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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내주고 단 5곳만 수성하며 쓰디쓴 참패를 맛봤다. 민주당은 이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과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책임을 지겠다고 비대위가 전원 총사퇴에 나섰지만 요즘 ‘내부 책임론’으로 민주당이 시끄럽기만 하다.
‘박지현 책임론’부터 ‘이재명 책임론’까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민주당과 지지층 내에서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듯 각양각색의 목소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공동출구조사 이후 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가 예상되자 자신의 SNS에 “박지현이라는 역대급 진상의 패악질은 분명히 복기해야 한다”라며 “자기 지지자를 ‘진정한 개딸 맞냐’며 혐오하고, 다니는 곳마다 자당 정치인의 함량 미달을 탓했다”고 박지현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지선 참패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을 둘러싸고도 이른바 친명계(친이재명)와 친문계(친문재인)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논란 역시 당 밖에서 책임 뒤집어씌우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여옥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네 탓 정당’이다. 친문(친문재인계)이 포문을 열고 다 이재명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오만방자해서 폭망했다고 한다”며 “결국 이재명(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친문들과 맞짱을 뜰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완전히 ‘여의도 좀비’가 되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당 밖에서 본다면 민주당의 패인은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박지현’ ‘이재명’ 개인의 책임론이 전부일 수는 없다. 잇따른 성비위 사건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무리한 추진 등 일각에서 거론되는 민주당의 여러 패인들을 감안한다면 어느 한 개인의 책임론으로 민주당의 지선 패인을 규정짓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당적을 넘어 국회의원이 무엇보다 당장 챙기고 해결해야 할 민생현안들이 그야말로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여야에서는 민생문제를 둘러싼 여러 논의들이 이어졌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첫 추경은 62조원 규모였고, 선거 직전 문재인정부 마지막 추경은 16조9000억원이었다”며 “우리가 여당일 때는 왜 이렇게 못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문제 해결에 소홀했다는 점도 재차 지적됐다. 이수진 의원은 “임대차 3법, 부동산 세제를 과감하게 손봐야 한다는 민심을 외면한 당사자는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장관들이었다”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에서 화산이 되어버린 부동산 문제에 대해 당은 무엇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민생도 개혁도, 타이밍도 내용도 놓친 당사자는 바로 민주당”이라며 “우리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일갈했다. 여당도 이런 비판에 합세했다. 이유동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국민을 뒤로한 채 서로에게 선거 패배 책임만을 미루고 있다”고 민주당을 직격했다.
민주당이 정말로 쇄신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고 싶다면 지선 패배에 대한 책임 소재론에 매몰되는 대신 하루속히 국민을 위한 민생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 지선 패배 후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민생을 외면한 채 공허한 책임론에만 매달린다면 채 2년도 남지 않은 총선 결과도 불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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