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등 코로나 재확산의 책임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광화문집회가 열린 당일 인근인 종각에서 실시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시위 참석자 중 확진자는 불과 ‘1명’에 그쳐 정부·여당의 광화문집회 책임론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민노총 시위 참가자들이 집단면역을 가지지 않은 이상 양측에 대한 당국의 확진자 수 집계가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은 광복절집회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갑작스럽게 번창했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같은 날 다른 집회에서 발생한 확진자 얘기는 안 하는 것 아닌가”라며 “비상식적이고 유치한 사고방식이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울시는 8·15 우파들의 집회는 모두 금지처분을 내렸으면서 민노총 집회는 허용했다”며 “불법 박원순 분향소에다가 민노총 집회까지 서울시는 코로나가 우파에만 침투하고 좌파에는 침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코로나 확산 주범은 바로 서울시의 이중 잣대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확진자 중 광화문집회 참가자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정부·여당의 코로나 재확산 책임전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김미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주말부터 전국 확진자 중 광화문집회 관련은 15%에서 20% 정도이고 80% 이상이 이와 관련 없는 지역감염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심각한 상황을 외면하고 특정집단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에 따르면 코로나 증상이 발생하기 전인 사람은 주변 인물의 약 40% 가량을 감염시킬 수 있다. 8일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확진자는 전날 대비 136명 늘었지만 이 중 광화문집회 참가 확진자는 5명에 불과했다. 누적 확진자는 총 2만1432명이지만 광화문집회 참석 확진자는 532명(약 2%)에 그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문가들이 코로나 2차 대유행을 경고했음에도 이를 막지 못한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정부 책임이다”며 “정부는 사과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판에 방역보다 ‘코로나 정치’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정치공세는 중단하고 위기극복 스위치를 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권은 ‘정치방역’은 없다면서 광화문집회 책임론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주당 새 지도부의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 재확산 진원지는 광화문집회다”며 “중대본 집계에 따르면 광복절집회 참가자 30%에 못 미치는 1만5000여명만 검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노총도 정치방역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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