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한중 양국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명동 중심가에 중국계 기업의 화장품 브랜드숍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브랜드의 이름은 OMM으로 1호 매장(사진)을 지난 1월 오픈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사드배치 문제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K-뷰티 1번지로 불리는 명동에 중국계 화장품 기업의 매장이 당당히 입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매장은 지난 1월 문을 연 한국권건화장품의 브랜드 로드숍 OMM이다.
2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권건화장품(이하·권건화장품)은 중구 취엔지엔그룹(권건그룹)의 화장품계열사 취엔지엔코스메틱스(권건화장품)의 한국지사다. 해당 기업은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등록돼 있으며, 현재 등기임원을 모두 중국인이 맡고 있다.
한국권건화장품의 모기업인 중국 취엔지엔그룹은 중국에서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의약품 판매업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해 매출규모만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 화장품기업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연매출 6조7000억원의 절반정도 규모다.
취엔지엔그룹의 뷰티 사업 부문은 한국의 방문판매 및 다단계판매와 유사한 중국의 직소판매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직소판매는 직소원(판매원)이 지정 매장 밖 장소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형태다.
VIP고객 설정 기준조차 없는 VIP전략 논란…이유없는 고가전략에 소비자 ‘냉랭’
▲ OMM매장 2층은 VIP 매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하지만 매장문을 연지 2개월 가량이 흘렀지만 아직 판매준비가 되지 않아 구경할 수 없었다. 또 VIP에 대한 기준 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VIP고객들만 예약 주문해 구매할 수 있느 프리미엄 라인 제품의 가격대는 100만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사진은 OMM매장에 부착된 상품 광고판(위)과 VIP 매장 입구 ⓒ스카이데일리
최근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로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수난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에 우리 국민 중 상당수는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조치를 취재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계 뷰티기업인 한국권건화장품이 ‘K-뷰티의 산실’로 불리는 명동에 입성하자 관련업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까지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어디까지나 관심에 그칠 뿐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질 좋고 값 싼 국내 화장품을 두고 굳이 중국 화장품을 쓸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최근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우리 국민들 역시 중국 화장품을 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는 OMM 매장이 위치한 명동을 직접 찾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수많은 중국 관광객들로 붐볐던 명동은 중국 경제 보복의 여파 때문인지 한산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명동에 위치한 각 매장들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편이었다.
한국권건화장품의 브랜드 로드숍 OMM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장 내부는 거의 비어있다시피 했고 간혹 들른 손님들은 구매 보다는 단순히 지나가다가 제품을 구경하기 위해 잠시 들렀다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매장 자체적으로도 아직까지 손님 맞을 준비가 완벽하게 되진 않았다. 매장문을 연지 벌써 2달 여 가량 흘렀지만 2층 VIP 매장은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다. 기존 화장품 브랜드숍과 차별성으로 내세운 프리미엄전략 또한 모호한 상태였다. 특히 VIP손님을 구분하는 기준조차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권건화장품은 프리미엄라인으로 내세운 제품의 경우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의 가격정책을 내세웠다. 프리미엄 제품으로는 ▲갤럭시럭셔리퍼스트세럼(99만원) ▲갤럭시럭셔리오일에센스(150만원) ▲갤럭시럭셔리미라클크림(135만원)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VIP고객에 한해 예약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토록 정했다.
하지만 VIP고객을 분류하는 기준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OMM 매장 관계자는 VIP고객을 분류하는 기준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답했다.
국내 대표 고급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한방 화장품 브랜드 ‘후’ 제품 중에는 100만원 넘는 단품 제품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권건화장품의 프리미엄라인 제품을 두고 다소 무리한 가격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OMM 측은 전 제품에 유산균을 함유해 기존 화장품들과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다. 타 화장품 브랜드 로드숍이 한류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는 것과 다르게 당분간 모델을 기용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OMM매장 전경(위)과 진열돼 있는 제품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1층 매장에 진열된 화장품은 어느 정도 대중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긴 했지만 이 역시도 국내 중저가 브랜드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권건화장품 기초 스킨케어 제품인 로션·에센스·크림 등의 경우 저렴한 제품은 2만원부터 비싼 제품은 10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국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제품이 1~5만원 대에 형성돼 있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새로운 중국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비교적 냉담한 편이었다. 특히 화장품 가격이 비싸다는 점에서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송수현(26) 씨는 “인지도가 있는 중국브랜드도 아닌데 굳이 더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고 싶지 않다”며 “특히 100만원짜리 화장품이라면 더욱 살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호선(26)씨 역시 “비싸면 오히려 더 사고 싶어지는 소비심리(베블런효과)를 이용하는 것 같다”며 “중국브랜드라서 싫은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중국 화장품보다 국내 화장품 질이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손형란(20), 이지인(26) 씨는 “처음부터 비싼 가격정책을 펼치면 이미 좋다고 소문난 SK2 에센스 같은 제품을 구매하지 잘 모르는 브랜드 제품은 사지 않을 것 같다”며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여성들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고 지적했다.
중국기업 한국지사 자처, 등기임원 전부 중국인 불구 ‘중국과 선긋기’ 논란
한국권건화장품은 동종업계 타 기업들과는 달리 오로지 제품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예인 모델로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확충하는 작업도 배제한 상태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판매하는 제품 중 상당수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동종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자체 개발 상품이 아닌 OEM 제품 위주로 판매하면서 제품의 차별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며 “물론 제품 생산업체와 협력해 독자 제품을 판매할 가능성은 있지만 고가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고객 입장에서 상표만 다른 같은 제품을 더 비싸게 구매한다고 느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실제로 명동 OMM매장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상당수가 국내 화장품 제조 기업인 ‘한국콜마’ 제품이었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OEM 전문기업이다. 국내외 화장품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중소형 화장품 기업 제품들의 가격이나 효능 측면에서 대동소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권건화장품이 자신 있게 내세운 ‘제품’ 역시 실상은 큰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OMM매장 관계자 역시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이 OEM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시인했다. 매장 관계자는 “중국자본의 투자를 받아 한국권건화장품과 한국콜마가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자본의 투자를 받았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중국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는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중감정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됐다. 매장 관계자는 “취엔지엔그룹과 한국권건화장품과는 상관이 없는데 자꾸 중국 화장품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중국 화장품이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은 틀리다”고 주장했다.
한국권건화장품이 국내 유명 채용사이트 등에 직접 올린 회사설명에 따르면 기업형태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등기임원 모두 중국 국적의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결정적으로 기업개요 란에 ‘회사는 중국에서 화장품, 보건식품(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판매와 병원을 운영하는 취엔지엔그룹의 한국계열사’라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이 문구는 얼마 전까지 존재했으나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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