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인금 인상 결정에 대한 후폭풍이 예상 수위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이하·최심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0.9% 인상한 8350원으로 확정하자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등이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일선 영업장에서는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자보다 열악한 소상공인…폐업까지 고민하는 악순환
당초 정부는 최저임금의 조속한 인상을 통해 양극화를 완화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림으로써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최저임금 상승의 당위성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인건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에 있던 일자리까지 사라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저소득층의 생계는 더욱 팍팍해졌다.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해 대비 16.4% 인상한 7530원으로 설정한 이후 고용시장은 크게 경직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12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6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앞서 2월부터 4월 고용동향 역시 취업자 증가 폭이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10만명대에 머물렀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명 이하로 떨어지거나 5개월 연속 10만명선에 머무른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고용대란 이후 처음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임시근로자와 일용직 근무자의 감소가 취업자 수 증가율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 6월 임시근로자와 일용직 근무자 수는 각각 499만9000명, 147만5000명 등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만명, 11만7000명 감소한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심위는 지난 14일 ‘2019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0.9% 인상한 8350원으로 결정했다. 무리한 최저인금 인상의 부작용이 수치상으로 드러났는데도 같은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 업계 등은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을 상실한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안에 대해 국민 저항권의 구체적 발동을 위해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 연대를 구성할 것이다”며 “업종별, 지역별 연대를 구성해 전면적인 소상공인 생존권 투쟁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감안한 소상공인 노·사 자율 협약 표준 근로계약서를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작성하고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보급·홍보에 나설 계획이다”며 “최저임금의 직접당사자인 소상공인과 취약근로자들을 최우선한 최저임금 정책으로의 전환을 결단해 줄 것을 대통령께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중기중) 역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을 긴급 요청했다. 중기중은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근로자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을 존폐의 위기로 몰아간다고 지적했다.
일선 영업장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이 하나 둘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광역시 구월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영인(28·남) 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다만 업무의 전문성, 업종 등을 고려해 차등 적용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최저임금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며 “현재 매출의 40% 정도가 인건비로 들어가는데 관리비, 운영비 등을 빼고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어떻게든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주말에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고 평일에는 혼자 장사한다”며 “내년에도 최저시급이 오르게 되는데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아르바이트 및 직원을 두지 않는 방법과 폐업 중에 하나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타이음식점과 카페 등 3개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윤(34·남) 씨 역시 “전체 가게에 아르바이트가 7명 정도 있었는데 올해 최저임금 적용 이후 3명으로 감축한 상황이다”며 “정말 장사가 안 되는 달에는 직원보다도 돈을 적게 버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소식이 알려지자 인력 감축 가능성 때문인지 종업원들이 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내년 최저시급 인상에 대비해 기존 직원 5명 아르바이트 3명이 일하던 것을 직원 3명만으로 운영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2년 째 두 자릿수 오른 최저임금…“사용자 참여 없는 최심위 다시 개최돼야”
정부와 정치권 내에서도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회동 직후 “취약계층 근로자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올해 일부 연령층, 업종 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어 사업자 부담 능력을 고려할 때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혁신경제 등을 위한 경제 심리 촉진 측면에서도 최저 임금의 두 자릿수 인상이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나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최저위 재심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당시 일부 위원이 심의 자체를 전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최심위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이 상정됐으나 표결을 거쳐 부결 처리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위원 23명 가운데 14명이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에 반대했고 9명이 찬성했다.
회의에는 근로자위원 5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등이 참석했다. 사용자위원들은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 합심해 반대표를 던졌다며 표결 결과에 반발했고 결국 전원 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사용자위원들은 복귀하지 않았고 노동계의 수정안과 공익위원의 제시안으로 표결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1인당 국민총소득 대비 OECD국가 중 4위이다”며 “2019년 최저임금 8350원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원이 넘고 이는 미국과 일본보다 높은 수준인데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임금 지불능력이 최저임금 인상을 따라가기 역부족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실현불가능한 공약은 나라 경제를 위해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신기루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실사구시의 현명한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지난 1년 동안의 숱한 부작용과 시장의 혼란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제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며 “기업주를 (임금)지불 능력이 없어서 범법자로 만들고 최저임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은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 역설 앞에서 문 대통령은 작금의 경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용자 측이 부재한 가운데 이런 중요사항을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당 차원에서 대대적인 행동에 들어가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최종 결정이 나는 내달 5일까지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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