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등장했으나 1년이 지나도록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취임 당시 고객신뢰 회복을 천명했지만 손실 보상에 대해서는 주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사장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는 점에서 그의 연임 여부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 소방수’ 이영창 취임 이후 새로운 사모펀드 사태 또 불거져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가 취임한 작년 3월 이후 환매 중단 또는 손실 처리된 신한금투의 판매상품은 △2020년 7월 Gen2 DLS(젠투펀드) △2020년 8월 호주 상거래 매출 채권 DLT △2020년 10월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 △2021년 2월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 호텔 개발 DLS 등 총 4개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젠투펀드의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홍콩 사모펀드 운용사 젠투파트너스는 지난해 7월 10일 국내 은행·증권사 등에 레버리지 구조의 채권형 사모펀드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KSAARF)’ 등의 환매를 12개월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젠투펀드는 △젠투 스피드업 DLS △젠투 우리코코 DLS △젠투 KP USD DLS △삼성 A클럽 펀드 등으로 나뉜다. 2019년 10월부터 △신한금투 △키움증권 △삼성증권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은행에서 개인·기관투자가들에게 판매됐다. 환매 중단 금액만 놓고 보면 라임펀드(1조6000억원) 다음으로 크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젠투펀드의 환매 중단 금액은 1조125억원으로 개인과 일반 법인을 합쳐 투자자는 729명(계좌 수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신한금융투자의 규모는 4200억원, 피해자는 493명 등이었다. 피해액의 41.5%, 피해자 10명 중 7명이 신한금투에서 상품을 가입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젠투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 측은 “신한금투에서 판매된 ‘스피드업 DLS’의 경우 젠투에 액면 이상의 담보를 확보해야 함에도 담보도 확보하지 않았고 정기적인 NAV(순자산가치)산출도 되지 않았다”라며 “조기 상환 조건이 충족됐음에도 이를 실행하지 않고 바로 환매중단을 했기에 명백한 위법행위로 간주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한금투에서 판매된) 우리코코 DLS의 경우에도 판매과정에서 거의 모든 가입자에게 우리은행USD채권이라며 우리은행이 발행한 것으로 오인시켰다”며 “젠투파트너스라는 해외 운용사와 관련된 파생결합상품이라는 특성을 철저히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불량품 팔 때는 가장 적극적이더니 보상은 미지근”
극심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 사이에선 손실 보상 문제에 대해 신한금투 측이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젠투펀드 판매사 중 하나인 한국투자증권과는 상반된 모습이라는 점에서 비판은 더욱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판매책임 소재가 있는 부실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새로운 보상기준에 따라 상품 가입 고객 전원에게 투자 원금 대비 100% 손실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상범위에는 젠투펀드도 포함됐다.
반면 신한금투는 21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7월 9일 이후에도 젠투펀드의 환매가 상당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며 “이러한 내용을 고객에게 안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젠투파트너스가 예정한 12개월보다 환매 중단이 더 길어져 당분간 환매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어 “환매재개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용사인 젠투는 스스로 선언한 환매중단기간 만료일이 며칠 남지 않은 본 안내문 발송일까지 환매재개 움직임이 전혀 없고 환매중단 연장 여부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안내문 어디에도 보상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신한금투의 조치에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젠투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 측은 “젠투펀드를 가장 많이 적극적으로 판매한 신한금투의 경우 젠투펀드를 해결하겠다며 작년 7월부터 무려 1년간 일방적인 환매중단을 통보했다”며 “환매중단 만료시점을 코앞에 둔 아직까지도 뚜렷한 긍정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동안 신한금투만 믿고 1년을 묵묵히 참고 기다려준 고객들에게 과연 어떻게 보답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하루빨리 판단해야 할 것이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한금투 등 젠투펀드 판매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각 금융기관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고객신뢰 약속에도 민원건수는 급증… 전분기 比 107% ↑
신한금투를 향한 젠투 피해자들의 원성은 수장인 이 사장을 향하고 있다. 취임 당시 고객신뢰 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그가 취임한 지 1년여 만에 태도를 바꿨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라임펀드 환매 중단과 독일 헤리티지부동산 DLS 환매 지연 등의 고객 손실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병철 당시 신한금투 사장 후임으로 취임했다. 신한금투 역사상 최초 외부 영입 최고경영자(CEO)였다.
당시 신한금투 안팎에선 그가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라는 악재를 수습하는 ‘소방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당시 취임사에서 “중요한 시기에 신한금융투자 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금융위기 전후 일선 현장과 경영지원책임자로서 체험한 위기관리 노하우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신한금융투자가 빠른 시일 내에 고객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객신뢰 회복을 약속했지만 정작 행동은 달랐다. 라임 사태에 대해선 원금손실의 최대 70%의 선지급 보상안을 결정하고 분조위의 전액배상 권고안에 맞춰 차액을 정산하기로 약정했지만 또 다른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다. 올해 12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이 대표의 연임 여부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투자자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의 올해 1분기 민원건수는 155건으로 전 분기(75건) 대비 두 배 이상(106.67%) 늘었다. 작년 3분기 이후 연이은 상승세다. 활동계좌 10만좌당으로 계산한 민원 건수도 89.93%나 올랐다.
라임펀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신한금투는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작년 11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김형진 전 신한금투 대표와 김병철 전 신한금투 대표에 각각 ‘직무정지’, ‘주의적경고’를 내린 바 있다. 이어 올해 1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신한금투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사기적 부정거래·부당권유 행위의 양벌규정으로 기소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한금투는 젠투펀드,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24일부터 약 20일 간 금감원의 부문검사를 받는다. 부문검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제재심의위원회로 이어질 수 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젠투펀드 상품에 관한 건 운용사 측에서 얘기하는 것 이외에는 민감한 상황이라 말씀 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부문검사에 대해선 “피감독 입장이니 거기에 대해선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윤승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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