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명보험업계 안팎에서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구한서 대표의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시각이 일고 있다. 동양생명의 각종 경영지표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육류담보대출 사건으로 부실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른 데 이어 내실 마저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동양생명 실적이 적자전환 했음에도 구 대표는 동종업계 CEO 연봉 순위 2위를 차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뒷말이 일고 있다. 리스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 회사에 손실을 입혔음에도 책임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양그룹 사태 극복 ‘해결사’ 무색…육류담보대출 피해 이어 경영지표 악화
생보업계 등에 따르면 구 대표는 동양생명보험 전무, 동양선물 대표이사, 동양시스템즈 대표이사,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 2012년 7월 동양생명 대표이사에 올랐다. CEO 교체가 잦은 금융권 내에서 지금까지 무려 5년여간이나 동양생명 수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생보업계 등에 따르면 취임 초반 구 대표는 업계 안팎에서 ‘해결사’라는 수식어로 더욱 유명했다. 수조원대의 투자자 피해를 촉발시킨 동양생명 사태를 원만히 해결한 주역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동양사태는 지난 2013년 자금난을 겪던 동양그룹이 동양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성어음(CP)를 발행해 수조원의 피해를 입힌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구 대표는 동양생명을 동양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시켜 이미지 개선은 물론 독립 경영체제를 강화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구 대표는 동양생명이 지난 2015년 9월 중국 보험회사인 안방보험에 인수되면서 이사진 전원이 교체되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안방보험 측이 구 대표가 일군 성과와 그 과정에서 보인 능력을 높이 산 결과라는 게 당시 동종업계의 해석이었다.
그런데 최근 동양생명의 각종 경영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구 대표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및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358억원, 1871억원 등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억원, 310억원 감소한 수치다.
단순 실적 외에 동양생명의 건전성 및 수익성 등 주요 경영지표 역시 구 대표가 취임하기 전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동양생명은 3분기 기준 가중부실자산비율은 0.85%로 생보업계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생보업계 평균 가중부실자산비율 0.13%와 비교해도 무려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가중부실자산비율’은 단어 뜻 그대로 자산이 부실화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해당 생보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비율이 높을수록 향후 돌려받기 힘든 돈이 많다는 의미다. 올 3분기 수치는 구 대표 취임 전인 지난 2011년(0.41%)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수익성 등 경영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3분기 동양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72%로 생보업계 꼴찌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0.36%까지 하락했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3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서 -0.18%를 기록했다.
구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동양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5.08%, 2.88% 등이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동양생명의 덩치는 커졌지만 각종 경영지표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발생한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은 구 대표 교체 가능성을 드높이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육류담보대출은 고기를 담보로 하는 대출을 일컫는다. 해당 사건은 일부 유통업자가 육류를 담보로 동양생명과 저축은행 등에 중복대출을 받은 뒤 갚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당시 동양생명은 여신관리 측면에서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3803억원 가운데 2837억이 연체됐다. 동양생명은 대출금의 70%인 2662억원을 손실로 추산하고 지난해 말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3507억원을 쌓았다. 그 여파로 지난해 41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96%나 감소한 54억원에 그쳤다.
육류담보대출 사건 이후 동양생명의 주가는 줄곧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16일까지만 해도 1만3000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육류담보대출 사고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 20일 기준 7900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양생명을 제외한 대부분 생보사들의 주가는 상승했다.
주가·실적·건전성 줄줄이 하락에도 생보업계 CEO 연봉 순위 ‘2위 등극’
구 대표는 지난해 각종 경영성과 지표의 악화 속에서도 생보업계 CEO 연봉 순위 2위에 오른 사실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은 등한시 한 채 제 배 불리기 급급하다는 지적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구 대표는 동양생명으로부터 총 10억95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급여 5억9800만원, 상여금 4억9400만원, 기타 복리후생비로 300만원 등이었다. 지난해 상여금의 경우 2014년과 2015년 이연금액으로 2016년에는 성과보수를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당당히 업계 CEO 중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챙겼다.
생보업계 내에서 구 대표보다 많은 보수를 받은 CEO는 총 14억7500만원을 받은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유일하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조1500억원으로 1회성 이익이 포함되긴 했지만 전년 대비 무려 7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 손실로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수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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