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민들 간에 갈등 사례도 늘고 있다. ‘층간 소음’이 대표적이다. ‘층간 소음’ 문제는 이웃 간의 다툼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고가 지난 5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발생할 정도로 최근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갈등의 원인이 되는 요소는 비단 소음 뿐 만이 아니다. 흡연 문제 역시 주민들 간에 갈등을 낳고 있다. 화장실이나 복도에서 피는 담배 연기가 옆집으로 넘어가면서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흡연 문제는 타인의 건강까지 헤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는 실정이다. 급기야 정부가 나섰다. 보건복지는부는 작년 9월 ‘금연아파트’ 정책을 내놨다. 금연아파트로 지정되면 3개월의 계도기간 종료 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금연구역으로 관리된다. 출입구 등에 금연구역 현판 설치와 금연표지판이 지원된다. 앞으로 해당 아파트 내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에서 흡연을 하다 걸리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 1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단속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금연아파트 지정에 동의한 주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연아파트 제도 이행 실태와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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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차원의 ‘층간 연기’ 제한 움직임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금연아파트 지정을 통한 흡연 제한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단속이나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물 내 금연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등에 따르면 금연아파트 지정 제도는 지난해 9월 처음 도입됐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거주 세대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 대표자가 지자체에 신청하면 금연아파트로 지정된다.
지방자치단체는 금연아파트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및 지하주차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170곳의 아파트가 금연아파트로 지정됐다.
그러나 시행 1년을 앞두고 있는 ‘금연아파트’는 아파트 베란다, 화단 등이 단속대상에서 제외돼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정부는 ‘금연아파트’에 이어 지난 9일 ‘공동주택관리법’개정안을 공포, 집 내부에서 조차 흡연을 금지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300세대 이상 단지 △승강기가 설치돼 있는 150세대 이상 단지 △중앙집중난방방식을 사용하는 150세대 이상 단지 등은 금연 의무 단지로 분류돼 단속 대상으로 분류된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물음표를 그리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단속 대상으로 분류되더라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지가 미지수라는 게 그 이유였다. 단지는 물론 각 집안 내에서 이뤄지는 흡연을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대다수 시민들의 반응이다.
허울뿐 인 규제…금연아파트 지정 이후에도 간접흡연 피해 여전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해 11월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아파트를 직접 찾았다. 금연아파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와 300m정도 떨어진 분리수거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주민 한 명이 목격됐다.
이 주민은 “12년간 이곳에 살면서 복도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많아 주민 갈등이 종종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사회 전반적인 금연 조장 움직임에는 동의하지만 야외 흡연부스와 같은 대안 없이 흡연을 강제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두고 있는 정미진(여·가명)씨는 “‘금연아파트’로 지정됐는데도 여전히 담배연기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며 “단지 곳곳에서 흡연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집은 저층이라 외부의 담배 연기가 고스란히 유입되는데, 그 때문에 창문을 열기가 힘들 정도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 조성현(남·71)씨는 새롭게 공포된 ‘공동주택관리법’에 대해서도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씨는 “담배연기에 이름이 달린 것도 아니고, 집 안에 담배 냄새가 올라온다고 해서 그게 윗집인지, 옆집인지, 아랫집인지 어떻게 아냐”며 “일일이 다 감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조건 규제만 강화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 안에서의 흡연을 제한하는 데 대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연아파트 주민 조태민(남·39)씨는 “7년 동안 거주하면서 집 내부에서 담배를 폈는데, 한 번도 담배 냄새에 대한 민원을 받아본 적 없다”며 “집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고 최대한 이웃에게 냄새 피해가 안가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국가가 이를 막을 강제로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외국에선 일찌감치 담배연기 차단 건축물 논의 시작…우리도 실질적 해법 찾아야”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외에서도 일찌감치 ‘공동주택 내 흡연문제’가 논의돼 왔다. 미국의 경우 단독주택을 제외한 공동주택은 주로 사업자가 소유하고 임대 관리하는 형태인데, 건물 소유주가 아파트 청결을 위해 자체적으로 강력한 금연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자체가 나서서 금연 정책을 피는 사례도 여럿 있다. 캘리포니아 벨몬트 시는 미국의 대표적인 금연아파트 도시로 꼽힌다. 2007년 벨몬트 시 정부는 시내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단독주택을 제외한 주거지역(발코니와 파티오 포함)에서 흡연을 규제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유타주에서는 한 아파트에서 다른 아파트로 담배연기가 넘어가는 것을 공해로 인정하는 법(1997년)을 마련해 아파트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만드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오크랜드 역시 이미 85%의 아파트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카리바사스에서는 최근 80%의 아파트와 콘도미니엄을 금연구역으로 하는 법을 제정해 2010년 1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아파트나 타운 하우스 등 공동주택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 주 정부에 전달했다. 이 법률은 공동주택 건물 주인이 입주자에게 흡연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09년 덴마크 주택협회는 담배 연기가 벽을 뚫고 옆집으로 새어 들어가지 않는 다가구 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덴마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비영리주택 관리회사인 KAB가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준현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2004년부터 LH공사에서 양방향 폐쇄형 환기설비를 갖춘 건축물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다른 건설사들 모두 환기시설에 대한 방침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우 총장은 “그나마 아파트의 경우 환기 시설 관련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일반 다세대주택은 이 마저도 의무화 되어있지 않아 담배 연기에 사실상 무방비로 방치돼 있는 상태다”며 “정리하면 어떤 형태의 주거공간이든 베란다를 통한 연기 유입에는 사실상 해결책이 없는 실정인 셈이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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