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삼성그룹 리더십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여론 안팎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사장)의 역할론이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라는 배경을 갖춘데다 신라면세점 사업 등으로 일찍이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점 등에서 전문경영인이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하기에도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부장판사 정준영)는 18일 뇌물공여,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최서원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약 34억원)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이다”며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한 항소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앞서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우려를 사던 삼성그룹의 리더십 공백은 현실화됐다. 이에 삼성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했을 때 리더십 공백 사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자연스레 리더십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시선이 모아진다.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이부진 사장이다. ‘리틀 이건희’라 불리울 만큼의 빼어난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오너 일가 일원이라는 점에서 대형 인수합병(M&A), 사업구조 개편 등 전문경영인이 수행할 수 없는 역할을 해내기에도 모자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론 안팎에선 “삼성그룹 입지를 감안했을 때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 사장이 나선다면 총수공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사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다. 호텔사업 등을 바탕으로 일찍이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사장은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빠른 승진을 거듭해 2010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호텔신라 외에 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 등에도 몸담으며 다른 사업 분야의 전문성도 쌓았다.
그는 성격이나 경영스타일 등이 삼성가 자녀 중 아버지와 가장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사장을 두고 “이건희 회장을 가장 닮은 자식”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그는 2010년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취임하자마자 장충동 한옥호텔 건립을 성사시켰다. 면세점 사업도 적극 추진하며 롯데면세점 독주 체제였던 국내 면세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해외 면세시장 공략에도 힘쓰며 사업영토를 확장하기도 했다. 덕분에 호텔신라는 2016년 ‘사드 보복’ 사태 때 경쟁사 대비 적은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경영에 있어 의사결정이 빠르고 과감하며 명분보다는 실리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익히 유명하다. 삼성가 맏딸임에도 범현대가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동맹을 맺고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만들어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승리한 일화는 그의 실리경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같은 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감염자가 제주신라호텔에서 머무른 적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업자체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일련의 성과를 바탕으로 포춘지 ‘가장 영향력 있는 비미국지역 여성 기업인’, 포브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포브스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人’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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