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각각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의 농장은 충청남도 천안에, 최 회장의 농장은 경기도 이천에 있다. 사진은 구 명예회장의 사택(위)과 최 회장의 소유 농장 안 별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서울 근교에 농장을 마련하고 농사를 짓는 ‘회장님들’의 존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LG그룹 2세 경영인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SK그룹 2세 경영인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구 명예회장은 약 20여 년 전 아들이자 현 LG그룹 총수인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후 천안으로 내려가 농장을 일구며 생활하고 있는 중이고, 최 회장은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밤농장을 소유하면서 매 년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LG그룹 황금기 일군 구자경 명예회장…“소박한 농사꾼 모습, 동네주민 다름없어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장남이다. 창업주 타계 후 그룹을 물려받았다. 장남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전까지 25년 간 LG그룹의 총수를 맡으면서 그룹의 성장을 도모했다.
그는 특히 화학 산업을 비롯해 전자·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에 진출해 그룹의 몸집을 키웠고, 진출한 분야마다 성공을 일궈냈다. 재계 원로 중 상당수가 구 명예회장이 이끌던 시절을 ‘LG그룹의 황금기’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실제로 구 명예회장이 경영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 LG그룹은 재계 서열 3위안에 매 년 그 이름을 올렸다.
이런 구 명예회장은 지난 1995년 아들인 구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준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은퇴한 후에는 충청남도 천안시 성환읍 수향리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해 왔던 ‘농사꾼’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경영 일선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당시에도 ‘은퇴 후에는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게 꿈이다’고 종종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부동산등기부등본 ⓒ스카이데일리
구 명예회장은 연암대학교 맞은편에 버섯 재배 전문 농장을 차려놓고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농장 바로 옆에 집을 짓고 농장과 집을 오가며 유유자적한 삶을 보냈다. 농사에 대한 남다른 애착도 보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총 24개의 필지로 된 농장 및 수향식품 부지는 총 9만1842㎡(약 2만7782평)에 달한다.
현재는 농장 문을 닫은 상태지만 한창 농장을 운영하던 3~4년 전까지만 해도 퇴비 하나까지 신경 썼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단순히 농사를 짓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버섯 재배 연구소를 따로 마련한 사실 또한 구 명예회장의 애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 명예회장은 현재 수향식품 운영에만 관여할 뿐 농장 운영은 따로 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인생을 사는 구 명예회장이 소일거리로 시작한 수향식품은 2008년 설립됐다. 고추장·된장, 만두 등의 식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사업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구 명예회장의 농장과 사택은 수향식품 공장 터 안에 위치해 있다. 기자가 농장 내부를 직접 둘러보기 위해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비원이 나와 저지했다. 그는 “외부인은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며 단호히 말했다. 공장 관계자와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휴가를 갔다’는 이유로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취재 도중 과거 버섯농장에서 일했던 마을 주민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버섯농장에서 약 6년 동안 일을 했다는 김명자(가명·62)씨는 “농장에서 일을 할 때 구 명예회장을 가끔 봤다”며 “연로한 나이 탓에 직접 나서서 농사를 짓진 않지만 농장을 둘러보러 자주 나오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 지난 2008년 설립된 수향식품은 현재 고추장·된장과 만두를 제조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향식품 공장 터 안에 농장과 사택이 위치해 있다. 사진은 수향식품 정문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주변 농가에 퇴비를 판매하는 김상현(57)씨는 “과거 버섯농사를 한창 지을 때는 종종 봤었다. 농사에 워낙 관심이 많은 분이라 퇴비도 직접 만져보며 이것저것 묻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 명예회장이) 학교 안이나 주변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요새는 못 봤다”고 덧붙였다.
인근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구 명예회장은 마을에도 종종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수향리와 바로 맞닿아 있는 도하리에 거주 중인 이성우(59)씨는 “그분이(구 명예회장이) 여기에 내려와 산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다”며 “시골 농부 마냥 수수하고 투박한 모습으로 다닌다. 대그룹을 일군 재벌 회장님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고 언급했다.
구 명예회장의 최근 근황을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그는 “해질 무렵 연암대학교와 수향식품 주변을 다니다 보면 전동차를 타고 다니는 구 명예회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마을 주민들 또한 “구 명예회장은 재벌그룹 회장인데도 일부러 모습을 감추거나 피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수향리 주민 한숙자(가명·65)씨는 “전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농부가 보이면 그 사람이 아마 구 명예회장일 것이다”며 “아흔이 넘은데다가 거동이 불편해서 전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 같다. 다만 매일 돌아다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는 구 명예회장을 만나기 위해 학교와 공장 근처의 마을을 돌아다녔으나 구 명예회장을 직접 만나 볼 수는 없었다.
▲ 지난 1971년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배우자 고 박계희 여사와 함께 일군 계원율림은 현재 최태원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사진은 계원율림 정문 ⓒ스카이데일리
선대회장의 영혼과 유훈 있는 ‘SK정신’ 메카…사유지 출입통제, 최 회장 종종 들러
SK그룹 총수 최태원 회장 소유의 농장은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에 자리하고 있다. ‘계원율림’이라는 이름의 이 농장은 지난 1971년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아내인 고 박계희 여사와 함께 일군 농장이다.
재계 등에 따르면 농장은 고 최 선대회장의 가족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농장의 이름이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농장 이름인 ‘계원’이라는 단어는 아내인 박 여사의 이름에서 따온 ‘계’와 자녀들의 돌림자인 ‘원’을 붙여서 만든 이름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최태원 소유의 계원율림은 총 36개의 필지 위에 조성돼 있다. 최 회장은 총 23만6881㎡(약 7만1657평)에 달하는 농장 부지를 1997년 상속받았다.
계원율림 안쪽에는 고 최 선대회장이 휴가를 보냈다고 알려진 작은 별장이 위치해 있다. 아들인 최 회장 역시 종종 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사진:부동산등기부등본 ⓒ스카이데일리
농장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만난 기사 김재호(67)씨에게 계원율림에 대해 묻자 그는 대번에 ‘밤나무 많은 곳’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지나가다가 울타리 밖으로 떨어진 밤들을 주워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계원율림은 SKMS연구소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SKMS연구소는 SK그룹 고유의 경영철학을 연구하는 곳이다.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의 정신을 기리고 그룹의 경영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지난 2008년 SKMS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를 두고 SK그룹 안팎에서는 부친에 대한 최 회장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송계리에 거주하는 최인석(64)씨는 “요즘에는 SK 조경팀 직원들이 밤농장을 관리하지만 예전에 관리소장 한 명이 밤농장을 관리할 때는 마을 주민들 몇 명이 가서 농장 일을 하기도 했다”며 “그때 남자는 10만원, 여자는 5만원 정도를 일당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 일에 직접 참여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나처럼 60이 넘은 사람들에게는 농장 일을 안 줬다”며 “지난겨울 SKMS연구소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하자있는 곳을 찾아 보수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런 막일은 동네 주민들이 가서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밤농장에 대해서는 “아무리 동네 주민이라도 함부로 들어가서 밤을 줍거나 하면 벌금을 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 계원율림에서 재배된 밤들은 SK 직원들에게 선물로 보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계원율림 내부 전경 ⓒ스카이데일리
또 다른 주민 이종렬(가명·65)씨는 “재배한 밤들은 SK 직원들에게 선물로 나가는 알고 있다. 따로 판매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듣기로는 선물로 나갈 밤이 모자라 다른 지역에 위치한 농장에서도 밤을 수확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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