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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SPAC(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열기가 식고 있다. 올 여름 ‘따상(공모가 두 배의 시초가에서 상한가로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일컫는 말)’ 행진을 이어가던 것과 다른 흐름이다. 지난달 상장한 스팩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조금 오르는데 그쳤고 시초가와 비교해선 모두 떨어졌다. 헝다그룹 파산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도입 등 국내외 이슈로 주식시장이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스팩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만든 특수목적회사다. 우량 비상장기업을 발굴한 뒤 M&A를 거쳐 회사를 상장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구조다. 일반기업처럼 주식을 증시에 상장해 수시로 사고팔 수 있고 M&A에 성공하면 합병회사 이름으로 재상장한다. 다만 3년 내에 M&A를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엔 자동으로 상장폐지 된다.
올 상반기 스팩 투자는 상당히 뜨거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스팩 기업공개(IPO) 13건 공모액은 1949억원으로 작년 1~8월(1018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투자자의 청약 경쟁률도 평균 2.82대 1에서 169.4대 1로 60배 높아졌다.
이러한 열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19호스팩은 지난달 27~28일 이틀 간 진행한 일반청약에서 증거금 3950억원을 모으고 경쟁률 192대1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같은 달 청약을 끝낸 NH스팩20호(2조4025억원, 481대1), 신한제8호스팩(1조1293억원, 361대1), 유진스팩7호(9조8035억원, 3921대1) 등의 성적과 비교하면 저조하다.
주가 흐름도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달 27일 상장한 신한제8호스팩은 1일 2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공모주 투자자의 수익률은 5% 수준이다. 이를 포함해 지난달 상장한 4개 스팩 종목의 평균 주가는 약 2191원으로 9.55% 오르는데 그쳤다. 심지어 시초가 대비 수익률은 4종목 모두 마이너스다. 평균 하락률도 29.3%에 달한다.
어찌보면 이러한 부진은 당연하다. 스팩의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요인은 오로지 합병 이슈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스팩은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기업 활동을 하지 않아 이익이나 배당이 없기에 주가는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는다. 합병을 결정하고 해당 비상장사의 기업가치에 따라 상승하거나 하락할 뿐이다.
오히려 합병 계획 등 이렇다 할 호재 없이 가파르게 치솟았던 이전의 열기가 비정상적이었다. 일례로 6월에 증시에 입성한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장 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1400원까지 찍었으나 이후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1일 종가는 4445원으로 고점에 이를 샀다면 손실률은 61.0%에 달한다.
이렇듯 스팩 투자는 합병 이슈 없이 큰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합병을 통해서만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다. 물론 합병된다고 해서 항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팩의 합병가액은 일정기간 주가에서 최대 30%까지 할인될 수 있고 합병 후 해당 기업의 주가도 200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스팩에 투자할 때 늘 신중해야 한다. ‘따상’ 욕심을 버리고 합병하는 기업에 관한 정보를 꼼꼼히 확인한 후 돈을 빼서 ‘원금+α’만 얻을 지 아니면 합병기업의 잠재력을 믿으며 투자를 이어갈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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