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재난지원금 살포’에 어두워지는 경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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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선거철 ‘포퓰리즘’ 논란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04 00:02:5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다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들고 나왔다. 지난달 31일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1인당 100만원은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48~50만원 지급됐다”며 “코로나 국면에서 최소한 30~50만원 정도는 더 지급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3일에도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문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당과 원내 지도부에 요청했다.

이 후보는 2일 열린 민주당 20대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연설에서 “정부를 믿고 방역에 적극 동참하신 국민께도 합당한 지원을 하겠다”면서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 원칙에 따라 방역방침을 충실히 따른 자영업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에 더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액 확대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뜻을 정부가 순순히 따를 지는 의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꾸준히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올해 여당이 추진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도 홍 부총리의 반대에 부딪혀 하위 88% 지급으로 결정된 바 있다.

오죽하면 같은 당 출신인 김부겸 국무총리도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 총리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 입장에서는 손실보상금에 제외된 여행, 관광업, 숙박업을 어떻게 돕느냐가 제일 시급한 과제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총리는 “재정당국의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재원이라는 게 뻔하다”며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나”고 설명했다.

야당들 또한 대선을 앞둔 ‘선거용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반발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대선을 앞두고 현금 살포 매표 공약을 추진하는 것을 보니 포퓰리즘 중독이라고 할 만하다”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국민의 세금은 집권 여당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곶감 빼먹듯 하는 꿀단지가 아니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1인당 50만원씩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최소 25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손실보상액 확대 등을 모두 본예산에 끼워 넣을 경우 국회에 제출한 604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은 650조원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점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660조원이었던 나랏빚은 임기 5년 동안 400조원 넘게 증가해 내년 106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또한 내년에 50%에 육박하게 된다. 예산을 증액할 경우 국가채무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재정당국은 국가채무 절대 규모는 양호하지만, 나랏빚이 쌓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재정 악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플레이션도 문제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되면서 민간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같은 ‘선심성 돈 풀기’를 한 번 더 하게 된다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0월보다 3.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이란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9월부터 지급한 ‘1인당 25만원’ 재난지원금의 영향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로 인한 기대감에 올해 2분기부터 소비가 많이 늘면서 물가 상승률이 2%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재난지원금 지급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 했다는 분석이다.

물가가 오르면 당연히 장바구니가 가벼워지고 서민의 생활은 어려워진다. 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의 부는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결국 인플레이션의 부담은 저소득층, 서민이 더 크게 짊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명운을 걸고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확실하게 없애겠다”는 이 후보의 말과도 사뭇 배치된다.

이재명 후보는 선대위 출범 연설에서 “땀의 가치가 존중받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청년들이 기회를 누리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차별 재난지원금 살포가 땀의 가치와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이 후보는 “새 길을 내며 가시밭길에 찢기더라도 국민이 걸을 길은 꽃길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재정 살포를 통한 국가채무 증가는 미래 우리 자손들에게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빚을 떠넘기는 행위에 불과하다. 현재는 물론 미래 국민에게까지 ‘가시밭길’을 넘겨주는 것은 정치의 도리도 아니고, 대한민국 경제의 앞길도 망치는 길이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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