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아모레퍼시픽 계열 화장품 브랜드인 아리따움과 에뛰드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에 중금속 안티몬이 허용치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파동과 미생물 틴트에 이어 또 다시 ‘전량 회수’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최근 들어 연이어 아모레퍼시픽 제품이 자주 논란거리가 되자 오랜 기간 쌓아온 기업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소비자의 신뢰도는 아모레퍼시픽 연구소 설립에 대한 반발 여론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아모레퍼시픽이 용인시 보라동 일대에 연구시설 증설 움직임을 보이자 인근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연구시설이 들어선 후 유해물질 배출에 대한 우려와 공사 과정에서의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주민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연구시설 증설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아모레퍼시픽 도시첨단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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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티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연구소 증설계획을 두고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연구소 증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획을 추진했다는 지적과 더불어 다양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업부지가 자리한 경기 용인시 보라동 주민들은 증설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뷰티기업의 막가파식 사업 추진에 주민들 공분…“어영부영 넘어가겠단 속셈”
용인시에 따르면 지난해 초 아모레퍼시픽은 보라동 자사 연구시설용지를 포함한 23만1700천㎡ 부지에 329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19년까지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승인절차를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산업단지 내에 7만㎡ 면적의 공원을 만들고 그 안에 체육시설도 지어 용인시에 기부채납 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구소 증설 움직임에 보라동 인근 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은 지난해 말 산업단지계획(안), 환경영향평가(초안) 등 공람, 합동설명회 개최 및 사업인정에 관한 주민 등의 의견 청취 공고가 실시되면서 본격적으로 가시화 됐다. 연구소 증설 반대 입장을 밝힌 주민들은 아모레퍼시픽 측이 해당 설명회에 대한 일정이나 안건 등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합동설명회는 지난해 12월 13일 열렸지만 어떤 단지는 하루 전에 해당 내용에 대한 공고문이 붙거나, 3단지의 경우 설명회가 끝나고 나서야 게시물을 붙이기도 했다. 설명회가 실시되기 전 관리사무소를 통해 방송 안내조차 없었기 때문에 설명회 당일 상갈동 주민센터에 모인 주민들은 통·반장 등 수십명이 전부였다. 연구소 증설을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열었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시청 측의 태도에도 분노감을 표출했다. 공람기간은 지난해 4일부터 지난 1월 3일까지 20일간이었지만 게시물은 예정일 보다 늦게 발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초 공람하기로 돼있던 산업단지계획(안), 환경영향평가서(초안), 교통영향평가서, 사전재해영향성검토서, 수용하거나 사용할 토지의 세목안(안) 중에서 산업단지계획(안)과 환경영향평가서(초안)만 비치돼 있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결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그제서야 나머지 자료들이 비치됐다. 그러나 해당 내용을 공람한 후 주민의견을 제출하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자료 검토를 제대로 해 문제점을 지적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주민들은 제대로 된 알권리가 충족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인(여·38·가명)씨는 “시청 측과 2번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수 없이 민원을 넣어도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며 “담당자에게 질문을 해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없을 뿐더러 형식적인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진(여·38·가명)씨는 “비대위 외 다른 주민들이 민원을 넣으면 시청은 비대위 측과 얘기를 했다고 응대해 버린다”며 “그러나 비대위는 정작 시청으로부터 충분히 설명을 들은 적도 합의한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를 주민들로부터 오해를 사게 만들어 갈등을 조장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민설명회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용인시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신문 두 곳에만 게재를 하면 되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며 “현재 비대위 측과 의견을 조율해 공청회를 조만간 열 예정이다”고 답했다.
주민들이 공람기간 자료를 열람할 기간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도시첨단산업단지 특례법에 따라 진행돼 문제가 없다”며 “누락이 있어 일부 자료는 늦게 배치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주민센터나 시청 등에 해당 자료를 다 볼 수 있도록 조치해 놨다”고 부연했다.
미세먼지 속 유모차 끌고나와 현수막 지키는 주민들…“대기오염, 중금속 폐수·악취 우려”
▲ 비대위 측은 합동설명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13일이 한참 지난 12월 18일에서야 3단지 관리사무소가 합동설명회 개최 관련 게시물을 공고하도록 접수한 사실(사진)을 공개했다. 합동설명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개최 이후에 알렸다는 게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스카이데일리
현재 아모레퍼시픽 연구소 인근 금화마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주축으로 아모레퍼시픽 첨단연구산업단지 조성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된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 주민 외에 나머지 주민들 역시 비대위에 소속되지 않았음에도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단순히 지역개발에 이로울 것으로만 여겼던 주민들이 자세한 정황을 알게 된 후 반대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후 비대위 측은 아파트 단지 담벼락에 현수막 등을 걸고 연구소증설 반대서명운동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현재도 금화마을 아파트 단지 담벼락과 베란다 곳곳에는 반대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비대위 측은 현수막을 내거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시청 측에서 불법이라며 수시로 현수막을 수거하는 통에 교대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아 ‘용인시장’ 중 ‘장’자는 모두 청테이프로 가린 상황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비대위와 나머지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단순히 절차 상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환경평가영향 결과를 통해 나타난 미세먼지 연간 기준 초과, 중금속 폐수 및 악취 등 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명확하게 들은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외부기관에 의뢰해 작성한 환경평가영향 초안에 따르면 증설 공사에 돌입할 경우 대기 중 오염물질 정도가 24시간과 연간 기준 모두 기준치를 초과한다. 연구소 운영 시에는 24시간 기준으로는 기준치를 충족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또 공사시행 방법에 따라 적절한 폐공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오염원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특히 연구소 증설 시 오·폐수 발생량이 종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다.
주민 박주연(여·35)씨는 “현재까지는 유해물질에 대한 별다른 의심 없이 지내오다 환경영향평가를 보니 ‘기존 시설에도 (환경적인)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오히려 더 들게 됐다”며 “흄후드를 통해 날아가는 화학물질도 확인이 불가할 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을 관리·감독하는 부서들에 민원을 넣어도 자료공개를 회피하는데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왜 공개를 안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어른 보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공기가 좋아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는 황지연(여·38)씨는 “인근에 상갈초, 보라초, 병설유치원 등 아이들이 다니는 교육시설이 많은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할까 우려스럽다”며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서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혹시라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지역 개발되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냐”고 성토했다.
주민 김영선(37·여·가명) 씨는 “최근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나라 전체가 떠들썩하지 않았냐”며 “중금속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의 초대형 연구소가 생기는데 연구 과정에서 발생할 혹시 모를 중금속 물질에 아이들이 노출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피력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공장이 아닌 연구시설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만큼의 유해물질들이 배출되지 않는다”며 “공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 주민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용인시청이 주민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역시 용인시와 협조를 잘하고 있다”며 “용도전환으로 생겨나는 이익에 대해서는 공원과 체육시설 등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부연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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