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움직였던 거목으로서 평가가 엇갈리는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별세하자 정치권은 긴박한 움직임 속에서 잇달아 입장을 내놨다. 여당은 고인의 사망을 두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반성하지 않았다”고 비난한 반면 야당은 “고인의 책임은 막중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안타깝다”고 했다.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에 의하면 고인은 사망 이전에 2014년 발간한 회고록 책자에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는 메모를 남겼다. 민 전 비서관은 “사실상의 유서다”고 밝혔다.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공약을 발표한 후 기자들과 만나 고인을 ‘전두환 씨’로 호칭하면서 “(5‧18 등에서) 최하 수백명의 사람을 살상했던,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던,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께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전 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학살 사건 주범이다. 현재 상태로는 조문을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광주 5‧18묘지를 참배하고 5‧18구묘역 입구의 ‘전두환 비석’을 발로 밟았던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선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다”며 조문한 바 있다.
국민의힘 입장은 다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2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엄청난 사건의 주역이기에 그 점에 대한 책임은 막중하다”면서도 “인간적으로 돌아가신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조문하는 게 인간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들과의 식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조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돌아가신 분에 대해선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후보는 고인이 5‧18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는 평가에 대해선 “돌아가셨고 상중이니까 정치적인 얘기를 그분하고 관련해서 하는 건 시의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고인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는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유족 뜻과 국민정서 이런 걸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하지 않겠나”고 했다.
여당은 국가장을 반대하고 있다. 조오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가장은 행정안전부를 거쳐 국무회의 의결로 결정하는데 전 씨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완전히 다른 케이스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장이나 국립묘지 안장 이런 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고인의 국립묘지 안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국가보훈처는 23일 문자 공지에서 “국립묘지법 5조 4항에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79조 1항 2호 등에 해당하는 죄로 실형을 받은 경우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전 전 대통령은 내란죄 등 실형을 받았기에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다”고 했다.
유족도 가족장으로 하고 유해는 화장한다는 방침이다. 민 전 비서관은 “전방고지라는 게 장지인데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장례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치를 것이고 (유해는) 화장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민 전 비서관은 여당의 ‘사과하지 않았다’ 주장에 대해선 “(고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5‧18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말했다. 고인은 발포명령을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5‧18유족회 등 3개 단체는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공동기자회견에서 “역사적 죄인이 사죄조차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청와대는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때는 사회통합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모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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