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까지 혼자인 사람들이 있다. 외로운 삶에서 고독한 죽음으로 넘어가는 고독사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국내 고독사는 2017년 2400여 명 수준에서 2021년에는 3300여 명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고독사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많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물음표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독사 문제를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50~60대 남성 특히 취약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고독사 발생 현황을 발표한 것이다. 법이 정의한 고독사는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경찰청에서 공유받은 형사사법정보 약 24만 건을 분석해 법적으로 고독사와 요건에 부합하는 사례들을 추출해 통계를 만들었다.
고독사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17년 2412명 △2018년 3048명 △2019년 2949명 △2020년 3279명 △2021년 3378명으로 드러났다 2019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사망자 대비 비율로도 1.0% 안팎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성별·연령대 고독사 발생 현황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고독사 사망자는 매년 남성이 여성보다 4배 이상 많았고 2021년에는 5.3배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가장 취약한 것은 중년 남성이었다. 전체 고독사 사망자 중 50대 남성은 26.6%, 60대 남성은 25.5%로 50,60대 중년 남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실태조사는 고독사라는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 위기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감 있게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일본 등의 국가에서 관련 부서와 전략을 발표하는 것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관계부처·지자체와 협조해 2023년 1분기까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자체별 대책 나왔지만… “예방보다 수습” 지적도
복지부는 9개 시·도(서울·부산·대구·울산·경기·강원·충북·전북·경북)에서 ‘고독사 예방·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나 1인 가구 명단을 바탕으로 고독사 위험자를 발굴해 안부를 확인하거나 생활을 지원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우리동네 돌봄단’을 운영하고 있다. 돌봄단은 2017년 10개 자치구에서 매년 3월 이후 활동했다. 올해부터는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돼 1월부터 활동을 개시하고 있다. 1200명의 인원이 고독사 위험 가구에 주 1회 정기적으로 안부 확인 등을 수행한다.
돌봄단은 안부 확인을 통해 가구별 위기 상황을 파악해 △긴급복지 지원 △민간서비스 연계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돌봄단 관계자는 “일정한 나이 기준을 바탕으로 지역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을 선정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활동들이 ‘예방’이 아닌 ‘수습’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소방관 A(30)씨는 고독사 사고 현장을 방문한 경험을 전했다.
A씨는 “고독사 현장을 보면서 돌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는 많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현재는 지자체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 등 일정 기간 소식이 끊기면 소방관이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는 고독사를 예방하기보다 사후 수습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에서는 ‘사회적고립 위험 1인가구 실태조사’를 통해 위험군을 발굴·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21년 실태조사 미완료자 △자치구 자체 추정 사회적 고립 위험가구 △2021년 실태조사 조사 완료자 재분류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실태조사를 통해 생필품 지원부터 생계비·일자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고독사 위험군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에 실태조사표를 내려보낸다”며 “이를 통해 사회복지사가 한 분 한 분 찾아가 상황을 확인하고 작성한 실태조사표를 바탕으로 위험도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고립 벗어나 공동체로 끌어내야… 고독사 이슈 소비하는 행태도 문제
지자체별로 고독사 위험군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 모든 지역에서 일정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복지부는 향후 체크리스트를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가구를 확인하기 어려울뿐더러 정작 50,60대 남성이 도움의 손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고독사에 취약한 이유라는 시각도 있다. 결국 체크리스트가 본질적인 대책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들을 공동체로 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사회적 고립을 공동체 생활로 해소하는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독거노인과 대학생들이 동거하도록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자체마다 노인클럽을 활성화해 사회적 단절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덴마크의 ‘코하우징’ 시스템은 개별 공간과 공동생활 시설을 함께 두어 자연스럽게 고립되는 주민이 없도록 한다.
영국은 고독사가 아닌 ‘외로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8년 테리사 메이 당시 총리가 체육·시민사회부 장관을 ‘외로움 장관’까지 겸직하게 한 것이다. ‘외로움 담당 장관’은 ‘외로움 실태조사’를 진행해 맞춤형 외로움 대책을 수립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고독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품정리사인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는 “고독사가 전세 사기·노후대책·청년실업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투영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단편적으로 복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복지정책으로만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일본이 버블경제 이후 고독사가 급증했던 사례를 들며 “기업들도 고독사 문제에 관심을 두고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독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들을 전문가들이 나서 깊이 있게 진단하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고독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 없이 자극적인 소재로 언론에서 단순 보도하는 행태도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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