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분당선 지하철에는 사람이 가득하다. 그 많은 사람이 어디서 온 것일까 가끔 궁금해진다. 각자의 출근길로 향하는 발걸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12시간 후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제각기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하기 위해 서두른다. 정차할 때마다 튕겨 나갈 듯 위태롭지만 두어 명의 사람이 더 탄다.
2021년 기준 서울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자가 535만 명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2호선 강남역은 하루 평균 9만3800여 명이다. 동두천시 인구가 9만1546명이니 동두천시에 사는 모든 사람이 강남역을 매일 방문한 꼴이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서울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이 25% 줄어든 수치라니 코로나19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이 된 지금은 이용객이 훨씬 더 많아졌을 것이다.
그런데 출퇴근길 지하철의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하다. 이따금씩 멜로디와 함께 흘러나오는 정류장 안내 메시지가 정적을 깬다. 굳이 사람 소리를 찾자면 늦을까 봐 헐레벌떡 뛰어온 누군가의 숨소리나 간혹 들리는 통화 소리 정도가 전부다.
부족한 아침잠을 마저 채우는 사람들. 출근길도 짬짬이 독서로 활용하는 사람들.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 물론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자다가도 깨서 핸드폰을 보고 책 읽다가도 알람 소리에 핸드폰을 꺼내니 어쨌든 다들 핸드폰을 만지는 셈이다.
단군 이래 이보다 더 연락하기 쉬운 시대가 있었을까. 이 손바닥만 한 것만 있으면 문자·음성·영상으로도 연락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정작 가까운 이웃과의 소통이 단절된 최근의 모습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우리나라 고독사 현황을 발표했다. 발표대로라면 2021년에만 3378명이 고독사했다. 고독사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혼자 임종하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 비율은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이 가장 많다고 한다. 전체 고독사 중 58.6%를 차지할 정도다. 실직·이혼 등 삶의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에 사회적 고립으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 탓이리라.
50~60대 남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핸드폰과 친숙한 20·30대도 사회로부터 고립되기는 마찬가지다. 2020년 기준 20대 전체 사망자 중 65.1%, 30대 전체 사망자 중 48.4%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녕.”
우리는 인사로 ‘아무 탈 없이 편안한지’를 묻는다. 만날 때는 그간 별일 없었는지를 묻고 헤어질 때는 다시 만날 때까지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인사로 주고 받는 말 한마디에 서로에 대한 관심이 스며 있다.
그런 생각을 한다. 고독에 못 이겨 최후이자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안녕하냐’는 물음만 있었어도 무게를 지탱할 힘이 생기지 않았을까.
손가락만 움직이면 전할 수 있는 안부. 이보다 쉽게 전할 수 있었던 때는 없었다.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안녕하냐'는 네 글자를 보내 보기를 제안한다. 네 글자로 시작한 대화가 무궁무진하게 커 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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