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목요일이었다. 서학개미들과 동학개미들은 반도체 주가 폭락에 울상이었다.
미국 물가지수(CPI) 충격과 인공지능(AI) 투자 축소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던 15일 새벽. 미국 반도체 지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SOXL·속슬)’는 뉴욕 증시에서 무려 13.35%나 폭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13일(미국시간)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속슬 가치를 56억 7947만 달러(약 7조6104억 원)로 추산했다. 14일 주가 하락률을 적용한 평가손실은 약 1조 원으로 추산된다. 속슬 소식은 태평양 넘어 한국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1.06% 떨어졌고 삼성전자 주가도 9.48%나 떨어졌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전기 주가는 무려 15.36%가 빠졌다. 6000선을 겨우 지켰던 코스피 지수는 15일 하룻동안 무려 454.59포인트(7.57%)가 빠진 5554.22포인트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는 비정상적인 주가폭락에 대응하고자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증시 개장 5분 만에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2분 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정오가 지나면서 코스닥과 코스피 지수가 8% 이상 하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매매가 20분 동안 중단됐다.
공포에 휩싸인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앱을 보는 것이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 SNS와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식 앱을 열어 손실을 확인하기가 두렵고, 주가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상승장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공포도 나타났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13일 한국증시 폭락을 두고 “변동성이 3배 레버리지 ETF보다 심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상 최고 호황을 맞은 반도체 주가 폭락을 두고 추가 매수 기회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급락의 주요 배경은 미국 물가 상승과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예상치인 3.6%를 웃돌았다. 근원물가도 예상보다 높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커졌다. AI 인프라 투자비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를 둘러싼 의문도 부각됐다.
그동안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주에 매물이 몰리면서 지수 낙폭은 더욱 확대됐다. 특히 미국 반도체 레버리지 ETF와 국내 반도체주를 함께 보유한 투자자는 양쪽에서 동시에 손실을 볼 수 있다. 레버리지 ETF는 급락장에서 손실이 증폭되고 장기 성과도 기초지수 수익률의 단순 3배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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