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이하·조폐공사)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오랜 수장 공백을 깨고 조용만 사장이 선임됐지만 조직 장악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핵심 요직에 앉아있는 인사들 대부분이 조 사장과 정반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다.
조 사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적극 기용되고 있는 호남 출신 인물인 반면 현재 조폐공사 내 고위임원들 중 대다수는 전임 김화동 전 사장과 가까운 TK(대구·경북) 인사로 이뤄져 있다. 과거 여당과 가까운 보수진형 인사들도 상당수 존재해 향후 파열음이 불가피 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남 순천 출생 조용만 사장 9개월 공백 깨고 취임…호남중용 코드 주목
지난 1월 19일 조폐공사 수장 자리에 조용만 사장이 선임됐다. 2014년 4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화동 전 사장은 지난해 4월 3년의 임기를 마쳤으나 후임이 결정되지 않아 무려 9개월이나 더 머물러 있었다.
신임 조 사장은 1961년 전라남도 순천 출생으로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제 30회 행정고시를 합격하며 공직에 진출했고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과장, 기재부 무역협정지원단장,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국내대책관, 기재부 재정관리국장,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오랜 기간 재정 관리 업무를 수행해온 조 사장은 재정전문가로서 뛰어난 업무추진력과 타기관 엄무협의능력 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재부는 조 사장 임명 당시 “향후 기재부, 한국은행 등과의 원만한 업무협조를 통해 한국조폐공사의 조직혁신, 신사업 발굴 등 경영 혁신을 이뤄낼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역대 조폐공사 사장들은 대부분 당시 정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인물들이 역임해왔다. 참여정부 당시 사장직을 맡았던 이해성 전 사장은 대통령 홍보수석 비서관과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등을 지낸 이력을 지녔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조폐공사 수장을 역임한 전용학 전 사장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제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선임된 김화동 전 사장 역시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직을 수행한 이력을 지녔다. 이러한 전례 때문에 조 사장이 조폐공사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부터 문재인정부 관련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조 사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문재인정부의 ‘호남 중용’ 코드에 부합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문재인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장하성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김상곤 사회부총리, 문무일 검찰총장 등 주요 요직에 호남인사를 중용했다.
부사장, 기획이사 등 핵심요직에 박근혜코드 인사 다수…이사회 친 야권 인사 장악
조 사장의 취임 후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업계 곳곳에서는 조폐공사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들이 제기되고 있다. 조 사장과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김화동 전 사장 관련 인사들이 현재 조폐공사 핵심요직에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이 문재인정부와 밀접한 인사로 인식되는 반면 핵심요직에 앉은 이들 중 상당수는 대척점에 서 있는 박근혜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평가된다.
우선 사내 임원들 대부분은 김화동 전 사장과 같은 TK(대구·경북) 인사들이다. 김 전 사장은 경상북도 군위 출생으로 경북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조폐공사 2인자 박성현 부사장 겸 총무이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박 부사장은 대구 대륜고등학교와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TK출신 인사다.
지난 2016년 1월 조폐공사 화폐본부장에서 총무이사로 승진하며 상임이사가 됐고 김 전 사장의 임기 말이었던 지난해 1월 부사장에 올랐다. 이재만 기획이사 역시 경북 의성군 출생 TK인사로 박 부사장과 같은 경북대학교를 졸업했다. 이 이사는 지난 2016년 10월 조폐공사 기획처장에서 기획이사로 승진했다.
비임원 고위급 인사 중에서도 TK출신 인사들이 존재한다. 이종일 화폐본부장은 경북 경산 출신으로 박 부사장과 같은 대륜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비상임 이사 중에서도 친 야권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 역시 조 사장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조폐공사 내 비상임이사 6인(감사 제외) 중 3인의 인사가 야권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홍재 이사는 이종혁 전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홍재 이사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배상윤 이사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제7대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지난 2016년 말 임기를 시작한 강요식 이사는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조폐공사 안팎에서는 전임 사장, 전 정권 관련 인사들로 인해 조 사장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현 시점이 화폐사용 감소, 가상화폐 이슈 등에 따른 화폐개혁의 ‘골든 타임’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조폐공사 한 핵심관계자는 “한국조폐공사에 있어 현재는 개혁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김화동 전 사장이 승진 시킨 동향 인사들이 조직 내 핵심요직 곳곳에 배치돼 있어 조용만 사장이 향후 조직장악 등 리더십 발휘에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폐공사 측은 “조폐공사의 각 사업장이 대구 경북과 대전 충청지역에 집중돼 있어, 인적자원 역시 해당 지역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때문에 관리직 구성 또한 두 지역의 인사와 기타 지역 인사로 균형 있게 구성되고 있어 이를 TK 편중이라 판단하는 것은 통계적 착시라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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