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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대표적인 가상화폐 코인인 루나(LUNA)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시가총액이 99.9% 떨어지자 상장폐지로 이어진 것이다. 20만명에 이르는 국내 루나 투자자는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금융당국은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서는 한편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13일 루나 코인의 거래페어를 제거 및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대부분의 루나 현·선물 거래를 중단·삭제한 만큼 사실상 상장폐지나 다름없는 조치다. 같은 날 국내 거래소인 고팍스도 루나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업비트와 빗썸은 루나에 대한 거래지원을 각각 20일, 27일 종료할 예정이다.
테라USD(UST)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고 루나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등에 쓰이는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발행됐다. 하지만 최근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면서 루나도 동반 폭락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혼란을 불러왔다. 글로벌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루나의 개당 가격은 0.000408달러로 일주일 전인 7일(68.25달러)과 비교해 99.9% 떨어졌다. 같은 기간 UST도 74.7% 하락한 0.2521달러로 집계됐다. ‘1테라=1달러’를 보장한다는 공언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급격한 폭락세로 거래소들이 잇따라 루나에 대한 상장폐지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분노 가득한 절규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루나를 보유한 투자자는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를 통해 루나에 투자한 사람 수는 집계에서 제외된 수치다. 이에따라 전체 투자자 수는 더 늘어나고 1인당 손실액 역시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권도형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루나와 UST 폭락 사태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실패를 인정했다. 권 CEO는 트위터를 통해 “내 발명품(루나·UST)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며 “탈중앙화 경제에선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태의 UST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루나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산업 자체가 실패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개인투자자에게 심어줘 코인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불투명한 국내 규제를 지적하면서 하루속히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해 거래소가 고객에게 유의사항을 보내며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은 루나 사태가 발생하자 유의종목 지정 등을 공지하며 발 빠르게 고객들에게 위험성을 알렸지만 거래소마다 신호를 보내는 시점이 달라 혼란스러웠던 면이 있다”며 “이런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내 모든 거래소들이 일괄적으로 거래 유의에 대한 신호를 동시에 알릴 수 있는 법 조항을 만들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사태 재발 방지에 힘을 쏟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루나 사태가 터진 뒤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테라 플랫폼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 및 감독할 권한이 없어 직접적인 조치를 할 수 없지만 주요국의 가상자산 규제 법률에 대한 제정 추이를 지켜보면서 관련 법 제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불공정 거래, 불공정 판매, 해킹 등 각종 범죄 행위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올해 주요국 중앙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 등 글로벌 논의 동향을 충분히 고려해 정부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한다는 전략이다. 이어 2024년에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을 마련해 본격적인 법 시행에 나선다는 방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루나 사태와 관련해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동향 점검을 하고 있지만 코인 거래는 기본적으로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어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며 “감독 및 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커지면서 향후 국회의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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