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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국민들은 더 이상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으로 컨벤션효과 노리는 이재명
눈 가리고 아웅 식 편법 쓰며 국민 기만해서는 안 돼
안호원 필진페이지 + 입력 2021-11-06 10:17:44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까마귀를 생각하라 심지도 아니하고 거두지도 아니하며 골방도 없고 창고도 없으되 하나님이 기르시나니 너희는 새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누가복음 12 : 24>
 
4개월 남짓 남은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온갖 말이 난무하고 있다. 혼란스럽다. 표가 될 듯싶으면 ‘아무 말 대잔치’도 서슴지 않고 마구 쏟아낸다. 실언, 망언, 막말이 쏟아지고 내뱉기 바쁘게 또 주워 담느라 진땀을 뺀다. 경력과 관록을 내세워 특정 정치 진영을 대표한다는 후보들이 대권 경쟁에 나섰지만 하나같이 별로 믿음이 안 간다. 어쩌다 어떤 후보가 우리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까 해서 방송 토론이라도 들어보면 곧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꺼버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후보의 ‘독무대’가 지난 5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선출되면서 함께 막을 내렸다. 이 후보는 지난달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한 달 가까이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따놓은 점수는 그리 많지 않다. 지지율 하락에 이어 경고등까지 켜졌다. 이 같은 현상은 경선 후폭풍으로 컨벤션 효과(대형 정치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를 누리지 못한 데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정면 돌파 승부수가 유효타로 이어지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 된다. 이재명 후보로선 비상이다.
 
특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되면서 컨벤션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과 달리 경선을 한 세 명의 후보들이 곧 바로 결과에 대해 승복하며 백의종군을 다짐하는 등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선거 구도도 이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정권재창출을 바라는 민심보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우세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전국지표조사·NBS)가 지난 1~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이 34%, ‘정권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54%로, 격차가 20%p에 달했다. 또 NBS 조사의 가상 다자대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은 35%,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로 조사됐다.
 
이 후보 지지율 정체의 첫째 배경은 상처를 남긴 경선이다. 경선 종료 후 이낙연 전 대표와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용광로 선대위’를 출범시키는 데 무려 23일이나 걸렸다. 이 후보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것은 대형 이벤트였지만, 공교롭게 같은 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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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장동 의혹 정면 돌파도 그다지 먹히지 않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경기지사 사퇴까지 미루면서 지난달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장동 의혹을 직접 방어한데 이어 대장동과 결합 개발되는 경기 성남시 제1공단 근린공원을 찾아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도 쏟아냈지만, 민심의 반응은 예상 외로 싸늘하기만 했다. 대장동 논란 이후 문 대통령과 이 후보, 민주당 지지율의 트리플 약세가 지속되면서 이 후보의 지지기반까지 축소될 정도로 위기에 놓여있다.
 
위기 돌파가 주특기라는 이재명 후보는 이번에도 정면 승부를 택할 것으로 전망이다. ‘이재명 표 정책’ ‘이재명 정부’를 대선 전에 국민들에게 현실화 시켜 ‘추진력과 능력’을 거듭 각인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전 국민 추가 지급 같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대형 이슈를 줄줄이 던져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이 이 후보의 의도된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이재명 대선후보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부겸 국무총리 사이에 당정 갈등으로 번진 ‘전 국민 재난 지원금 지급 여부’를 두고 청와대가 입을 열어 입장을 표명했다. 반대가 아닌 당정 협의로 풀어나가라는 주문을 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여전히 재난지원금 예산 탑재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면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당장은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보인 정부 측과 충돌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관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재정 당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당에서 거론하는 것과 달리 초과 세수의 확실한 숫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곤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전 국민한테 드리는 방식보다 맞춤형으로 필요한 계층과 대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드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가 계속해 난제를 던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야당을 직접 대면하는 민주당 지도부도 고심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언급한 초기 세수 10조원도 실상은 ‘장부 상’ 여유분에 불과하다. 결국 10조원은 남아도는 돈이 아니라 세수 예측을 잘못해서 생긴 오차일 뿐이다.
 
청와대가 6차 재난지원금 논의의 공을 당정 협의회로 더 넘기면서 졸지에 재정 책임자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안팎에선 “드디어 이재명식 정책 드라이브가 시작된 것이냐”며 술렁대고 있다. 여당 후보로 당을 이끌게 된 이 후보가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상대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중시해 온 정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도 민주당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이틀에 한 번 꼴로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후보가 이처럼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난지원금에 애착을 갖는 것은 핵심공약인 ‘전환적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장 돈을 풀어 경기 침체를 어느 정도 해소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된다.
 
이어 이 후보는 고양시 체육 행사에서 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을 거듭 강조했다. “지금까지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48만~50만원으로, 외국과 비교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은 금액이다”고 했다. 미국, 일본 등은 재난지원금으로 GDP 대비 각각 1.4%, 2.4%를 지급했지만 한국은 1.3%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는 “국가 역량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재정 판단의 오류 때문인 것 같다”면서도 “시기와 금액, 방법, 추경으로 할지는 민주당, 재정당국과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추진의지를 드러냈다.
 
당장 야권에서 “금권선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지금은 재난지원금 시간이 아니다. 손실 보상의 시간이고, 위드 코로나를 빈틈없이 준비하는데 예산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없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세목을 만들려면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재난지원금이 당장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와의 갈등이 증폭될 수 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선대위가 출범하자마자 여권 내부가 예산 문제로 전면전을 치르는 상황은 후보나 당정 모두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대선을 앞 둔 시점에서 정부의 현금 살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바 있는 여당은 국내 최초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보복 소비를 걱정해야 할 판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꼭 필요한 건지 의문이 앞서면서 묻고 싶다. 정부가 또 빚을 내면서까지 현금을 지급해야 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럴 여력이 있으면 영세 자영업자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현 정부 들어 현금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재정이 빚더미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과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결국 4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또다시 재난지원금을 정치 이슈화하는 것은 논란만 일으킬 뿐이다.
 
누적 지급액 100만원을 채우려면 소요예산만 무려 50조원에 달한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몰려와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직면한 시점에 재정을 더 추악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누가 보더라도 대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 논의는 적절치 않다.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비단 재난지원금 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주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말했다.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 며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고 있다. 문제는 총량제가 자칫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임시로 하는 땜질이다. 근본원인인 음식점 과다경쟁으로 치닫는 원인은 놔두고 증상만 치료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이 개미지옥을 면하려면 이들의 복지수준을 높이는 게 상책이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으로 지낼 만하면 굳이 그런 전쟁터로 나설 까닭이 없다. 이 후보가 주창하는 총량제 같은 땜질 규제는 선거용 쇼에 불과하다. 돈이 들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영업자 복지를 넓히는 근본 치료가 정공법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편법을 쓰며 국민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내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의인이 버림을 당하거나 그의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하였도다” <시편 37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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