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의사법 개정안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불거져나 나와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려인들 사이에서 새롭게 개정된 수의사법 시행령을 두고 다소 허용 범위가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정된 수의사법에 따르면 보호자의 직접치료 대상 동물은 소, 돼지, 닭, 오리, 말, 염소, 토끼 등 10개 동물, 총 21개 종이다. 처방대상 동물이라도 수의사 진료 후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품을 구입해야 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는다.
개정안에는 가정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개, 고양이 등은 직접치료 대상에서 제외돼 자체 치료가 아예 불가능해졌다. 다만 연고를 바르는 행위 등 사회상규상 인정되는 수준의 처치는 가능하다.
그런데 예방목적의 동물약품을 구입해 투약하는 것도 인정되며, 동물에 대한 수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동물에게 위해가 없다고 인정되는 처치도 가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자가 처치가 허용 되느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단속 자체도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개정안을 둘러싸고 의혹어린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 같은 마음에…잘못된 치료 행위로 고통 받는 반려동물 꾸준히 증가
경기 남부권의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수의사 신경규(가명) 씨는 최근 내원한 10년령 암컷 말티즈 ‘짱이(가명)’에 대한 악몽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당시 짱이는 가피와 궤양이 범벅된 피부병변이 전신에 퍼져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이런 증상들은 보호자의 잘못된 치료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호자는 사람용 피부연고는 물론 스테로이드 약품까지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호자 진술에 따르면, 6개월여 전 다른 동물병원에서 알러지성 피부염과 곰팡이 감염증을 진단 받은 ‘짱이’는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됐다가 다시 상황이 안 좋아졌다. 이때부터 ‘짱이’의 자가 처치를 시작한 보호자는 사람용 피부연고가 치료에 효과가 없자 동물병원이 아닌 약국을 찾았다. 약국에서 스테로이드, 항진균제 성분 경구제 뿐 아니라 스테로이드 주사까지 투여했다.
동물학대로 의심되는 사례지만 시행령 개정 이전에 발생했던 일이라 보호자는 어떠한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스테로이드의 무분별한 투약으로 ‘짱이’의 면역력은 저하됐고, 결국 모낭충증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신 수의사는 “보호자가 스테로이드 경구제는 1개월 이상, 스테로이드 주사제는 2~3일 간격으로 3~4회 접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스테로이드 성분 경구제나 주사제 모두 인체용 전문의약품으로, 이들 모두 불법적으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개월간 자가 처치에 시달린 ‘짱이’는 이미 스테로이드 남용으로 인해 간수치가 정상범위보다 20배 이상 증가한 상태였다”고 당시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어 그는 “평소 찾아오는 반려동물 중에도 자가 처치 부작용을 겪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케이스가 많다”며 “이번에는 스테로이드 오남용으로 인한 모낭충증 발생이 워낙 확실해 제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가 치료 약을 쓰면 당장은 효과를 보거나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자가 치료 부작용은 큰 그림에서 환자를 망가뜨리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셀프치료 허용범위 모호, 사실상 단속 불가…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 실효성 논란
이처럼 보호자의 잘못된 치료로 심각한 상황에 처하는 반려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금지하는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에서 적시한 반려동물의 자체 치료 허용 범위가 모호해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말티즈 종인 ‘예삐’를 5년째 기르고 있는 윤선화(여·29) 씨는 “동물병원에서 자체 치료의 위험성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며 “이를 강제로 금지하는 법안에는 찬성하지만 자체 치료가 어디까지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사실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약 종류나 약 명칭 등까지 세세하게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 범위 및 기준과 관련해 “선진국가인 미국, 유럽 등 외국사례에서의 동물보호자 처치수준, 전문가 의견, 국내 동물보호자 등의 자문을 바탕으로 한 사례집 형식으로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사례집에는 △동물보호자의 투약행위 △처방대상이 아닌 약을 구입해 행하는 투약 행위 △수의사의 진료 후 처방과 지도에 따라 행하는 투약행위 △그 밖의 처치 행위 등에 대한 설명이 명기돼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범위 자체가 모호하긴 마찬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 수의사회의 최인영 행동학 수의사는 “사례집이라는 범위 자체가 모호하다”며 “법부터 만들고 보자는 생각으로 급하게 처리돼 치료 부분에 더 혼란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동물약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심장사상충약의 경우도 동물의 상태에 따라 정확한 처방을 받아야 하는 약품인데, 사람이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감기약처럼 판매되고 있다”며 “관련 법에 대해 큰 고민이 없던 정부의 졸속처리가 아쉽게 다가오는 대목이다”고 강조했다.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의 단속 자체도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산부에 따르면 법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된다. 하지만 제보 이외에는 단속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대부분의 치료가 집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전문가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사 이 모씨는 “자체 치료가 금지되긴 했지만 사실상 적발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불법 업소 등에서의 치료 행위가 만연한데다, 대부분의 자체 치료가 집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 개정에 따른 규제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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