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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정신 망각한 현대건설 수장 인사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09 00:31:46
▲ 김신 편집인
지난달 29일 현대건설의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날 박동욱 신임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박동욱 체제가 본격적인 막을 올린 셈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그룹 정기 인사를 통해 박 사장을 정수현 전 현대건설 사장의 후임으로 임명했다. 정 전 사장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총괄 고문직으로 이동했다. 
 
명실공이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현대건설 수장에 오른 박 사장은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 인사다. 1962년생으로 최근 재계 전반에 불고 있는 ‘50대 CEO’ 열풍의 주역 중 한 사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박 사장은 진주고등학교, 서강대 경영학과 등을 거쳐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현대건설에서 차장까지 지낸 그는 1999년 현대자동차로 둥지를 옮겨 줄곧 재무 분야에 몸담아 왔다. 2011년 재경사업부장(전무)로 승진하며 ‘재무통’으로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무 승진 1년 만인 2012년 친정인 현대건설로 복귀한 동시에 재무본부장(부사장)으로 또 한 번 승진의 기쁨을 맛봤다. 이후 약 6년여간 현대건설 내에서 수익성 관리를 총괄 담당해왔다.
 
재무통 출신이 현대건설 사장에 임명된 것은 2006년 이종수 전 사장 이후 약 12년여 만이다. 현대건설의 박 사장 선임 배경에는 내실을 다지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는 해석된다. 성장 보다는 안정과 내실을 택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건설시장 전반에 걸친 발주물량 위축과 불확실성 증대 등의 상황에 맞춰 공격적인 영업 보다는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의 수익성 관리 등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끌어 갈 재무통 인사가 제격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앞서 현대건설이 9000억원에 가까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가 곤욕을 치른 것도 재무통 수장 선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현대건설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총 8827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가 증권선물 위원회에 적발돼 검찰 고발 및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현대건설에 대해 총 32억6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사건으로 현대건설은 그동안 쌓아 온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혼이 담긴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평가돼 왔다는 점에서 주변의 안타까움은 특히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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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유로 재무통인 박동욱 사장이 현대건설 수장에 등극했지만 건설업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재무통 인사를 중용해 수익성 향상 및 조직의 안정을 꽤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현대건설이 지닌 상징성과 장기적인 수익성 등을 고려했다면 풍부한 현장 경험을 지닌 인물의 선임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실시공, 재건축 수주과정에서의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 등 일선 현장에서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여 왕회장이 힘겹게 쌓아 올린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사’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점은 ‘현장형 CEO’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직접 시공한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단지의 부실시공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얼마 전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2·4주구 공사와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5000억원대의 무상혜택 약속을 몰래 유상항목에 포함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건설업의 경우 공사 현장에서 수익성과 시공능력 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발생 빈도가 많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시공능력은 해당 건설사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돼 있다. 관리자의 유연한 상황 대처 능력에 따라 평가 결과는 천지차이다. 유연한 상황 대처 능력은 오랜 기간 현장 생활을 거치며 체득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관리자의 현장경험은 곧 수익성과 해당 건설사의 시공능력 평가와 직결돼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현대건설은 과거 70·80년대 사막 모래바람을 몸소 맞으며 중동의 기적을 일군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현장경영의 산실이다. 조선·자동차 등 당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산업 분야를 개척하고 대한민국을 이들 분야의 강국으로 발돋움시킨 엄청난 성과 이면에는 현대건설을 필두로 한 정 창업주의 현장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패할 경우 엄청난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안정 보다는 도전을 택하고 결국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야 말았던 정 창업주의 도전정신의 산실 역시 현대건설이다. ‘이봐 해봤어’라는 짧은 문구에 함축돼 있는 도전정신은 현대건설, 나아가 현대그룹의 밑거름이나 다름없다.
 
정 창업주에게 단순히 재벌총수가 아닌 대한민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왕회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것도 바로 현대건설을 일구며 그가 보여준 현장경영과 도전정신에 대한 존경심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생겨난 결과로 보여 진다. 이번 현대건설의 수장 인사가 특히 안타까운 배경이다. 현장 보다는 관리를, 도전 보다는 안정을 택하고 그 적임자로 박동욱 사장을 발탁한 점은 현대건설의 근간이자 성장의 밑거름인 왕 회장의 정신과 크게 어긋나 있다.
 
이미 주주들의 신임까지 얻은 상황에서 결과를 되돌리긴 늦었다. 이렇게 된 바에 박 사장의 결단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은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현대차그룹의 선택이 ‘패착(敗着)’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더불어 창업주의 명성에도 먹칠을 하게 된다는 사실도 박 사장은 뇌리 깊숙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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