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지난 8일 1기 내각의 장관들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지난 1월에 이뤄진 청와대 인사와 더불어 이번 개각은 내년에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두 차례 인사 이후 현역 국회의원 출신 장관, 지역위원장 출신 인사들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복귀하게 됐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민생과 직결된 국정운영의 고위직이 정치인들의 경력을 쌓는 자리로 이용되는 데 대해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형식에 그친 국정운영 경험이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을 불러일으킬 것에 대해 경계감을 보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와대 참모진과 현역 의원출신 장관, 당 복귀 후 지역구 다지기 박차
문재인정부는 올해 들어 정부 출범 당시 기용했던 핵심 요직 인사들의 교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지난 1월 청와대 비서실의 인사를 단행하며 새로운 참모진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한병도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비서관 일부가 교체됐다.
교체된 1기 참모진들은 속속 민주당으로 복귀하며 총선 출마 준비의 잰걸음을 하고 있다. 임 전 실장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 등은 지난달 18일 복당했다. 한 전 정무수석과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도 각각 지난 4일과 1월 14일자로 복당을 마쳤다.
이들의 총선 출마지역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은 과거 국회의원을 지냈던 성동구(중구-성동을 지역구)와 종로구 출마가 거론된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과 백원우 전 비서관, 송인배 전 비서관 등도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북 익산과 경기 시흥, 경남 양산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 경험만 있는 권혁기 전 춘추관장은 서울 용산구 출마를, 남요원 전 비서관도 서울 지역 출마 각각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당적이 없는 윤영찬 전 수석도 민주당 입당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수석은 지난 7일 열린 당 지도부와 복당파 간의 회동에 참여해 입당 의사를 피력했다. 윤 전 수석이 출마할 경우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현역인 성남 중원구로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에 이뤄진 중폭 개각을 두고도 총선을 염두에 둔 교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교체 대상 중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기 때문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민주당 부산 해운대 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역시 부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출마를 부정해왔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끊임없이 차출설이 나돌고 있다.
새로 입각한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교통정리도 이뤄지는 모양새다. 행안부 장관으로 지명된 진영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구는 권혁기 전 춘추관장과 더불어 현직 단체장인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자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은 민주당으로 복귀하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출마설이 제기됐다.
현역 의원들의 국정운영 경력 쌓기 행보에 “권력야욕에 민생 팽개쳤다”
정부의 조기 총선 채비에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는 참모진, 내각 교체가 총선에 필요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의 차출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희경 자한당 대변인은 8일 개각 이후 “내년 총선을 위해 경력 한 줄 부풀린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한 줄 달아줄 사람들로 교체 투입한 모양새다”며 “안보파탄, 경제파탄, 민생파탄에 대한 고려가 전무하고 좌파독재를 위한 레일 깔기에 골몰한 흔적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각은 ‘정부실종 선언’으로 보일 지경”이라며 “이번 개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국민 및 대한민국 운명에 대한 무책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현직 장관과 장관 스펙 희망자의 배턴터치다”며 “국정 쇄신의 기회를 또 다시 날려버렸다”고 일갈했다.
시민들은 더욱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측근들을 선거에 차출했던 만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총선 출마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민생과 직결된 청와대, 주요부처 등의 핵심 요직이 정치인들의 경력 쌓는 자리로 전락한 데 대해 크게 공분했다.
시민 한성철(43·남) 씨는 “이번에 복귀한 사람들은 어찌 보면 대통령이 총선을 위해 보낸 정예들인데 공천에서도 유리한 구도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이 공정과 평등을 내세웠던 만큼 정부 출신이라고 프리미엄을 주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직장인 심진국(53·남) 씨는 “이해찬 대표가 얼마 전 임종석 실장 등을 만났다고 하는데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행동 같다”며 “최근 경제가 어려워 국민들의 먹고 살 걱정이 날로 늘고 있는데 정부 부처의 중요한 요직이 정치인들의 경력을 쌓는 데 이용되는 것 같아 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총선출마를 위한 경력쌓기 논란과 더불어 현역 국회의원들의 장관 겸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이 장관으로 투입되면서 지역구, 의정활동 등이 소홀해질 뿐만 아니라 국회의 기능인 행정부 견제가 흐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하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지역구 활동이 소홀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수 의원들의 장관 겸직으로 정치활동에 공백이 생기고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도 약해지고 있다”며 “이런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관 겸직을 제도적으로 조장하는 것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박경숙(가명·여) 씨도 “장관으로는 일을 잘 했을지 몰라도 국회의원으로서는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했을 것이다”며 “장관 출신이라는 경력만 보지 말고 이 사람이 지역구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했고 국회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했는지를 평가하는 수단이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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