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은 지난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 정신을 알리자는 취지로 만든 날이다. 일제강점기 당시만 해도 노동절과 같은 5월 1일이었지만 해방 후인 1946년부터 5월 5일로 변경됐다. 공휴일로 지정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5년부터다. 어린이를 위한 날이다 보니 이날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대표적인 어린이용 완구제품 대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 2015년 롯데마트가 발표한 ‘월별 완구 매출 비율’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크리스마스가 끼어있는 12월의 완구매출 비율이 17.3%로 가장 높았고 어린이날이 끼어있는 5월이 12.3%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아이 한 명에게 친·인척 모두가 선물을 사주는 행위, 이른바 ‘에잇포켓’ 현상이 심화되면서 어린이날 등 아이들을 위한 기념일 완구 소비는 더욱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교묘히 이용한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어린이날을 이용한 바가지상술 실태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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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등 아이들을 위한 기념일을 이용한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도 존재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에잇포켓’ 현상까지 겹쳐 바가지 상술의 피해 정도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에잇포켓’이란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 양가 조부모, 삼촌·이모 등 온 가족이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낮은 출산율로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저출산 시대의 자화상…사돈에 팔촌까지 아이 한 명 떠받드는 ‘에잇포켓’ 심화
스카이데일리는 서울시내 대형마트 완구 전문 매장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천호동 문구·완구거리’를 직접 찾았다. 대목인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들 손을 잡은 어른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할머니가 어린 손주의 손을 잡고 완구를 구입하러 오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부모가 아닌 삼촌·이모가 아이를 데리고 완구 매장을 찾은 경우도 빈번했다. ‘에잇포켓’ 현상을 눈으로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손자와 함께 완구 전문매장을 찾았다는 김순자(68·여)씨는 “어린이날을 맞아서 손자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서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 완구 전문매장을 찾게 됐다”며 “아들 부부가 바쁘다 보니 손자와 지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 아들과 며느리도 모두 외동이다 보니 사돈댁까지 총 6명의 어른이 이 아이만 돌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세현(35·여)씨는 조카와 함께 천호동 문구·완구거리를 찾았다. 박 씨는 “모처럼 회사가 쉬는 날이어서 조카에게 어린이날 선물도 사줄 겸 해서 같이 데리고 나왔다”며 “아직 미혼이다 보니 조카에게 애정을 많이 쏟는 편이다”고 말했다.
천호동 문구·완구거리 상인들 역시 최근 들어 부모가 아닌 조부모 등 친인척이 아이와 함께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천호 문구·완구거리에서 완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선호(40·남·가명)씨는 “최근 할머니·할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가게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확실히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부모 보다 비싼 제품을 사주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 32만원 제품 온라인에선 41만원 판매…아이 사랑 이용한 바가지상술 기승
‘에잇포켓’ 현상에 힘입어 완구제품 대목 시즌이 더욱 활기를 띄는 가운데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바가지 상술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날 등 특별한 날 아이들을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부당하게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 오픈마켓 시장을 중심으로 바가지 상술이 더욱 활개를 쳤다.
일례로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블록 장난감인 ‘레고’의 경우 온라인 오픈마켓 가격이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최대 30% 이상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레고 크리에이터 엑스퍼트 10214 타워 브리지’ 제품의 경우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에서 38만2000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데 반해 G마켓 등 오픈 마켓에서는 70만2860원에 판매 중이다. ‘레고 크리에이터 31080 모듈러 겨울 휴가’ 제품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4만4900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오픈마켓에서는 최대 6만1050원에 판매 중이었다.
바가지 현상은 레고 제품에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니었다. 네이버에 등록된 한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5만9900원에 판매하는 ‘마블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미션테크 아이언맨’ 제품을 무려 11만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유아용 제품인 ‘뽀로로 아기청소기’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3만9800원에 팔리지만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는 8만7340원이라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아들에게 레고를 사주기 위해 인터넷 가격을 알아보고 대형마트로 나왔다는 이현진(36·남)씨는 “유통절차를 간소화 한 온라인 오픈마켓 가격이 오프라인 매장 가격 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바가지 상술이 도가 지나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일부 온라인 매장의 경우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주문량에 따라서 주문량이 갑자기 오른다 싶으면 물품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딱히 정해진 정가가 없는 경우가 많은 완구제품의 특성을 이용해 가격을 조종하다가 높은 가격으로 구입한 사람의 물량부터 판매하는 경우도 봤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정소민(가명)씨는 딸에게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서 구입을 했다가 이러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정씨가 구입한 ‘코코밍’ 장난감의 배송일 차일피일 미뤄진 것이다. 사흘 동안 정 씨가 구입한 제품의 가격은 ‘8900원-1만500원-9600원-1만3000원-1만1830원-1만3000원’ 등으로 수차례 바뀌었다.
이런 식으로 제품 가격을 올린 뒤 최초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 한 소비자에게는 재고 등을 이유로 물품 배송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재고 물량 소진을 이유로 환불을 해준다는 게 정 씨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매업자는 “어차피 물건이 필요한 것은 판매자가 아니라 소비자다”며 “하루 이틀만 발송을 늦춰도 소비자가 알아서 구매를 취소해 판매자가 손해볼 일은 없다”고 말했다.
구경태 한국소비자원 거래조사팀장은 “최근 들어 몇몇 완구재품 등이 인기가 치솟으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같은 제품의 가격이 온라인·오프라인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소비자에게 혼동을 야기할 만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완구에는 가격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이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지만 아이를 가진 입장에서 쉽지 않아 피해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원은 앞으로 이런 지나치게 비싼 완구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경엽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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