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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결정을 공식화했다. 증권업계는 내년 하반기 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익전망과 기업공개(IPO) 등 공급물량 부담으로 코스피의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미 연준, 매달 150억달러씩 채권 매입 축소
4일 연준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에서 “작년 12월 이후 연준의 목표를 향한 경제의 상당한 진전을 고려할 때 월간 순자산 매입을 국채 1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달러씩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달 말에 150억달러의 채권 매입을 줄이고 내달에는 추가로 150억달러 채권 매입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0.00~0.25%로 동결했다. 테이퍼링 결정이 금리 인상을 암시하는 건 아니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에 앞서 충족돼야 할 경제 상황에 대해 보다 엄격하고 다른 기준을 사용할 것이라고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하자 증권가에선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증시 행보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보고서에서 “매입 축소 규모가 예상 수준에 부합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은 시장에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이퍼링 속도는 향후 경제 전망의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속도가 내년까지 유지된다면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은 내년 6월 종료될 예정이다”면서도 “연준은 고용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금리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테이퍼링과 금리 정책을 구분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시장은 내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데 현재의 물가 압력은 공급측 문제로 인해 야기된 부분이 크다는 점에서 연준위원의 인내심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며 “장기 물가가 예상 경로 안에서 움직인다면 고용 회복을 꾀하면서 금리 인상 시기를 정할 것이며 인상시점은 내년 말~내후년 초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교보증권도 내년 말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이후에는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 물가상승 압력을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된다”며 “연준의 성명서 문구를 일부 수정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낙관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FOMC에서 금리인상 경로에 대한 연준 내 의견차이가 크지 않다고 언급했고 금리점도표상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2022년으로 앞당겨진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연준 내 통화정책 스탠스도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준이 2022년 말까지 한 차례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테이퍼링 악재 아니나 코스피 상대적 부진 지속될 것”
증권업계는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가 국내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11월 FOMC 경계감 확대 속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 1%대 조정을 받았던 코스피는 시장친화적인 11월 FOMC 결과 힘입어 반등세를 보일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어 “외환시장 환경이 증시에 우호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매도세 강화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우호적인 수급 및 대외 여건으로 반도체, 인터넷, 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대장주들이 견조한 주가흐름을 보이면서 지수 반등을 견인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테이퍼링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질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코스피의 상대적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원론적으로 부정적이지 않지만 향후 이익전망과 IPO 등 공급물량 부담이 있는 만큼 상대적인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이후 미국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는 양호하다. 4~5년 평균(12%)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한국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는 2018년 이후 평균 19%의 절반이 안 되는 9% 정도다.
또한 국내 주식시장은 거래 규모에 비해 최근 신규 상장 물량 부담이 적지 않다. 8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에 이어 3일 상장한 카카오페이(시가총액 25조원)가 단적인 사례다. 최근 거래대금도 9조5000억원으로 8월 평균(15조5000억원)과 비교해 대폭 감소했다. 테이퍼링 결정이 악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름 이후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보다 부진한 이유다.
허 연구원은 “내년 테이퍼링 국면이 진행될수록 상대적으로 견고했던 코스닥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까지 국내 거래소 상장 물량 부담이 적지 않다”며 “아직은 코스닥 시장의 상대적인 강세가 유효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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