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지키자’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치를 학생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게 만드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최근 선산고 학생들이 참여한 ‘2026 청소년 평화가치이음단 영호남 학생 평화수호 프로젝트’를 취재하며 그 차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선산고 학생 25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2박3일 동안 독일 출신 프리랜서 기자 안톤 슐츠의 특강을 듣고 영호남 학생들과 평화비전 선언식에 참여했다.
이어 비무장지대(DMZ)와 오두산 통일전망대,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 경의선 출입사무소,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았고 밤에는 지정도서를 바탕으로 평화와 인권, 통일을 주제로 원탁토론을 이어갔다.
일정만 놓고 보면 흔한 역사·안보 체험학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장면은 따로 있었다.
용산 전쟁기념관의 한국전 참전용사 헌정 사진전에는 “우리가 오늘 이곳에 남겨야 할 평화의 약속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었다.
학생들은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평화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한 글자씩 남겼다.
누군가 정답을 알려준 것은 아니었다. 전쟁의 의미를 설명하는 긴 강의도 없었다. 대신 학생들은 질문 하나를 통해 스스로 생각했고 자신의 언어로 답을 적었다. 교육은 그 순간 비로소 체험이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 5월 학교 안에서부터 이어졌다. 선산고는 행사에 앞서 학생들이 직접 평화통일 티셔츠와 에코백, 키캡 키링을 디자인하는 공모전을 열었다.
선정된 작품은 실제 제작돼 영호남 학생들과 지도교원들에게 선물했고 교내 판매한 수익금은 7월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지원에 사용됐고 군부대 기부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평화를 배우는 데서 끝난 것이 아니라 평화를 실천하는 경험까지 교육 과정 안에 담아낸 셈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역사 현장을 단순히 둘러보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 토론하며 자신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설계한 교사들의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영호남 평화프로젝트는 안보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역사를 암기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역사를 스스로 기억하고 평화의 가치를 자신의 삶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 그것이 좋은 안보교육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평생 남을 질문 하나를 남긴 교육. 선산고의 이번 시도가 학교 안보교육의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선례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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