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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위기의 호남경제 르포(上-광양·여수)
흔들리는 호남 자존심, 중화학 메카 검은 먹구름
제철·화학 주춧돌 대기업 흔들…지역민심 동요 “이런 불황 60평생 처음”
이기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06 00:07:42
지난 1960년대부터 시작된 개발시대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은 크게 보면 ‘정부주도’와 ‘대기업’ 두 단어로 설명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대기업들이 성장을 거듭했고 이를 통해 급속한 성장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것은 지역경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지역 기업의 성장세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전국 각 지방 기업의 성장에 따라 해당 지방경제 지도가 바뀌었다. 파주지역은 LG그룹이 투자를 시작한 지난 2003년부터 10년 동안 사업체 수가 두 배 늘었으며 종사자 수도 2.6배 증가했다. 인구도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반면 울산 동구의 경우 2010년 이후 조선업 불황으로 사업체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인구수 역시 감소했다. 영남의 대표 공업도시 울산뿐만 아니라 최근 호남 지역의 경제 도시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지역을 떠받치는 주요 기업들의 위기가 지역경제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위기의 호남경제’를 금주의 이슈포커스 시리즈로 선정해 호남을 대표하는 주요 경제도시를 직접 찾아 기업들의 위기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밀착 취재했다.

 ▲ 최근 호남의 대표적인 공업도시 광양시와 여수시가 위기에 처해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던 지역경제가 주요 기업들의 경영악화와 함께 휘청이고 있다. 불황의 여파는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위)와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전남 여수·광양|김신 편집이사·임현범·이성은·이기욱 기자] 호남 대표 공업도시인 광양과 여수가 흔들리고 있다. 지역경제 기반인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업단지(이하·여수산단)의 경영 악화가 장기화됨에 따라 지역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광양시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포스코,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들이 광양·여수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공업도시로의 발전자체가 대기업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광양시의 경우 지난 1985년 6만7111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착공에 들어간지 5년만인 1990년 15만3558명으로 증가했다. 여수시 역시 1975년 기준 2만5632명이었던 인구수가 1979년 여수산단이 완성된 이후 인구수가 급증했다. 1980년 인구총조사 당시 여수시의 인구는 16만988명이었다. 포스코와 여수산단을 기반으로 광양시와 여수시가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대기업들과 함께 발전해온 광양과 여수는 최근 대기업들의 불황과 함께 침체기를 겪고 있다. 스카이데일리의 현장 취재 결과 광양·여수의 대기업들은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시 전체 상권, 대학 등에 다방면으로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가 낳은 도시 ‘광양’ 포스코와 함께 ‘흔들’…“매출 반토막 났다”
 
[전남 광양]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2011년 3조143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매년 감소를 거듭했고 2015년에는 창사 이래 최초로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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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 1조482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이뤄졌던 미국의 반덤핑 공세가 트럼프정부 하에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중국의 철강 수요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주택단지는 최근 포스코가 겪고 있는 불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주택단지 내 위치한 ‘백운쇼핑센터’는 마트, 의류, 요식업 등 다양한 점포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고객들의 발길은 한산하다못해 썰렁한 모습이다. 사진은 백운쇼핑센터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포스코의 잇단 위기는 광양시의 위기로 옮겨갔다. 이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들이 거주하고 있는 인근 주택단지에서부터 확인됐다. 기자가 방문한 주택단지 내 최대 규모 쇼핑센터인 ‘백운쇼핑센터’는 활기 대신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식품마트부터 의류, 요식업 등 많은 점포들이 영업 중이었으나 손님이 들어선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곳곳에 붙어 있는 ‘점포임대’ 안내문은 오랜 불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주택단지 내에서 작업복 판매업을 하고 있는 오명숙(48)씨는 “주로 포스코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근무복을 판매하는데, 최근에는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포스코가 비용 절감에 나서다보니 작은 업체들이 생겨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마트에서 계산대 업무를 보고 있던 김영지(가명·56)씨는 “예년에 비해 손님이 3분의 2 정도로 줄었다”며 “연말이나 설에는 보통 눈코뜰새 없이 바빠야 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한가했다”고 말했다.
 
필수 소비재가 아닌 주류판매업의 경우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호프집에서 저녁 시간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이병옥(59)씨는 “회식이 전무한 수준이고 가끔 하더라도 1차만 간단히 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단지 내에서 장사를 하면 시내 번화가보다 경기를 덜 타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소비가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고 증언했다.
 
광양시내 번화가의 체감 경기는 주택단지보다 차가웠다. 광양시 중동에 위치한 전통시장 ‘중마시장’의 상인들은 최근 광양시의 경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손님보다 판매자 수가 더 많을 정도로 시장은 휑했다.
 
시장 내에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김옥자(69)씨는 “지난해에 비해 손님과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며 “기업 실적은 개선됐을지 모르겠으나 직원들의 지갑 사정은 계속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 중이던 김춘영(61)씨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경기가 완전히 말이 아니다”며 “그나마 전통시장은 저렴하기 때문에 불경기에도 조금씩 손님이 오는데 시장 외부 식당들은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 광양시 중동에 위치한 전통시장 ‘중마시장’ 역시 불경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수 많은 상인들이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손님이 들어선 가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전통시장 밖의 가게들 역시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사진은 광양시 중마시장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시장 밖 식당들의 모습은 영업을 하고 있는지조차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저녁 손님이 방문할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가게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닭발집을 운영하고 있던 김민호(34)씨는 “평소 같으면 지금 시간에 손님이 꽉 차야 되는데 요즘에는 텅텅 비어있다”며 “특히 포스코 직원들이 회식을 일절 하지 않고 있어 주변 식당들이 모두 점포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호프집을 운영 중이던 강미랑(46)씨 역시 텅 빈 가게를 보여주며 최근의 불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손님이 50% 이상 급격하게 줄고 있다”며 “광양이 포스코로 먹고 살다보니 포항 경제의 영향까지 간접적으로 받아 더 힘들다”고 밝혔다.
 
대학교에 늦깍이 수험생들이 절반…여수산단 불황이 가져온 그림자
 
[전남 여수] 광양과 함께 호남의 대표 공업도시로 꼽히는 여수 역시 불황의 늪에 빠져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GS칼텍스 등의 대기업이 위치해 있는 여수산단이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여수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기업 120곳은 총 60조476억원의 생산액과 258만7100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보다 각각 13.5%, 16.7%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고용자 수 역시 2만735명에서 2만211명으로 하락했다. 저유가에 따른 정제마진폭 확대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은 개선 됐으나 이 역시 1~2년 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수산단의 불황은 여수시의 불황으로 이어졌다. 산단 내 일자리 창출이 주춤해지면서 인구수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여수시의 인구는 지난 2015년 2200여명이 줄어든데 이어 지난해 역시 1100여명이 줄어들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가 방문한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는 이러한 여수시의 고용불안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대학교 내 중앙도서관은 타 대학들의 도서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학생보다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이들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마주친 김주형(28)씨는 “이 학교 도서관은 학생과 일반인이 반반이다”며 “산단에서 계약이 끝나거나해서 퇴직하신 분들이 재취업을 위해서 공부를 많이 하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술 자격증을 따서 산단에 다시 취업을 하거나 공무원 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윤주현(가명·38)씨 역시 “여기는 학생보다 일반인이 더 많다”며 “자격증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취업이 잘 되기 때문에 다시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험생 김영민(37)씨는 “산단은 그때그때 취업경기가 너무 다르다”며 “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전향하고자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수산단의 불안정한 경기는 고용불안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마비 문제까지 낳았다.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여수시 선원동은 과거 여수산단 발전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이다. 산단 근로자들의 거주를 위한 원룸촌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으며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도 입점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산단의 침체와 함께 지역경제도 거의 마비된 듯한 상황이다.
 
닭백숙 집을 운영 중인 안용순(62)씨는 “60 평생 이렇게 장사가 안 된 적은 처음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산단에 일이 없다보니 근처 식당도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주말에도 사람이 완전히 없다”고 설명했다.
 
횟집을 운영 중인 장영숙(54)씨 역시 “경기가 워낙 안 좋다보니 남편과 둘이 장사를 하다가 요즘에는 혼자서 운영을 하고 있다”며 “수익이 거의 마이너스 수준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가게를 내놔도 나가지를 않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다”며 “근처 가게들뿐만 아니라 원룸도 방이 나가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 여수시 선원동은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불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가게 중간 중간에 붙어있는 ‘점포 임대’ 안내문은 오랜 불황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주고 있으며, 대형 마트조차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한 상황이었다. 사진은 여수시 선원동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가게를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문을 굳게 닫은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대형마트 역시 손님과 종업원 수가 비슷한 듯 보였다. 곳곳의 상점들에 붙어있는 ‘점포 임대’ 안내문들은 현재 여수의 상황을 대변해 주는 듯 보였다.
 
이처럼 광양과 여수 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일각에서는 지역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라남도는 불투명한 석유화학 업계의 상황을 인식하고 지원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 첨단화학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기능성 화학소재 클러스터 구축, 고성능 첨단 고무소재 상용화 기반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양, 여수와 같은 공업도시 경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며 “지역경제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들의 부활을 도와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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