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창작의 자유'와 '역사 왜곡'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이 영화는 1974년 8월15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내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삼으면서 본격화됐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 실제와 달리 숨겨진 배후가 있었다는 영화의 가설이다. 이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등 일부 시사·예능 TV 프로그램이 시선을 끌기 위해 제기했던 의혹을 엮어 극화한 것이다. 대중매체에 떠돌던 의혹과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는 문세광의 저격 외에 추가적인 총성과 배후 가설(중앙정보부 혹은 정권 개입 암시)을 다뤄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 대 ‘사자(死者) 명예훼손’ 논쟁이 뜨겁다. 제작진은 순수 극영화이자 창작물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왜곡해 고인 및 유족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경찰 고발까지 접수된 상태다.
이는 세대별 역사 감수성 차이 및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며 단순한 영화적 각색의 적절성을 넘어 사회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는 조총련의 사주를 받은 재일교포 문세광의 단독 범행인 육 여사 피격 사건에 대해 박정희 전(前) 대통령 또는 중앙정보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어 관객들 상당수는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 가운데 왜곡된 역사를 사실처럼 만들었다며 비판적 평이 쏟아지자 역풍(逆風)마저 불고 있다. 9월23일 개봉 이후 추석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던 이 영화는 관객 수가 줄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창작의 산물로 봐달라고 하지만,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역사를 비트는 정도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사회 일각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이들 영화를 통해 확대 증폭되고 있다. 역사에 대한 시각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가설은 구분해야 하는데 이를 가볍게 여긴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작품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황당한 의혹 같은 것은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2002년 김정일이 방북한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에게 육 여사 피격 사건에 사과했다는 일부 외신 보도가 있었다거나, 사건 현장에 있던 다른 목격자의 증언 같은 것은 배제한 채 자신들의 영화에 필요한 사건이나 진술만 선택적으로 짜깁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영화 ‘암살자(들)’이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해도 출연 배우들에 대한 공격으로 번지는 것은 있어선 안 된다. 다룬 역사적 해석이나 시각에 대해 비판과 토론이 일어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건강한 일이다. 하지만 그 비판이 도를 넘어 출연 배우의 자택 앞까지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개인의 일상을 침해하며 신변을 위협하는 사태는 용납될 수 없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창작자의 상상력과 해석을 통해 완성되는 예술적 창작물이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관객과 비평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성숙한 시민사회일 것이다.
사리가 그렇다고 해도 표현의 자유에 역사 왜곡까지 허용되진 않는다. 현대사를 콘텐츠화할 때는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사건을 직접 겪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나 드라마로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가 허구적 설정을 ‘사실’로 받아들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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