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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중대재해법
처벌만능주의 갇힌 중대재해법, 사고예방 뒷전
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2-07 00:02:45
▲ 임현범 부국장 겸 산업부장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중대한 범죄나 사건·사고가 터지면 어김없이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관용의 형사처벌이 마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 양 형법을 개정하고 양형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처벌중심 입법을 추진한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여론에 호응해 임시방편적으로 내놓은 법안이다 보니 과잉·중복되는 위헌 요소가 발견되기도 한다.
 
형사처벌이 강화된다고 해서 각종 범죄와 사건·사고가 줄어들었는지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해가 거듭될수록 형량의 상한이 상향조정되고 양형기준도 강화됐지만 강력범죄 건수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처벌이 강화된다면 당장은 사회적 공분이 누그러지고 잠잠해지겠지만 그 때 뿐이다. 장기적인 처방과 대책 없이 처벌만 강화하는 건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오히려 사고 발생율이 증가해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산업계에선 대표적으로 지난해 초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거론된다. 산안법은 일본과 미국, 영국과 비교해 14배 이상의 징역 기간과 최대 18배 이상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런데 산안법 개정 이후 6개월 간 사망자 수와 사고재해자 수는 되레 늘어났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란 게 수치로 증명됐지만 정부·여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시 처벌 수위만 높인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도입해 다음달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주 등에게 3년 이상 징역형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책 효과는 물론 헌법상 과잉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11개 경제부처가 소관하는 경제 관련 법률조항 중 83% 이상이 양벌규정이다. 이미 대다수 처벌조항이 법인과 사업주에게까지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경영진이 현실적으로 파악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억울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인은 잠재적 범죄자 신분을 면하기 어렵다.
 
모든 산업재해 사고의 책임을 사업주나 경영자에게 떠넘기는 건 부당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중대재해법에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는 건설업계에선 이미 사업주를 대신할 안전관리 경영자가 자리를 채우고 있다. 안전조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기보단 사업주나 대표이사를 대신해 처벌받는 방패막이 역할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터져나온다. 안전사고 책임을 오롯이 기업에게만 부과하다보니 기업도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일종을 꼼수를 동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 최은상 요진건설산업 부회장, 태기전 한신공영 부회장 등 오너들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만에 하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받게 될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과잉처벌 입법이 도입될 때마다 이러한 왜곡현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중대재해법이 안전사고 예방은 커녕 각종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우려가 높다는 걸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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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를 기업인이 완벽하게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투입할 수 있는 비용도 한계가 있다.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지나친 처벌을 피하기 위한 편법만 난무할 공산이 크다. 안전사고 예방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주나 경영자가 처벌받게 되면 당장 회사의 생존부터 걱정해야 한다. 사업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공백이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 능력을 잃게 돼 단 한 번의 처벌로 존폐 기로에 놓일 우려가 크다. 이로 인해 사고 수습이 늦어질 경우 2차, 3차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수치를 통해서도 증명됐지만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산업재해가 개선될 거라는 전제부터가 잘못됐다.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이 우리보다 덜한데도 산재율은 낮은 해외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처벌보단 안전 관련 인프라 투자 지원을 우선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10년 간 예방 중심의 전략을 추진한 끝에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75%로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처벌보단 현장 안전조치에 대한 세세한 규정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안전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사고 발생율이 적은 기업에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 하다. 공공사업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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