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은 좀 이상하다. 선거는 처음부터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선거’였다. 단군 이래 최대 부정비리 사건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 스캔들을 뚫고 여당 후보가 된 것도 그렇고, 야당 후보였으면 수십 번 낙마 압력을 받았을 여배우와의 섹스 스캔들이나 후보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친형·김사랑 씨 등 정신병원 강제 입원, 다수의 전과 등 수많은 범죄 혐의에도 끄떡없었다.
2020년 4·15 총선 때 ‘부정선거를 통한 압승 전략’을 미리 알기나 한 듯,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선거 5일 전 “비례의석을 합쳐 범진보 180석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그의 말대로 됐다. 너무 정확히 맞춰 ‘두려움’을 느낀 그는 한동안 외부 활동을 접고 칩거했다.
그런 유시민이 이번 선거 하루 전날 KBS에 출연해 ‘이재명의 1%p 차 우세’를 예언했다. 그는 “민주정책연구원이나 여의도연구원에서 여론조사를 하고 있지 않냐”며 “언론사들도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데, 그걸 또 몰래 받아본다”고 했다. 근거가 있다는 얘기였다.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을 때였다. 실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저희 후보가 여론조사 블랙아웃 기간 이전 5~8%p 정도 사이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며 “많게는 10%p까지 차이가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의 공식 통계에 의한 적확한 발표였다.
실제 7일 민주정책연구원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51.6%·이재명 43.3%로 8.3%p 격차가 났고,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52.9%·이재명 41.7%로 11.2%p 차이 나는 결과가 언론사 정보보고로 나돌았다. 유시민은 이런 결과를 알고도 이재명이 1%p 차이로 이긴다고 얘기한 것이다. 추정컨대, 유시민은 이때까지만 해도 미리 세팅된 부정선거 시스템으로 이재명이 이기리라 확신한 것 같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 했다. 권력과 일정 거리를 둔 유시민이 모르는 게 있다. 바로 권력자의 생존본능이다. 권력자는 퇴임 이후를 대비한다.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여기에 나선 게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이다. 민주연구원장 재직 시 4·15 총선 8개월 전 중국공산당 싱크탱크인 중앙당교와 정책협약을 체결해 ‘부정선거 협약을 맺었다’고 의심 받아온 인물이다.
지금 세간엔 ‘이번 대선은 문 대통령과 윤석열 후보 측의 밀약의 결과다’라는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근거도 있다. 우선 윤 당선인의 운전수행비서 황모 씨가 14개월 동안 양정철의 운전수행을 하던 인물과 동일인이다. 이런 일을 우연이라고 하는 사람은 뇌가 없는 사람이다. 조국 사태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민주당과 부딪힐 때 “(문)대통령께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며 소임을 다하라”고 전한 ‘적절한 메신저’가 양정철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때부터 이미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다.
또 하나 근거는 이낙연이 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정운현 이낙연캠프 공보단장의 윤석열 지지선언이다. 기자 출신인 정 전 실장은 정치권 참여 이후 줄곧 민주당 계열에서 일 해왔기 때문에 그의 윤석열 지지는 예상 밖이었다. 그는 “양쪽을 다 잘 아는 지인의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다”며 “덜 익은 사과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는 먹을 수 없다. 저는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며 윤 캠프에 몸을 실었다.
세 번째 근거는 ‘대깨문’으로 불리는 친문 성향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의 윤석열 공개 지지다. 이민구 당 대표는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재명 후보보다 100배 낫다. 이 후보는 기본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는 정치인”이라며 “이 후보는 민주당과 진보가 망하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에서 ‘윤’으로 갈아탄 결정적 계기는 이 후보가 2월27일 울산 유세에서 “(정치 보복은) 하고 싶어도 꼭 숨겨놨다가 나중에 몰래 하는 것”이라고 한 발언이다. 정 전 실장도 이 발언을 문제 삼았다.
물론 더욱 결정적인 것은 10%p 차이가 나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는 모험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황교안 전 총리를 비롯한 부정선거감시단의 목숨을 건 감시에 결국 문 정부가 무릎을 꿇었다는 분석이다. 중앙선관위는 결국, 1%p 차로 세팅돼 있던 이재명 승리를 0.7%p 차이로 윤석열이 이기는 걸로 재세팅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이 자당에 불리한 사전선거 독려 캠페인에 나선 것도 이 즈음이다. 막연한 음모론만은 아니라는 것이 대선과 함께 진행된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네 군데에서 20~50%p 차이로 압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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