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방위 반기업 정책과 기업규제 입법 로드맵을 밟아온 문재인 정부의 권력 산파역을 자임한 민주노총의 노동인권 강경기조가 여전히 꺽이지 않을 기세다. 오히려 기업경영 자체를 원죄시 하면서 기적의 경제성장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기업들의 사지를 묶어 무덤에 던져넣겠다는 식의 막가는 입법 요구들이 점입가경이다. 노동계는 또 다시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노동천국 티켓을 들고 길거리로 대거 나섰다.
민주노총이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주도한 노동자 대회에서는 마치 대한민국을 노동낙원으로 일구겠다는 의지가 분출됐다. 전면에 내걸린 타이틀은 ‘전태일 50주기 열사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였던 만큼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소환해 그 의미를 확산하고자 한 의지가 엿보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고 전태일 군에게 국민훈장 5등급 중 1등급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해 곧바로 열리는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무게감을 실어줬다. 명분으로 뒷심을 받은 민주노총 행사 당일 ‘전태일 3법’ 제정을 부르짓는 목소리는 전국에서 강력한 톤으로 울려퍼졌다. 이 시간 기업인들은 착잡하고 두려운 심경으로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전태일 3법에 온 몸이 얼어붙어야 했다.
근로기준법·노조법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등을 보면 기업인들의 책임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권한은 줄어드는 프레임이 견고하게 유지됐다. 하지만 기업이 고사하면 모든 것이 끝인 현실의 치열한 시간이 오버랩됐다. 고 전태일 군의 비통한 사건은 안타깝지만 그의 죽음 앞에 걸린 전태일 3법 주장이 진정한 노동인권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50년 전의 상황을 지금의 시계에 꿰어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최근 넘실대고 있는 반기업·친노동 법안들을 종합해 보면 속된 말로 기업이 망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뉘앙스가 더욱 강력하게 들어붙었다. 기업은 망할 때 망하더라도 망한 이유가 되는 사람들까지 챙기라는 식과 다르지 않은 비정함까지 켜켜이 묻었다. 또한 민주노총의 요구대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 5인 이하 전 사업장이 대상이다. 영세 소상공인 등 사업주까지 포함된다. 과거 전태일 군의 부친은 영세 사업주였다. 부친의 파산으로 가정이 끝단으로 내몰리면서 그 자식은 당시의 상황 속으로 빨려 들어간 끝에 비극적인 분신사건이 일어났다. 노동인권도 중요하지만 사업주 인권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면 수많은 가정과 평범한 시민들이 도미노 파산을 피하지 못한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 일방주의 입법에 덩실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기업의 사지를 묶는 공정경제 3법 논란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중에도 정부 여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에 맞춰 친노동·친노조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실업자 뿐만 아니라 해고자까지 노조가입을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곧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는 것은 그 상징이다.
해고의 정당한 사유를 정확히 가리지 않고 무조건 해고자를 노조가입에 허용하면 경영에 중대한 차질을 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전례를 보면 노조는 당연히 권력화 되고 자신들의 이권과 앞가림을 우선하게 된다. 실제로 노조법안에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조항까지 담아 세력의 확장을 도모하는 인상을 강력히 주고 있다.
지금도 노조의 권한이 너무 커 비리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인사비리에 노조개입 사건들이 적잖이 있었다. 취업찬스, 승진찬스 등에 노조개업 사례가 도를 넘은지 오래됐다. 심지어 노조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기업들의 경우 노조 입김 때문에 불법분식을 일삼아야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영찬스까지 거머 쥔 노조의 불법행보다. 따라서 해고자 노조가입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은 경영자가 목에 칼을 품은 채 경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친노동·친노조 법안들 중에는 외견상 근로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긍정적 취지를 담은 내용들이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 인권 아래에 무능력과 게으름, 노골적인 해사(害社) 행동, 중대 고의·비고의 과실, 기밀·기술 유출, 내부 적대행위 등에도 기업주는 손발을 쓸 수 없게 하는 행간의 독소정신들이 깃들었다.
단 한시도 방심하지 못하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기업주가 이 같은 경영적 판단요소들을 책임있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결단을 하지 못하면 기업은 물론 소속 임직원들 전체가 한 순간 몰락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인권이란 아름다운 포장에 정작 보호받아야 할 임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당하는 상황은 결코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다.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경쟁의 중심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경쟁을 통해 결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소명이다. 기업에게 경쟁은 공동선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이 경쟁이 곧 인권을 떠받치는 치열한 메가기둥이다. 경쟁을 아름다운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 가는 방식이 얼마든지 있음에도 경쟁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차별·고난·곤경·낙오·공포 등을 무조건 나쁘다고 배척해서는 안 된다.
두렵고 하기 싫은 경쟁을 외면하는 구성원들의 핑계는 무수히 많다. 무능력하고 책임감이 미약한 구성원일 수록 핑계의 무덤이 늘어난다. 그리고 적대감·증오감·분열감을 사내에서 키운다. 그것이 인권으로 포장되면 자기 자신은 물론 모두가 희생자로 전락하고 만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기업주·사업주 대부분은 떨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도 떨고 있지만 기업주·사업주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될 국면이 오는 것에 섬뜩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 수많은 위험을 정면으로 감내하며 경제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한 기업주들조차 정작 무서운 것은 지금까지 겪어온 미지(未知)의 위험보다 뻔히 닥쳐올 기지(旣知)의 위험이라고 이구동성 말한다.
노동인권 입법이 봇물을 이루면서 심지어 사형선고를 받아 놓은 느낌이라고 비통한 말을 토해내는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다. 기업을 안팎에서 하루아침에 난도질 당하고 기업사냥꾼에 빼앗기는 악몽에 시달린다고 이야기 하는 기업인들이 도처에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여권이 공정경제 3법의 예기치 못한 후폭풍을 감안해 속도조절을 한다고 하지만 변죽만 울릴 분위기다.
기업은 지금 최소한의 방어권을 모두 잃어가고 있다. 참다못한 재계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요구들을 내놓고 있지만 한결같이 묵살되고 있다. 특히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노조의 사업장 점거금지 및 부당노동행위 규정 신설 등의 요구는 회사의 생사가 걸린 사안임에도 노동인권이라는 전가의 보도 아래 공허한 목소리로 울리고 있다.
청와대는 코로나 위기의 와중에도 OECD 국가 중 우리의 경제 성장률이 최고라고 자랑해 왔다. 심지어 내년까지 합산한 성장률도 1등이 될 것이라고 자랑삼아 발표했다. 이 같은 실적의 배경에 사생결단 임하는 기업과 기업인들의 피눈물이 섞여 있음을 간과하고 있어 애석하다. 정치보다 훨씬 고차원 방정식을 풀면서 경제전사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벼랑끝 경제전쟁이 여전히 ‘차별의 원죄’로 치부되고 있는 탓이다.
한국경제학회가 최근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찬반논란이 치열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정부·여당은 반대의견을 세세히 살펴봐야 한다. 정의의 입법으로 자부한 수많은 법들이 현실에서는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너무 많다. 명분론에 치우친 입법이 현실의 발목을 잡으면 그 명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인심만 좋은 가장이 가족을 파산으로 이끄는 격이다. 작금의 글로벌 역성장 국면을 기적처럼 타개하고 있는 주인공은 지옥같은 환경도 이겨내는 기업들이다. 노동만의 천국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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