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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교육부 등이 발표한 단계적 등교 확대 방안에 따라 6일부터 부분 등교가 확대되면서 학부모들의 숨통은 일단 트인 분위기다. 이 날부터 유치원고등학교는 전면 등교가 실시됐고 초등학교 1~2학년은 전원, 3~6학년은 2분의 1 이하, 중학교는 3분의 2까지 등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부모들이 정부 방역대책에 대해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 기조에 역행하면서까지 초·중·고교별 및 학년별로 차등을 두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지적과 더불어 학원 등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던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
특히 지금까진 제재했던 등교를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거리두기 단계 또한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허용한 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여론이 적지 않다. 방역의 기준이 코로나 상황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노골적으로 국민 기본권이 규제조차 모호한 방역에 묵살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교 먼저 열고 마지막 닫는다더니 사실상 휴학…학원은 조건부 허가
지난달 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일일 확진자 2000명 이상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문을 닫는 곳은 학교를 비롯해 다중이용시설 1그룹에 속하는 클럽·나이트·감성주점·헌팅포차 등이었다. 2그룹은 노래연습장·식당·카페·목욕탕·실내체육시설 등이고 3그룹은 영화관·공연장·결혼식장·PC방·오락실·스터디카페 등이었다. 1그룹에 가까울수록 코로나 확산 위험도가 높다는 게 방역당국 판단이다.
학원은 3그룹에 포함시켜 4단계 하에서도 운영이 가능토록 했다. 구체적으로 거리두기 3~4단계 기준으로 좌석 두 칸 띄우기 또는 시설 면적 6㎡당 1명 허용,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운영 제한을 전제로 허가했다. 독서실·스터디카페도 4단계에서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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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학부모는 물론 다수의 전문가들도 정부의 방역 기준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학원·학교를 차별화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문의도 빗발쳤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학교를 가장 먼저 열고 가장 마지막에 닫겠다’고 했는데 이를 어겼다”며 “책임소지가 명확하고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곳은 (문을) 열어주고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낼) 조직이 없거나 책임을 물을 곳이 없는 곳은 높은 잣대를 들이댔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친 이후에야 정부는 부랴부랴 등교 확대로 선회했지만 여전히 국제사회 추세에 역행하는 후진국형 조치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달 7일 유엔 산하 국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UNESCO)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210개국 중 전면 등교를 방침으로 삼은 국가는 지난해 6월 기준 31개국에서 1년 만에 103개국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부분 등교국은 31개국, 학교를 닫은 나라는 8개국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영국·중국‧이스라엘 등은 9월부터 대면수업을 재개했다. 인도 델리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코로나 피해가 상당했던 지역도 학교를 최우선으로 열었다. 지금까지 초등학교 전면 등교를 실시했던 프랑스도 중·고교와 대학까지 대면수업 대상을 넓혔다.
이들 국가 모두 등교와 백신접종은 별개로 뒀다. 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현지 시사주간지인 ‘르 저널 드 디망쉬’ 인터뷰에서 “학교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코로나 위기 초기부터 우리 철학이었다”고 강조했다.
국제기구도 백년대계인 학교만큼은 펜데믹과 무관하게 열어야 한다고 강력 권고해왔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7월 성명에서 “사회성 발달 저하 등 등교 정지로 인해 아이들이 입는 손실은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며 “학교는 가장 늦게 문을 닫고 가장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본부 대표는 “교실 기반 수업은 중단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여러 국제기구의 주장과 각 국가들의 전면등교 허용의 배경에는 학교 내 감염율이 낮다는 통계 결과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州)의 경우 11개 학군이 지난해 가을 대면 수업을 한 결과 학교 밖에서 감염된 학생·교직원은 773명인데 반해 학교 내 감염자는 32명에 그쳤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질병청) 예방접종전문위원장인 최은화 서울대 의대 교수가 올해 1학기 학생들 감염 경로를 분석한 ‘2021학년도 1학기 유·초·중등 학생 감염추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내 감염은 전체의 15.9％에 불과했다.
가정 내 감염(48.7％), 지역사회 감염(22.6％)보다도 낮았다. 교육부도 “1학기 개학 이후 4차 유행으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이 높아져 학생 (감염) 발생 건수도 증가했지만 학교는 학령기 연령의 주된 감염 경로가 아니다”고 인정했다.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코로나 치명율이 낮다는 점도 전면등교 허용의 근거로 제시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브리스톨대·요크대·리버풀대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 간 코로나 감염 어린이·청소년 46만9982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99.995％가 생명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문재인정부 K방역은 무자비한 국민 인내 강요, 자유·기본권 침해”
학부모들 사이에선 방역규제의 모호한 기준, 세계적 추세 역행 등 다양한 이유로 정부 방역에 대한 불신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진 제재했던 등교를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거리두기 단계 또한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허용한 점을 들어 ‘방역의 기준이 코로나 상황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일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 편 가르기 목적의 정치방역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국민 간의 ‘갈라치기’를 통해 갈등을 증폭시켜 정부 비판 대신 서로에 대한 증오를 쌓게 하고 방역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특권 계급을 만들어 표밭으로 삼으려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부·여당은 정치방역 의혹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지만 수많은 학부모들과 전문가들은 의혹을 해명하려면 국제사회 기조에 발맞추는 설득력 있는 방역 기준을 내놓는 등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중‧고교생인 두 자녀를 뒷바라지 하고 있다는 주부 조숙자 씨(46)는 “처음엔 정부를 믿어보려 했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신뢰조차 없다. 등교 중단이 길어져서 몇 달 전 교육청‧교육부 등에 문의했더니 그냥 ‘참고 기다려라’는 말만 들었다”며 “명확한 설명도 없었다. 교육 기회를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 미래는 어떻게 할 거냐”고 지적했다.
대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두고 있다는 김동수 씨(51)는 “(국제사회 기조에) 역행하는 이유가 다른 게 있겠나. 또 다시 국민을 편 갈라 싸우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며 “(지난 4월 퇴직 참모 4명과 청와대에서 술자리를 가진) 대통령은 왜 방역을 위반하나. 이젠 내로남불 대신 (국제사회 기조와) 선진국 위상에 맞는 방역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태를 추적한 서적 ‘코로나는 살아 있다’를 집필한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 공동대표인 이은혜 순천향대 교수는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은 국민 인내를 강요하거나 개인의 자유·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많이 아쉽다”며 “다른 신종 감염병이 닥친다면 정치 논리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충실한 방역 대책을 통해 고통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교모에는 현재 전국 377개 대학 전·현직 교수 6094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는 “경제성장 목표 달성 실패, 소득분배 악화, 비정규직 증가, 자영업자 파괴, 수출 타격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코로나로 인해 가려졌다”며 “고강도 규제의 목적이 정책 실패에 따른 국민 반발을 덮기 위한 것 아닌 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세상이 아니라 파급력을 낮추는 것이다”며 “바이러스가 있어도 어느 정도 무시하고 일상을 유지할 순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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