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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 풍향계<4>]-체육특기자(예체능) 입시제도 개선 논란
정유라 파문에 예체능 입시생 불똥 ‘아연 긴장’
제2의 김연아 없다 ‘분분’…엘리트 특기자 좋지만 ‘사교육의 늪’ 몰릴 판
김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4-14 00:35:37
 ▲ 예체능 수험생들이 ‘사교육 시장’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예체능에 집중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 입시에서 내신 비중 및 수능 최저기준 등에 맞추기 위해서는 예체능과 별도로 내신·수능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 구자철 선수가 자신이 후원하는 체육특기생들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충주시]

“이러면 일반 인문계와 다를 게 뭡니까.”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만나 취재한 예체능계 학생·학부모 및 교육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예체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최근 교육부에서 발표한 예체능 입시제도 개선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이구동성 전했다. 예체능 수험생들이 실기 준비에 더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이 교육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제 예체능 ‘실기’만으로 대학 입시에 성공했다는 후기는 좀처럼 듣기 어려워졌다. 대치동 예체능 입시전문 ‘탑베리타스’ 김효식 부원장은 예체능 입시전문가로 18년간 근무해왔다. 김 부원장은 “18년 전만 해도 예체능 내신·수능 관련 입시 학원은 홍익대학교 대학가 앞에 1개 있었는데, 지금은 서울 주요 지역만 20~30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3년 전만 해도 실기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점차 내신 비중이 강화됐고, 최근 정유라 파동 사건(을) 계기로 예체능계 입시 분위기상 내신·수능 중요성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예체능 수험생들이 ‘사교육 시장’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예체능에 집중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 입시에서 내신 비중 및 수능 최저기준 등에 맞추기 위해서는 예체능과 별도로 내신·수능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부원장은 “예체능 학생들이 실기고사 준비에 내신·비교과·수능 관리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내신 비중이 더욱더 강화되는 분위기여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학부모들은 예체능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내신·수능 준비를 위한 사교육비까지 늘어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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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예체능 내신·수능 관련 입시 학원 수요가 증가하면서 서울 주요 지역만 20~30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교육부에서 ‘체육특기자(예체능) 제도 개선 방안’이 발표되면서 예체능 입시생들 사이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향후 학원수요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카이데일리

결국 이들은 인문계 학생들이 하는 것과 함께 합격 당락이 좌우되는 실기고사 준비, 수능 최저 학력기준이 있는 학교를 지원할 경우 수능시험도 대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실기 준비 상황이 어려워져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신·수능 충족 못해 재수생의 길…예체능 취지 ‘왜곡’ 여론 분분
 
입시전문가에 따르면 예체능 입시제도는 크게 둘로 나뉜다. 지난해 최순실 딸 정유라 파동으로 이슈화된 체육특기자 전형과 그 외 음악·미술·무용·사진·연기 등 일반 예체능 전형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전체 대입 수능 대상자 60만명 가운데 예체능은 10%(6만명)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특기생은 1%(600명)를 차지한다. 특기생들의 전형은 전국 대회 상위 3위 입상, 구기종목의 경우 4강 안에 진출해야 한다. 체육특기자들은 프로로 진출하지 못하면 대학에 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체육 특기자 전형을 지원할 수 없는 예체능 수험생의 경우 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일반 예체능 수시전형을 지원하게 되고, 여기에 내신 및 수능 기준이 적용된다.
 
 ▲ 자료:교육부 ⓒ스카이데일리

일례로 2017 미술대학 입시제도를 보면 서울대 디자인학부(공예), 서양화의 경우 수능 응시기준은 국어, 수학 나,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탐구 또는 국어, 수학 가,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탐구 4개 영역 중 3개 영역 이상 3등급 이내이며 한국사 응시는 필수다.
 
연세대는 학생생활우수자 대상의 디자인예술학부(인문) 모집에서 국어, 수학(가/나), 탐구(사/과) 중 1개 영역 2등급 이내 또는 2개 영역 등급 합 7등급 이내이며 한국사 응시도 포함된다.
 
홍익대는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 전형에서 미술대학의 경우 국어, 수학(가/나), 영어, 사탐/과탐 영역 중 3개 영역 등급 합 9등급 이내이며 한국사 4등급 이내다.
 
내신은 홍익대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미술계열은 총 3단계로 나뉜다. 1단계(6배수)는 학생부교과 100%로 이뤄지며 2단계 서류 100%, 3단계 서류 40%·면접 60%다. 또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다.
 
체육특기자 전형의 경우 세종캠퍼스 ‘산업스포츠학과’로 학년별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은 축구·야구·배구의 경우 1학년 10%, 2학년 20%, 3학년 1학기 70%다. 골프는 1학년 40%, 2학년 40%, 3학년 1학기 20%다.
 
김 부원장은 “이런 방향대로라면 예체능 입시제도가 왜곡되고 무색화되는 것”이라며 “김연아에게 내신을 강조했다면 지금의 김연아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휘문고에서는 야구 특기자를 뽑고, 경기고에서는 아이스하키 등 특기생을 입학생으로 뽑는다고 했다. 그러나 체육특기자에 대한 제도가 강화되면서 연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힘들어하는 상황을 봤다고 했다.
 
김 부원장은 “부정입학 비리 등 법을 어긴 사람 몇몇 때문에 실제 다른 특기자, 나아가 전반 예체능 입시 대상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며 “입시비리는 명백히 잘못됐지만 특기자·일반 예체능의 실정이 고려되지 않으면 입시제도 취지는 퇴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신을 관리해가며 실기 준비를 하기 어려운 예체능계 학생들은 결국 재수생의 길을 택한다고 지적했다.
 
예체능 수능전문학원 ‘더원’ 관계자는 “학교(에서) 일정 성적이 돼야 수시를 지원할 수 있는데, 실기와 내신관리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다보니 정시를 택하고 수능을 준비하거나 재수생의 길로 가게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히 재수생의 경우 학생부 성적을 대학수학능력시험성적에 비추어 산출하는 제도인 비교내신이 적용되기 때문에 내신 관리를 못하는 경우 재수생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능·내신도 바빠졌는데…특기자 제도 개선, 예·체능 학생 피해”
 
 ▲ 교육부의 이번 제도 개선은 지난해 ‘정유라’ 파동의 영향이 컸다. 예체능계 입학 비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쏠리자 체육특기자 등 예체능계 입학 제도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최근 교육부에서 ‘체육특기자(예체능) 제도 개선 방안’이 발표됨에 따라 예체능 입시 전반까지 불똥이 튀었다.
 
김 부원장은 “체육특기자는 예체능계에서 특별 우대해 온 경우로 예체능 수험생의 일부 교집합에 해당하는데, 체육특기자 개선 방안은 당연히 예체능계 전반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 10일 학습권 보장을 위한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체육특기자가 초·중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체육특기자 부정입학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는 ‘초·중·고 학사관리 강화’를 핵심으로 한다. 세부적으로 △정규수업 이후 훈련 참가 원칙 준수(불참가시 보충수업 제공, 출결 처리, 교육청에 보고할 것) △2021년부터 체육특기자 선발 시 내신성적·최저학력 도달 여부 반영 △전국 대회 참가 횟수 제한 폐지, 수업일수 1/3 대회 참가 일수 허용 등이다. 또 ‘체육특기자 전형 분야’에서는 체육특기자 전형 대상 학생부가 반영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부의 이번 제도 개선은 지난해 ‘정유라’ 파동의 영향이 컸다. 예체능계 입학 비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쏠리자 체육특기자 등 예체능계 입학제도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유라 파동은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례입학 사실부터 이대 학사관리 특혜 논란까지 이대 재학생들을 분노케 한 사건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었던 최순실의 딸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의 발단이 되기도 했다.
 
특례입학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 금메달도 국가대표 선발과정에서 국회의원의 특례가 있었다는 점, 이화여대 입학 원서 접수 당시에는 없었던 금메달 경력을 면접에 반영했다는 점 등도 도마위에 올랐다.
 
또 학사문제 논란과 관련, 청담고등학교 재학 당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제적당할 뻔했으나 최순실의 항의로 공결을 인정받는 등 다양한 비리가 얽힌 사실이 드러나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대학별 자율 규제 강화 등 체육특기자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체능 사교육시장에서는 해당 제도 개선이 오히려 예체능계 입시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부원장은 “1%에 불과한 특기생 (중) 제2의 정유라를 막기 위한 보여주기식 제도가 아니냐”며 “정유라 파동으로 인해 제2의 김연아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예체능 교육계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대회 실적, 수상 실적이 필요한 입시생들이 실기 중심의 입시에 매몰돼 불합리한 경쟁이 만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암묵적 입시 비리 및 불법적 관행이 생겨남에 따라 엘리트 체육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기본 적정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와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구 정책국장은 “대학교수 등 교육계에서는 입시를 위해 예체능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대학에 와서 예체능의 재능을 꽃피우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학교생활보다 실기가 중심인 주객전도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특기자 제도 일부 개선이 아닌 전형 자체가 수정하고 변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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