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주차규정을 위반한 전동킥보드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견인구역을 명확히 하고 상습 위반자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가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무단주차 전동킥보드 신고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으나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묵묵히 규제에 따랐던 업체들은 매출이 하락하는 등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 ‘전동킥보드 견인 제도’ 개편
개인형 이동장치의 하나인 전동킥보드는 1인 가구 증가와 도시 인구 집중화와 교통체증 문제로 사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비교적 크기가 작은데다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여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새로운 미래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전동킥보드를 대여하는 공유서비스가 최근 몇 년간 급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주차 위치를 지도에서 파악한 후 가까운 전동킥보드를 찾아 이용하는 방식으로 아무데서 탈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전동킥보드협의회(SPMA)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13개 회원사의 전동킥보드 운영 대수는 9만1028대로 2019년 12월 1만7130대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에서만 지난해 6월 기준 5만5499대를 운영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운영 대수가 급증하면서 이로 인한 시민 불편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시민은 “예전에 차를 주차하려는데 전동킥보드가 주차공간을 막아 화가 나서 신고한 적도 있다”며 “지나치게 통행을 방해하는 전동킥보드가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되도록 신고하려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활성화되면서 서울시는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보행자 안전과 이용자의 인식 개선 등을 도모하기 위해 23일부터 전동킥보드 견인 제도를 개편·시행했다.
이번에 시행되는 제도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즉시견인구역 기준 명확화 △자발적인 질서유지를 전제로 견인 유예시간 60분 부여 △전동킥보드 주차공간 조성 △GPS(위성항법시스템)기반 반납금지구역 설정 △이용자 페널티 부과 등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즉시견인구역은 △분리된 차도 및 자전거도로 △지하철역 출구 전면 5m △버스정류소 전후 5m △점자블럭 및 교통섬 위 △횡단보도 전후 3m 등으로 명확해졌다. 해당 지역에 주차하려고 할 시 자동으로 GPS가 기기를 인식해 반납이 되지 않도록 막는다.
이와 함께 전동킥보드 업체의 자발적인 질서 유지 대책 마련을 위해 즉시견인구역 내에서 60분간 수거 시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유예 시간 없이 신고 접수 시 즉시 견인을 원칙으로 했다. 또한 주차상습위반자에게는 △1차 ‘주의’ △2차 ‘이용정지(7일)’ △3차 ‘이용정지(30일)’ △4차 ‘계정취소’ 등 단계별로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시민들의 편리한 신고를 위해 QR코드로 간편하게 신고가 가능한 ‘시민 신고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무단방치 전동킥보드 수거는 활발한 시민 신고에 달린 만큼 시민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규제-현실 괴리… 주차 규정 위반한 킥보드 여전
개편된 제도가 시행된 지 1주일가량 흘렀지만 시내 곳곳에는 주차 규정을 위반한 킥보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횡단보도 전후 3m’ 규정과 ‘버스정류소 전후 5m’ 규정을 어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차 규정을 어긴 킥보드들은 시민들의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견인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대부분은 무단주차 된 전동킥보드에 대해 별반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실제로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인근 횡단보도에 무단주차 된 공유킥보드 앞에서 스카이데일리가 지나가는 시민 30명을 대상으로 ‘이렇게 방치된 킥보드를 보면 어떤 조치를 취하냐’고 물어 봤다. 이들 가운데 24명은 ‘별 생각 없다’ 혹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어 ‘갓 길로 치운다(5명)’ ‘신고한다(1명)’ 순이었다. 서울시의 ‘시민신고시스템’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모두 ‘모른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즉시견인구역은 GPS를 기반으로 설정되는데 GPS는 기상, 고층빌딩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GPS 오작동으로 즉시견인구역에 킥보드가 방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들의 신고가 접수되면 업체 측에서 60분 이내로 견인 조치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조치를 위해서는 시민의 신고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의도와는 다르게 규제 개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록 유예시간이 주어졌다고는 하나 시민들이 신고하지 않으면 조치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이용자 페널티 또한 제재를 받은 이용자가 다른 업체로 넘어가면 그만이기 때문에 결국 업체의 손해로 이어질 뿐, 본질적인 문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뉴욕 등 해외에서는 선택적 도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도심 지역에만 규제를 시행하고 대중교통 체계가 도심 대비 미흡한 시외곽 지역에는 킥보드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비교적 약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규제를 분석해 신중하게 국내에 도입해야 하는데 절차가 생략돼 견인조치로 통합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견인 비용과 관련, “렌터카의 경우도 주차위반을 했을 경우 범칙금이 처음에는 렌터카 업체에게 부과되지만 해당 자동차를 이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입증되면 빌린 사람에게 부과된 비용이 넘어간다”면서 “이러한 절차가 킥보드업계에도 도입돼야 주차 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고 주차질서가 바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최정훈(가명·25) 씨는 “기존에도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 측에서 주차 금지 구역을 다수 설정해 놓았는데 여기에 횡단보도 등 주차금지구역이 추가된다면 더 이상 전동킥보드가 교통수단으로서 갖고 있는 장점이 무색해지는 것 같다”며 “규제로 주차구역을 찾느라 이용하는 데 불편을 느낀다면 더 이상 전동킥보드를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로 시민과 업계 모두 피해를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공유형 전동킥보드는 현대에 와서 대중교통이 수행하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하는 중요한 개인이동 수단이 됐지만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규제 때문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가 강화된다면 이용률이 위축되는 등 국내 교통 발전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기 때문에 각 지자체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인이동 수단 활성화 방안을 재검토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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