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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식사 하실래요’
정영희 작가 “행복한 삶을 위한 길잡이 역할 최선”
소설·에세이집 꾸준히 출간…명리학자로도 유명세
유성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18-12-22 12:41:20
▲ 맛칼럼니스트 유성호
‘석복수행중입니다’ 
 
올 초 정영희 작가가 출간한 에세이집이다. 경제 월간지와 개인 블로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던 글을 모아 에세이집을 낸 것이다. 석복수행이란 복을 아끼고 덕을 베풀라는 말이다. 정 작가는 이를 “지금 힘든 순간은 복을 저금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해석했다.  
 
‘석복수행’이란 어려운 말을 제목으로 달아서 대중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제목을 달리 달았으면 했는데, 작가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 읊조리니 혀에 찰기가 돌았다. 이 산문집은 사실 필자가 ‘격발’했다. 편집장으로 있던 잡지에 연재를 부탁하면서 시작된 글이다.
 
에세이집 출간까지 끝까지 책임을 지지 못했지만 마무리를 한권의 책으로 ‘우아하게’ 엮은걸 보면서 천생 작가란 탄성이 절로 났다. 가락시장역 근동에서 영희역학연구원도 함께 운영하면서 인간에 대한 탐구와 이를 글로 녹여내는 대표적인 경험주의 작가다. '낮술'이란 소설을 통해 작가와 만난 지 10년도 넘었다. 서평 몇 줄을 부탁해서 이렇게 썼다.
 
“역시 정영희 류의 글쓰기다. 그녀의 산문은 무심히 스치는 일상을 불러 세워 기억과 추억을 소환해 현재를 비춰보고, 미래로의 길을 모색케 하는 유쾌한 반성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상처와 민낯을 보여주었을 때, 독자는 감동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철저히 고독하다. 그녀 또한 그러하다”
 
정 작가는 1958년 대구에서 났다. 영남대 미대와 동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나왔다. 대학 2학년 때인 1978년 <시문학>에 단편 ‘아내에게 들킨 생(生)’을 발표했다. 1986년 중편 ‘무무당의 새’로 동서문학상 신인상을 받고 문단에 데뷔했다. 장편 ‘그리운 것은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무소새의 눈물’, ‘슬픈 잠’, ‘아프로디테의 숲’, ‘아키코’ 등과 소설집 ‘그리운 눈나라’, ‘낮술’ 등을 발표했다. 한국소설가협회 이사를 역임했고 한국문인협회,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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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낮술’ 출간에 맞춰 진행된 인터뷰를 인용해 본다. 필자가 이렇게 물었다. ‘도시인의 비극적인 삶을 유년과 결식시켜 풀어간 글이 많은데, 그 이유는. 유년은 현재의 운명론적인 연장인가, 아니면 삶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뜻인가.’ 지금 보니 정 작가의 답 속에 명리학자의 길이 엿보인다.
 
▲ 정영희 작가와 최근 대표작 ‘낮술’, ‘아키코’, ‘석복수행중입니다’ 책표지. [사진=필자제공]
         
"아마 상처받은 영혼이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설들 이야기인 것 같다. 유년, 다시 말해 세상과 처음으로 만날 때의 '첫인식'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첫사랑'이 우리의 평생을 따라 다니듯이. 그러므로 유년은 현재의 운명론적인 연장일 수도 있다. 삶에 태생적 한계란 없다.
 
지금은 계급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받지 못한 혹은 상처받은 영혼은 습자지처럼 얇아져 있어 조그마한 빗방울에도 구멍이 '펑펑' 뚫린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성격장애아'처럼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도시에서의 삶에 이음새 없이 합류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상처받지 않도록 잘 키워야 한다."
 
그리고 말미에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에 대해 알려 달라고 했다. 정 작가는 "실직자, 분단, 이데올로기니 하는 것들은 내 문학의 수단이나 배경일 뿐이다. 진정 내가 다루고자하는 것은 인간의 외로움, 그리움, 사랑, 희망에 관한 것들이다. 생명 가진 것들에 관한 측은지심이라든가, 인간이 인간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같은 것들이다. 다음 작품은 장편소설 ‘수국집 아이, 아키코’라는 연애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5년의 시간이 흘렀다. 2011년 그는 약속대로 ‘아키코’를 들고 나왔다. 필자는 ‘강남여자의 섹스리스 삶, 누구의 책임인가’라 제목으로 서평을 썼다. 당시 서평이 네이버 메인에 오른 유일무이한 사건이었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수 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아키코’는 일본인 현지처의 딸로 태어난 명자 이야기다. 정 작가가 천착하는 가족해체와 부부심리를 심도 있게 다룬 장편 수작이다. 특히 본인의 선택과 관계없이 부계 일본인 피를 담고 사는 명자를 통해 혼혈과 순혈주의, 다문화 가정의 정체성 문제를 들췄다는 점에서 시대상황가 잘 맞아 떨어졌다.
 
무엇보다 천리안, 하이텔 등을 거쳐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싸이월드 등 온라인 소셜네트워크란 신세계를 알게 된 중년들의 가슴을 격하게 요동치게 하는 '첫사랑' 이야기란 점에서 흡인력을 가졌다.
 
▲ 1991년 여름 경기도 이천에 있는 소설가 이문열 씨 자택 방문길에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뒷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엄창석, 신경숙, 박상우, 정영희, 최용운, 심상대 작가. [사진=필자제공]
         
소설은 40대 중반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첫사랑 운하와 명자가 이메일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시키는 것이 주요 얼개다. 이들이 주고받는 이메일은 사랑의 속삭임이고 고백이면서 첫사랑의 아련함과 나른함을 담고 있어 진지하고 애잔하고 저릿하다.
 
주인공들의 심리 한 구석에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주인공 뫼르소가 겹친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인간이지만 사회로부터는 소외된 비극적 인간 군상들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가족, 친구, 가정, 회사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준거집단의 상호작용에 대한 글을 써 온 작가의 이력을 보면 이번 작품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당시 책을 받아 들고 이틀 만에 내쳐 읽었다. 저절로 읽혀졌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다. 주인공들과 동년배라서 더 쉽게 빨려 들어갔다. ‘결혼은 비즈니스’라고 믿는 아내를 둔 운하. 명자는 그의 초등학교 첫사랑이다. 중산층 가정의 가장인 운하는 ‘결혼경제학자’인 아내와 섹스리스한 팍팍한 삶을 산다. 그의 아내는 빈 가슴을 채우기 위해 이리 저리 몸을 가벼이 굴린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게르티 젱어의 <불륜의 심리학>은 ‘내연녀나 내연남은 어떤 인격구조를 지녔기에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되는 걸까?’와 같은 설문을 던져 불륜의 심리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사랑이란 감정은 인간에게 유리한 것으로 입증돼 계속 발전했다는 게 진화론적 입장이다.
 
이는 불륜을 합리화시키는 심리로 연결되는 알고리즘이다. 때문에 진화생물학이나 정신분석학에서는 ‘사랑’의 신화적 매력을 이미 용도폐기 했다. 어쩌면 현대인들은 쓸모없는 사랑에 얽매여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진화심리학의 대가인 미국 텍사스대 데이비드 버스 교수에 따르면 남성 50%, 여성 30% 정도가 혼외정사를 한다. 속내를 들여다보니 남성은 성적 다양성 추구, 여성은 정서적 교감을 바라는 경향 때문이라고 한다. 운하와 나눌 수 없는 교감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미옥의 바람기가 일면 이해되는 대목이다. 일독을 권하는 책이다.
 
정 작가는 향후 계획에 대해 “작가와 명리학자의 밸런스를 잘 잡아 행복한 삶을 위한 길잡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해서 소설, 에세이집도 꾸준히 내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명리학자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어서 상담의뢰가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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