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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이 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을 돌파하면서 대기업 집단으로 등극했다. 나름의 경사라 할 만한 소식이나 삼양그룹 오너경영인 입장에서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삼양그룹의 지배구조 및 내부거래 형태 때문이다.
삼양그룹 계열사들은 매년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삼양홀딩스에 거액의 배당금을 몰아주고 있다. 그 배당금의 종착지는 삼양홀딩스 지분을 골고루 나눠 가진 오너일가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 지분을 가진 주주가 배당금을 가져가는 건 결코 부자연스럽거나 불법적인 행태가 아니다.
다만 삼양그룹 오너일가가 배당금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확인 가능한 일부 움직임은 어딘가 어색함을 불러온다. 계열사들의 비정상적인 배당금 지급이 대표적이다. 삼양홀딩스는 지난해 개별기준으로 34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수령한 배당금 등을 바탕으로 개별 기준 74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삼양홀딩스는 이번에 174억원 규모 배당을 실시한다. 174억원 중 73억원 가량이 오너일가 수입으로 돌아간다.
배당금을 지급한 주체는 삼양사, 삼양데이타시스템, 삼양에프앤비, 삼양이노켐, 삼양바이오팜, 삼남석유화학, 삼양화성 등 계열사들이다. 이들 계열사들은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통해 삼양홀딩스, 나아가 오너일가의 자산증식에 보탬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 삼양홀딩스는 삼양사로부터 64억원, 삼양데이타시스템 6억원, 삼남석유화학 230억원, 삼양화성 17억5000만원 등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각 계열사의 배당금 지급은 2019년도 결산배당에 따른 것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들 계열사들의 지난해 순이익 규모다. 삼양화성은 2019년 35억28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중 3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삼양데이타시스템은 6억5895만원의 순이익 중 6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삼남석유화학은 2020년도 사업분에 대해 배당금을 지급했다. 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배당금으로 576억원을 지급했고 이 중 40%가 삼양홀딩스 몫으로 돌아갔다.
삼양그룹 계열사들이 무리한 배당정책을 펼친 건 비단 지난해만의 일은 아니다. 삼양홀딩스는 2018년 879억원의 배당금 수익을 올렸고 이 중 65억원은 오너일가의 몫으로 돌아갔다. 배당금 수익은 삼양사 배당금 80억원, 삼양바이오팜 759억원, 휴비스 26억원, 삼남석유화학 6억원, 삼양화성 5억원 등으로 마련됐다.
당해 삼양바이오팜의 순이익 규모는 191억원이었다. 순이익보다 배당금이 4배 가량 많았다. 삼남석유화학과 삼양화성은 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일련의 배당금을 통해 삼양그룹 오너일가 각각은 과거부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몇몇은 무척 어린 시절부터 배당금을 지급받아 왔다. 일례로 김원 삼양사 부회장의 장녀와 차녀는 1999년 5만2000주가 넘는 삼양홀딩스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주식은 수증을 통해 획득했다. 두 사람은 당해 배당금으로 2300만원을 수령했다. 장녀의 나이 만 10살, 차녀의 나이 만 6살 때의 일이었다.
밖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삼양그룹 계열사들의 배당정책이 경영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거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삼양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비상장사로 기존 주주 외 외부인들의 접근이 어렵다. 합리적인 배당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만큼 비합리적인 배당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순이익보다 많거나, 혹은 순이익의 거의 전부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행태가 합리적인 기업경영 행태로는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삼양그룹은 이제 대기업 집단이다. 기업의 덩치가 커진 것과 비례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각종 기관·단체의 감시망이 좁혀졌다는 걸 의미한다. 무리한 배당정책 등을 두고 외부기관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배당정책의 최종 수혜자가 오너일가라는 점은 그 가능성을 높인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삼양그룹은 진작부터 높은 내부거래율 등을 두고 많은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기업 경영 특성상 내부거래가 불가피할 수 있지만 대기업 집단을 향한 주된 비판거리가 내부거래라는 점은 부담이다. 각 계열사가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배경에 내부거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그 부담감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나름의 경사 뒤에 산적한 숙제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삼양그룹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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